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외적인 스파이 스릴러 영화 〈아마추어〉(2025)

Whitman Park 2025. 8. 15. 10:40

스파이 액션 영화임에도 액션 장면이 하나도 없는 이상환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아 〈보헤미안 랩소디〉(2018)에서 열연했던 라미 말렉 주연의 영화 〈아마추어〉(2025)를 보았다. 아니, 주인공이 CIA의 정예 요원임에도 그가 아마추어라니?

주인공이 아내를 죽인 범인들을 찾아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는 스토리에 흥미가 생겨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영화 감상평은 예상과 크게 달라졌다.

그 이유는 주인공이 아마추어로 불리게 된 연유, 그리고 국가 안보를 위해 애국심으로 일한다는 사람들이 CIA 본부와 현장에서 벌이는 일 중에는 실정법 위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줄거리

CIA 암호해독 전문가 찰리 헬러(라미 말렉 粉)는 아내 사라(레이철 브로스나한 분)가 런던으로 업무상 출장을 떠나는 것을 배웅한다. 사라가 그의 생일선물로 준, 태풍으로 부서진 세스나 경비행기를 수리하고 있던 참이었다.
CIA 랭글리 본부의 지하 5층 암호 해독 및 정보분석(Decryption & Analysis) 부서에서 일하는 찰리는 현장 요원 오브라이언(코드명 ‘더 베어’)과 익명의 정보원(코드명 ‘인퀴라인’)과 빈번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인퀴라인으로부터 받은 기밀 문서 중에는 찰리의 상관인 특수임무 총괄본부장 알렉스 무어가 정치적 동기로 인한 카불에서의 드론 공격을 자살 폭탄 테러로 위장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찰리는 갑자기 CIA 국장이 불러서 가보니 런던으로 출장 간 사라가 테러범의 공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오늘 아침에도 런던의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아 그저 바쁘겠거니 생각했는데 그녀가 죽었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슬픔에 잠긴 찰리는 곧 자신의 조사 결과를 보고한다. CIA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여 무기 거래가 실패하자 네 명의 테러범은 사라와 여러 사람들을 인질로 잡았는데 포위망이 좁혀오자 그녀를 살해한 후 도주했다는 것이다. 벨라루스 출신 범죄자, 남아공의 전 특수부대 요원, 전 아르메니아 정보국 요원, 그리고 사라를 살해한 우두머리는 러시아인 호르스트 쉴러였다. 하지만 찰리의 보스와 부책임자인 케일럽은 쉴러의 조직을 수사 중이니 잠자코 있으라고만 할 뿐이었다. 사라의 복수를 결심한 찰리는 무어 본부장에게  엉터리 작전으로 민간인과 동맹군 수백 명의 사망을 초래한 그의 책임을 언급하며 자기를 CIA 캠프로 보내줄 것을 요청한다. 아내의 복수를 위해 CIA 특수훈련을 받게 해달라 말하고, 그렇지 않으면 몇 시간 내에 그의 제보가 유력 신문기자들에게 전송될 것이라 한다. 무어 본부장은 마지못해 이를 허가한다. 그 사이에 찰리가 누구와 접촉했는지 알아볼 심산이었던 것이다.

 

* CIA 랭글리 본부의 CCTV 감시 시스템. 이하 사진들은 영화에서 캡쳐
* CIA의 상사들은 찰리가 테러범을 직접 잡겠다고 하자 기다려보라고 말한다.

 

CIA 특수훈련학교에서 찰리는 헨더슨 대령(로렌스 피시번 분)으로부터 일대일 교습을 받는다. 그러나 찰리는 제대로 총을 쏘지 못하고 근접한 거리에서도 과녁을 빗맞추기 일쑤이다. 헨더슨은 찰리가 폭탄 제조에는 뛰어날지라도 권총조차 쏘지 못하니 킬러로서는 낙제점이라고 선언한다. 한편 찰리의 상사인 무어 본부장은 찰리의 집과 사무실을 수색해도 별 성과가 없자 헨더슨에게 밀명을 내려 찰리를 제거하라고 한다. 그런데 찰리는 무어의 사무실에 설치한 도청장치를 통해 그 사실을 알고 서둘러 미국을 떠난다.

 

찰리는 파리에서 테러범의 일원인 여성이 일정 시간에 빵을 사가는 것을 추적하여 그녀의 아파트에 잠입한다. 아파트 현관 자물쇠는 YouTube 튜토리얼을 보고 열 수 있었다. 그녀의 방에서는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고 그녀가 알레르기 클리닉에 다닌다는 것만 알아냈을 뿐이다. 찰리는 알레르기 클리닉의 치료방에 그녀를 가두고 꽃가루로 거의 질식 상태에 빠트린 후 일당의 소재지를 묻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녀에게 역공을 당하고 의료진에 쫒겨 두 사람은 도망을 치다가 그녀는 거리를 질주하던 차에 치여 즉사한다. 다행히 현장에서 그녀의 휴대폰을 수거한 찰리는 그녀에게 자주 전화를 걸었던 사람을 찾아 마르세유로 간다.

 

검문을 피해 TGV 대신 버스를 타고 간 찰리는 발신자의 소재지인 마르세유의 바를 찾아가지만 뜻밖에도 거기서 헨더슨 대령을 발견한다. 그의 목적을 간파한 찰리는 일단 도망을 치는 척 했다가 그와 대화를 나눈다. 다음 순간 화장실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고 그 틈을 타 탈출한다. 그가 주변에 있는 재료로 폭발물을 만들어 화장실에 설치하고 휴대폰으로 이를 터뜨렸던 것이다.

찰리는 이스탄불에 있는 인퀼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스탄불로 향한다. 인퀼린은 KGB에서 CIA로 전향했던 러시아 요원의 아내이며, 생계를 위해 찰리의 익명 정보원이 되었던 것이라고 밝힌다. 그녀를 통해 찰리는 런던 테러범 중 한 명이 마드리드의 럭셔리 호텔에 투숙해 있음을 알아낸다. 한편 CIA 국장은 무어 본부장이 그녀의 허가 없이 헨더슨 대령을 찰리에게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그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자신의 심복을 마드리드로 급파한다.

 

* 찰리는 테러범들을 특정하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 테러범이 수영을 즐기는 마드리드 고급호텔의 루프탑 풀장

 

마드리드 호텔에서 부자로 행세하며 호텔의 루프탑 풀장에서 홀로 심야 수영을 즐기던 테러범이 그의 시야에 포착된다. 찰리는 수영장 시설에 폭약 장치를 해 놓은 후 그에게 또다른 테러범의 소재를 묻지만 그가 불응하자 찰리는 폭약을 터뜨리고 그는 바닥으로 추락사하고 만다. 헨더슨이 그를 잡으러 오지만 다른 CIA 요원의 공격을 받고 두 사람이 싸우는 도중 헨더슨이 총에 맞는 것을 보고 찰리는 도망친다. 찰리의 행적을 추적하던 무어와 케일럽은 누군가 그를 돕고 있음을 알아채고 이스탄불의 요원을 시켜 인퀼린을 찾아온 찰리를 함께 처치하도록 지시한다. 심야에 닭장 속의 닭들이 놀라 우는 것을 수상쩍게 여긴 두 사람이 그 집에서 빠져나와 승용차로 도망을 칠 때 육상은 물론 해상에서도 그들을 추적하던 입체 공격에 걸려 그만 인퀼린이 총에 맞아 죽고 만다.

 

그의 단순한 개인적인 복수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거대 세력이 있음을 직감한 찰리는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종합하여 런던 사건의 총책 호르스트 쉴러가 발트해에 있는 러시아 연안의 요트에서 암약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러시아 프리모르스크로 가서 짐짓 서툰 행동을 벌이다가 무기 거래의 거점인 쉴러의 요트로 끌려간다. 쉴러는 찰리의 의도를 알아채고 그에게 권총을 쥐어주며 자기를 쏘라고 말한다.

찰리가 주저하는 사이에 쉴러는 그를 비웃지만 그의 요트는 이미 핀란드 영해로 진입한 뒤였다. 찰리가 요트의 조종장치를 해킹하여 항로를 변경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쉴러는 핀란드 경찰과 인터폴에 체포되고 찰리는 총을 쏘지 않고도 복수를 할 수 있었다. 한편 국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비밀작전을 벌였던 무어 본부장과 케일럽은 FBI에 체포된다.

다시 랭글리 본부로 복직한 찰리는 주차장에서 헨더슨 대령을 만난다. 총 한 방 쏘지 못하던 사람이 특기를 발휘해 어느 요원보다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는 찬사를 듣는다. 집에 돌아온 찰리는 죽은 아내로부터 받은 세스나를 조종해 하늘 높이 날아 오른다.

 

* 사격술이 낙제인 찰리는 아내에게 커피를 만들어 주던 정성으로 폭약제조에 수완을 보인다.

 

감상의 포인트

2025년 신작〈아마추어〉(The Amateur)는 로버트 리텔의 1981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파이 스릴러 영화다. 물론 40년 이상의 시간 차가 있는 만큼 각색 과정에서 주인공의 전문분야나 그가 사용한 도구, 수단은 현재 기준으로 대폭 업그레이드되었다. 총을 쏠 만한 담력이 없음에도 IQ 170의 뛰어난 머리와 컴퓨터 조작능력, 새로 배운 폭약제조 기술 덕에 아내의 죽음을 통쾌하게 복수하는 데 성공한다. 007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첩보원 모습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개인적 복수심과 정의의 실현, 정보기관의 비리와 부정, 정보 활동의 도덕적 모호성(moral ambiguity)이라는 주제를 깊숙히 다루고 있다. 영화 자체는 법적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지만, CIA와 같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정보기관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이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 무겁게 다가온다.

 

CIA 요원이 저지른 불법 행위를 미국법에서는 어떻게 다루는지 Copilot의 도움을 받아 살펴보았다.
우선 CIA는 미국내 감시활동이나 법 집행 활동을 할 수 없다. 미국 시민에 대한 정보 수집은 FISA (Foreign Intelligence Surveillance Act, 외국 정보 감시법)와 같은 특별법의 허용범위 내에서만 수행할 수 있다. 정보기관의 내부 규정(예: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검색 시 문서화 의무)이 있지만, 그 집행은 투명성과 책임 부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역사적으로도 CIA는 MKUltra(불법 인간 실험), Operation CHAOS(국내 감시), 특별 송환(고문을 사용하는 국가에 용의자를 송환)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전에 관여해 온 게 사실이다. 맷 데이먼 주연의 본(Jason Bourne) 시리즈 역시 이 문제를 다루었다.

 

* 이스탄불 요원은 남편을 잃었기에 아내를 잃은 찰리를 동정하고 힘껏 도와준다.

 

국제법상으로도 어느 국가든지 자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외국 요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가 외교관 면책특권을 가진 경우가 많고 비밀 작전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은밀하게 수행되는 게 보통이다. 또 어느 나라는 자국 이익이 침해될 경우 해외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해 관할권을 주장한다. 다만, 해당 행위가 일어난 국가에서 불법이 아닌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CIA 요원들은 외교적 압력, 인도 거부, 비밀작전 등으로 인해 해외에서 기소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제법은 호스트 국가가 적극적으로 정의를 추구하지 않는 한 제한된 구제 수단을 제공할 뿐이다.

 

이 영화의 서두에서 찰리는 CIA가 주도한 카불에서의 드론 공격을 자살 폭탄 테러로 위장하여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무어 본부장을 전쟁 범죄자라고 질책한다. 찰리는 개인적 복수를 위해 비밀유지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비록 허구이지만, 찰리는 개인의 양심에 따른 내부고발(whistleblowing), 정보기관 직원의 비밀유지(confidentiality) 의무와 책임, 정보 활동에서의 법적 행동의 모호성에 대한 이슈가 만만치 않음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