드라마

새로운 스타일의 K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Whitman Park 2025. 4. 10. 10:00

2025년 봄 Netflix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공개한 K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크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1]

드라마 제목이 '정말 수고많았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인 것처럼 주된 무대가 제주도이고 거의 매회 제주도의 해변과 오름, 돌하르방, 유채꽃메밀꽃 들판이 나온다.

 

* 오래 전 제주공항 국내선 유리창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출처: 조선일보 2025.3.25.

 


Netflix가 4주에 걸쳐 공개한 16부작 드라마는 지상파나 종편 TV를 통하지 않고 곧바로 OTT를 통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제주도를 중심으로 여러 곳에서 4계절을 촬영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치정이나 불륜, 출생의 비밀, 음모 같은 자극적인 요소가 전무한 3대에 걸친 남녀 사랑 이야기와 가족관계를 다룬 드라마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해외에서 K드라마, 한류의 열풍을 일으켰던 〈겨울연가〉의 주인공 배용준과 최지우에 이어서 이 드라마를 계기로 박보검과 아이유(본명 이지은)로 세대교체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내외에서 고루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드라마는 이미 '동백꽃 필 무렵', '쌈, 마이웨이' 등으로 실력이 입증된 임상춘 작가가 극본을 썼다. 연출은 '나의 아저씨', '시그널', '미생' 같은 영화로 유명해진 김원석 감독이 맡아 에피소드에 따른 영상미의 전개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 해외에서 남녀 주인공의 교복과 체육복이 관심을 끌고 있다는 Netflix의 포스터

 

대강의 줄거리

남녀 주인공인 오애순과 양관식을 중심으로 그들이 태어난 1950년대부터 장녀인 양금명이 결혼하고 직장을 다니던 2000년대까지 제주도 도동리와 서울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매회 에피소드가 나이든 금명이 과거 부모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일들을 회상하며 자신의 코멘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타임 라인이 시간 순으로 진행되지 않고 오늘 있었던 일과 옛날에 일어난 사건이 비선형적으로 오가기에 화면 우측 하단의 연월일 표시를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다. 애순의 모습과 성격을 꼭 뻬딞은 금명 역을 주연여배우인 아이유가 20대까지의 애순 역과 여고생 이후의 금명 역을 맡고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여기서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은 아직 공개된지 얼마 안돼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회차별로 에피소드 제목을 열거하는 것에 그친다. 비록 3대에 걸친 이야기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스토리가 에피소드 중심으로 전개되기에 일반적인 대하(大河) 드라마와는 달리 굳이 스토리라인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 그리고 Netflix에는 회차별로 간략한 시놉시스가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YouTube 뿐만 아니라 SNS에도 회차별로 스토리를 간추려 소개한 것이 많다. 예컨대 이글을 쓸 때 참조한 Tistory의 '자이미의 베드스토리'를 보면 자칫 간과하기 쉬운 대목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Netflix를 통해 전세계에서 방영되고 있는 만큼 자막이 영어이고 각 회차별 에피소드 제목에도 영어가 부기되어 있다. 원문이 제주 방언이라서 영어 자막이 이해하기 쉬운 경우도 있다. 

 

* 이하 스틸 사진은 Netflix 화면을 캡쳐한 것임

 

폭싹 속았수다(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2]의 회차별 제목

 1회  호로록 봄 (Spring in a Heartbeat)

 2회  요망진 첫사랑 (Sassy First Love)

 3회  그들의 봄은... (Yesterday Was Your Spring)

 4회  꽈랑꽈랑 여름 (The Blazing Summer Sunshine)

 

 5회  한여름 밤의 만선 (A Midsummer Night's Full Nets)

 6회  살면 살아진다 (Life Goes On and On)

 7회  자락자락 가을 (A Fruitful Fall)

 8회  변하느니 달이요, 마음이야 늙겠는가 (The Moon Wanes, Yet the Young Heart Remains)

 

* 제8화에서 1967년 한라춘사제 백일장이 열린 제주목 관아와 여고생 애순이 제출한 시

 

 9회  바람은 왱왱왱 마음은 잉잉잉 (The Wind Goes Whoosh, My Heart Goes Boo-Hoo)

10회  품안의 바람 품 안의 사랑 (The Storm Sweeps My Heart, the Love Rocks My Heart)

11회  내 사랑 내 곁에 (My Love by My Side)

12회  펠롱펠롱 겨울 (A Glistening Winter)

 

13회  그추룩 짝사랑 (Such an Uneven Love)

14회  훨훨 날라, 훨훨 나라보켜 (Spread Your Wings and Fly)

15회  만날, 봄 (A Spring Every Day)

16회  폭싹 속았수다 (Here's to All You've Been Through)

 

감상의 포인트

본래 이 블로그의 영화/드라마 평은 법률적 관점에서 쓰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어느 일간지 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무해력(無害力)이 특징이기에 법률적 비평은 필요 없어 보인다.

굳이 찾는다면 미성년인 관식과 애순이 부산으로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고 신혼부부 행세를 하는 것이 법적으로 유효한가 하는 점이다.

 

우리 민법상 18세 이상의 남녀는 결혼을 할 수 있지만 미성년자는 부모나 법정후견인의 동의를 요한다. 아마도 관식과 애순의 혼인신고는 혼인적령기, 동의서 미비로 구청에서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부산까지 쫓아간 관식이 모에게 끌려온 관식과 애순에게 내려진 처분은 남자는 정학, 여자는 퇴학이었다.

 

* 신혼부부를 가장하고 부산으로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인 여객선상의 관식과 애순

 

16회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도 탄탄하고 짜임새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출연배우에 대한 호오(好惡)의 감정이 다르고, 왔다갔다 하는 타임라인이 혼란스럽긴 하지만 이른바 "개천에서 용났다"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진부한 스토리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우선 양관식으로 대표되는 남성상, 아버지상이 너무 이상적이고 때로는 비현실적이어서 팬터지에 가깝다. 과연 이런 무쇠같은 우직한 남자가 어디 있을까?

청년기까지는 박보검, 중년 이후에는 박해준이 역을 맡은 양 씨 집안의 독자 관식은 부지런하고 성실한 인물이다. 이웃집 애순이를 좋아한 나머지 장래 꿈이 '영부인'이라고 말했던 관식은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지만 일편단심 애순이만을 바라본다. 애순이가 부산 공장에 돈벌러 간다고 하자 주저하지 않고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인다. 심히 가부장적이었던 당시 할머니와 어머니 말을 듣지 않고 오직 애순이 편이 되어, 또 그들 사이에 첫딸 금명이가 태어나자 엄마를 빼닮은 딸을 위해, 평생을 살았다. 젊어서 오징어잡이 배에서 무리를 한 탓으로 무릎이 고장났고 결국은 골수암과 신장 장애가 겹쳐 환갑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뜬다.

드라마의 타이틀 '폭싹 속았수다'는 애순이가 그에게 바친 시의 제목이었다. 왕년에 김수현 작가가 주도했던 한국의 인기 드라마에 수많은 남성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관식이야말로 최고의 순애보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이와는 대조적인 인물이 금명이의 첫사랑인 박영범이다. 서울대 입학식장에서 사진을 찍어준 인연으로 신입생 때부터 캠퍼스 커플이 된다. 그러나 금명이를 마땅치 않아 하는 어머니를 설득하지 못하고 여자친구인 금명이와 자기 어머니에게 모두 좋은 남자, 착한 아들이 되고자 한 나머지 누구 편을 들지도 못하고 두 사람 다 놓치고 만다. 금명이 부모와 상견례하는 자리, 폐백준비하는 한복집, 신혼살림집 등 여러 차례 위기를 맞고도 영범이는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다. 금명이가 달동네에 살 때에도 가로등도 제때 고치지 않는 우범지대라는 말만 하는 법대생일 뿐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도 못한다.

그렇기에 금명이는 할머니와 겸상을 하던 아빠가 자기에게 콩을 덜어주기 위해 여자들만 있는 밥상으로 돌아앉은 일이야말로 할머니와 어머니에 맞선 '혁명'이었다고 회고한다.

 

* 번아웃되어 집에 내려온 금명에게 관식은 배를 타고 나가 바다 위로 돋는 해를 보여준다.

 

한편 이 드라마의 중심 인물인 애순과 금명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학교에서 퇴학 당하고 18세에 엄마가 된 애순은 곱지 않은 시할머니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금명이 만큼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게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시할머니가 계집애가 무슨 자전거냐며 세발자전거를 내다버리라고 하지만 끝내 자전거를 타고 놀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처럼 평생 부뚜막이나 지키고 살아야 할테니 그건 못 물려준다 말하고 관식이 역시 "상을 치리지만 말고 상을 엎을 줄도 알아야 한다"며 애순을 지지해준다. 그런 애순이도 관식이가 고기잡이하다가 몸을 다치고 배도 탈 수 없게 되자 친정할머니를 찾아가 읍소한다. 할머니도 일찍 부모를 여읜 애순이를 딱하게 여겨 몰래 간직하고 있던 예금통장을 주며 남편에게 작은 배라도 사주라고 말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란 금명이 역시 똑똑하고 당찬 여성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무엇이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았던 터라 조금만 어려움이 닥쳐도 징징거리며 "아이 짜증나"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부모님이 어떻게 자기를 키웠는지 알기 때문에 전두환 정권이 금지한 불법과외를 하면서도 수입의 1/3은 아버지에게 송금을 한다. 일본 유학을 자비로 가야 할 때에도 부모님이 집을 팔아 유학자금을 대준 것을 알기에 무거운 책임감마저 느낀다.

 

* 제주 소녀 금명이가 서울대생이 되어 엄마의 못 이룬 꿈을 실현하였다.

 

이 드라마는 제주시 근교의 도동리라는 가상의 어항을 무대로 하지만 이 좁은 바닥에서도 인간관계가 좋게도 혹은 나쁘게도 엮여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예컨대 관식이 체육특기자로 서울로 떠나는 배를 탔을 때 애순은 도동리 부자인 부상길하고 맞선을 보고 있었다. 애순이 그 자리를 뛰쳐나가 관식이가 탄 배를 쫓아가며 통곡을 할 적에 양관식이 이를 보고 배에서 뛰어내려 애순에게로 헤엄쳐 온다. 

그 결과 부상길은 양관식을 그의 어선에 고용한 때에도 모질게 대하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또 도동리 어촌계장 선거에서 적지않은 돈을 뿌렸음에도 애순한테 패하고 만다. 그런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부상길의 딸 현숙이 관식과 애순의 둘째 은명이와 맺어져 서로 사돈지간이 되는 것이다.

애순은 품성이 올곧고 성실하기에 착한 이모들과 평생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맺고 관식이 역시 대가없이 베푼 온정으로 그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게 된다. 이를테면 연예계에서 절망한 나머지 바다에 투신하려고 찾아온 여배우를 아무 말 없이 살려준 덕에 그가 외진 곳에 차린 음식점이 파리를 날릴 때 기꺼이 찾아와서 음식이 맛있다는 홍보영상을 찍어준다.

 

* 관식은 외진 곳에 음식점을 차린 후 어떻게 하면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 관식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겠다며 음식점 홍보영상을 찍어주는 인기 여배우

 

이 드라마는 제주도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한국 사회의 격변기에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이 관식의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예컨대 88올림픽과 종량제 쓰레기봉투의 시행, IMF위기의 시작과 金모으기 캠페인, 카드 대란, 2002 월드컵, 제주 투자자유지역 선포 등이 관식의 가족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청첩장을 만들고도 파혼을 한 금명이가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 또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금명이 새로운 일거리를 찾을 때 인터넷 강의에 눈을 돌린 것 등 시대의 흐름을 잘 탔기에 가능한 것임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준 것은 부지불식 간에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영화적 메타포(cinematic metaphor)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폭싹 속았수다'라는 제목부터 그러하다. 서울 사람들은 속임을 당했다(be fooled)로 알아듣기 쉬운 이 말이 평생 처자를 위해 수고해온 남편과 아버지에 대한 최상의 은유적 헌사(獻辭)이기 때문이다.[2]

그러한 메타포는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이를테면 금명이가 한때 살았던 달동네에서는 각박한 현실에서도 남산 타워 주변의 야간조명이 하나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보인다거나, 금명이가 아르바이트하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사랑과 영혼(Ghost)〉영화가 나중에 금명이를 영화간판을 그린 화가 박충섭과 맺어주는 실마리가 된다는 것 등이 그러하다.

또 박충섭이 전역하던 날 버스에 탄 금명이를 발견하고 막 출발한 버스를 정신없이 쫓아가는데 그 거리에서 서태지의 차를 쫓아가는 사생팬들의 무리와 합류하게 된다. 이 장면은 동질의 무조건적인 팬심이라는 점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그 결과 IMF 사태가 시작될 때 만난 금명과 박충섭은 IMF 위기가 끝날 때 인연이 맺어지게 된다. 

 

* 금명은 박충섭과 썸 타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가장 큰 트리를 보여준다는 말에 공감한다.

 

이 드라마가 장년층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도 BGM같은 팝송과 유행가를 적절하게 깔아주어 그 노래와 관련된 개인적인 사건들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관식과 애순 역시 김광석이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듣고 따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노년의 애순이 독백처럼 읊조린 "자식들이 내 장례식에 와서 엄마의 삶을 추억하면서 그분은 인생을 허투루 살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 것은 같은 연배의 우리 역시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3] 

 

이 드라마는 한국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性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라든가, 자녀에 대한 편애와 무관심에 대한 경종,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경관관광(景觀觀光)의 필요성 등 여러 가지 생각할 점을 던져주었다.

마지막 회까지 다 보고나서 아무쪼록 이런 영화가 계속 나와서 일시적인 한류 열풍에 그치지 않고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전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제고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였다.

 

* 이곳이 천국인가 싶을 정도로 경관이 수려한 메밀꽃밭에 놀러간 관식과 애순

Note

1]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폭싹 속았수다'는 Netflix의 비영어권 TV 시리즈 중 글로벌 시청 수 1위를 기록했다. Netflix Top Ten은 ‘폭싹. .’이 3월 7일 처음 공개된 이래 첫 주에 비영어권 전체 4위로 출발하여 2주 차에는 3위, 3주 차에 1위로 올라섰으며, 최종 에피소드가 공개된 4주 차엔 3위로 내려갔다가 5주 차에 다시 1위로 복귀했음을 알렸다. 5주 차 기준으로는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5개국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고, 전 세계 40개국에서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 In this context, see my Drama Review in English.

 

2] '폭싹 속았수다'는 속임을 당한 게 아니고 수고 많았다는 제주 방언이르로 영어로는 “You’ve done good job”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Netflix 글로벌 팀에서는 이를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의미로 해석했다. 쓴맛을 본 후에는 단맛을 보게 된다는 의미에서 영어 속담인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를 차용했다. 그리고 제주도에 흔한 감귤을 떠올리고 lemon을 감귤의 일종인 tangerine으로 바꿔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으로 제목을 붙인 것이다. 한글 제목은 "속임을 당했다고?", 영어 제목은 그 자체가 일종의 은유이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우리말이나 영어로 된 타이틀이 아주 훌륭하고 위트가 넘쳐보인다.

 

3] 이 드라마에서 종교적 의미를 찾자면 관식의 할머니가 용왕신을 섬기는 제주 무당이고, 후반에서 양금명이 결혼식을 올리는 식장이 천주교회라는 점에서 신랑 신부 중에 기독교인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폭싹 속았수다’란 말이 애순이가 세상을 떠난 관식을 위해 지은 시에 붙인 제목이므로 그 자체 찬송가 384장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나의 갈 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형통하리라’는 믿음에 다름 아니다. 관식이가 평생 애순과 금명이를 아끼고 사랑했던 것처럼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를 전적으로 믿고 따른다면 주님에게 그런 칭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