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s 46

끝맺음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도 가능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공동체 별로 지교회를 섬기고 있다.수도권에도 未자립 교회가 있다니? 그것도 아파트 村에!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이다.이주노동자(migrant worker)들이 많이 거주하는 김포와 안산에는 이들에게 한글도 가르쳐주고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복지기관이 여럿 있다. 온누리교회에서도 이주 근로자, 다문화 가정을 위한 M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주근로자들도 쉬는 일요일에는 점심도 제공하며 원하는 사람들은 캄보디아어, 미얀마어 등 모국어 예배도 드릴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온누리교회의 각 공동체에서는 이들 M센터와 자매결연을 맺고 교인들의 헌금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주일 날 점심 때면 설거지 일손을 거들어 여러 사람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일손..

Talks 2025.02.26

감출 수 없는 세월의 무게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시를 한 편 읽었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주부가 이삿짐을 옮기다가 오래된 장롱을 보고 만져보며 지은 것이다.같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장롱에 얽힌 사연을 떠올리고 섬세한 필치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썼다. 시인은 그녀의 친구 같았던 장롱의 과거를 상상해본다. 어느 숲에서 큰 나무로 자랐을 것이다.방바닥에 뿌리를 내린 묵은 나무라 여기고 우듬지(줄기 꼭대기)로 오르는 물소리가 들리는 것같다고 말한다.그러는 사이에 시인 자신도 많이 변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나무에 빗대어 어느 숲 속에서 무성한 가지와 잎을 늘어뜨린 큰 나무를 상상하고 있다.  오래된 가구  - 마경덕Old Furniture  by Ma Kyung-deok 짧은 다리로 버티고 선 장롱 두 장정의 힘에 밀려 끙..

Talks 2025.02.10

오직 사랑에 매여

새해 첫 달 마지막 주일 예배 때 세례 받는 여성의 신앙간증을 들었다.젊어서 대학 다닐 때 채플 시간에 예수님을 알게 되었으나 결혼하고 살다 보니 주님과 멀어졌다.그러다가 큰 아이가 병석에 눕자 주님을 찾게 되었다. 아들이 하나님 품에 안길 때 엄마도 교회 나가라고 간곡히 말했다. 그래서 자기도 하늘나라에 가서 아들을 만나고자 세례를 받게 되었다는 간증이었다.그녀에게 교회는 소망의 언덕이요, 하늘나라는 기쁨의 땅이 될 터였다. 내가 좋아하는 찬양이 바로 그러한 내용이었다. "오직 주의 사랑에 매여"의 가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1] 오직 주의 사랑에 매여 내 영 기뻐 노래합니다이 소망의 언덕 기쁨의 땅에서 주께 사랑 드립니다 오직 주의 임재 안에 갇혀 내 영 기뻐 찬양합니다이 소망의 언덕 거룩한 땅에..

Talks 2025.01.29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Someday

연말이 되어 고동학교, 대학교 동창들이 모임을 가질 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있다."그때 이렇게 하면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하지 말자"는 다짐이다.사실 우리 삶에 있어서 지금이 마음 먹은 일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가장 젊은 때라고 할 수 있다.지금 이 시기에 해두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일들이 따져 보면 한둘이 아니다.  예컨대 조 은 시인은 다음과 같이 우리들에게 충고의 말을 건넨다.퇴근 길에 타고 갈 버스가 언제 오나 기다리지만 말고 바로 버스 정류장 옆 화단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챙겨보는 여유를 가지라고 한다. 나중에 아예 버스를 기다릴 필요조차 없게 되었을 때 우리가 놓쳤던 것을 아쉬워하며 후회해 본들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그때가 되면 지금 이 자리에서 하지 못했던 것을 곱씹으며 그 기억..

Talks 2024.12.11

독서와 책 읽기, 괜찮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그러나 독서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할까?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도들은 반드시 성당에 가야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언제 어디서든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를 하면 그곳이 바로 교회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마찬가지로 독서도 서재나 도서관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나이가 들어 노안이 오면 집안 여기저기에 돋보기를 놓는 것도 그곳에서 신문이든 잡지든 활자매체를 보기 위해서 아닌가!  마침 조선일보 News English 윤희영 에디터가 독서를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여러가지 팁(tried-and-true tip)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원문의 주요 구절에는 (  ) 안에 영어 실력을 절로 ..

Talks 2024.10.15

나이듦과 은둔, 천산둔(天山遯)

대학 동창회(회장 김종인 변호사)에서 2025년이면 졸업 50주년이라면서 몇 가지 행사를 기획했다.처음엔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추진했으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여행은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그래서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고 우리의 나이에 걸맞는 문화ㆍ예술 이벤트를 곁들인 국내여행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또 회장단이 준비한 것은 동창회 기금을 가지고 회원들에게 기념품과 선물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회원들의 주소록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였다.회장 비서가 연락을 취하니 보이스 피싱으로 오인을 받아 통화 자체가 안된다는 말에 허무정 동기가 자원봉사를 하여 주소록을 만들게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우리 회원들의 반응이었다.물론 그간 동창 모임과의 소통 연락에 소홀했다면서 서로의..

Talks 2024.09.24

홍유손, 모래밭에 누워 (題江石)

얼마 전 강릉 경포대 바닷가에 놀러 갔다.백사장에는 폭염이 작열하고 있어서인지 비치 파라솔 아래나 바닷물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나도 바람이 살랑거리는 솔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하늘과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물멍 때리기를 하고 있었다.사고(思考)의 정지 - 그 순간 현재와 과거, 미래를 잊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런데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속세을 벗어나 칠언절구로 사고의 정리를 한 선인(先人)이 있었다.  題江石  -  篠叢 洪裕孫 濯足清江臥白沙心神潛寂入無何天敎風浪長喧耳不聞人間萬事多 강가의 돌에 적다  - 소총 홍유손 맑은 강에 발을 씻고 모래밭에 누우니 심신이 고요해지며 무아지경이 되었네바람 소리 물결 소리만 귓전에 울릴 뿐속세의 부질없는 일은 들리지 않는구나 홍유손(洪裕孫 호는 篠叢, 狂..

Talks 2024.08.13

강릉의 테라로사 커피 이야기

G : 오늘은 커피에 관해 하실 말씀이 있다고요?P : 네, 커피 하면 뭐가 떠오르십니까? 한국인의 커피 사랑, 커피 소비량이 세계 최고라고 합니다. 한국을 다녀간 외국 사람들도 "아-아", "얼죽아"라고 하면 한국 젊은이들이 겨울에 얼어죽어도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지요? G : 저는 '커피'하면 영화 Out of Africa에서 여주인공 카렌이 케냐로 가서 커피 농장을 하다가 커피 공장과 창고에 불이 나고 자유로운 영혼의 데니스도 사고로 죽자  아프리카 생활을 청산하고 쓸쓸히 떠나는 장면, 고종 황제가 식혜보다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는 일화가 생각납니다.P : 커피의 역사와 효능을 압축하여 말씀해주신 것 같습니다. 커피 나무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고원지대가 원산지라고 ..

Talks 2024.08.02

아침 이슬처럼 곧 사라질 것들

아침에 시골에서 감 농사를 짓는 친구가 단톡방에 한 편의 시(詩) 같은 글[1]을 올렸다.간밤에 내린 보슬비에 풀섶에 맺힌 물방울이 수천 수만의 수정(水晶) 꽃 같다고 여러 장의 사진도 함께 올렸다.장마철에 동이 트기도 전에 일을 나선 친구가 시인과 같은 감성으로 도시에 사는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해 준 것이 고마웠다.  친구는 제초를 뿌려놓은 풀섶에 맺힌 물방울들이 마치 수정 꽃이 핀 것 같다고 하면서 아침 햇살이 비치면 더 아름다웠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양희은이 부른 "아름다운 것들"[2] 가사의 한 소절도 덧붙였다.  꽃잎 끝에 달려 있는 작은 이슬 방울들 빗줄기 이들을 찾아와서 음 어데로 데려갈까바람아 너는 알고 있나 비야 네가 알고 있나무엇이 이 숲속에서 음 이들을 데려갈까 그런데 제초..

Talks 2024.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