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s 43

언젠가는 Someday

연말이 되어 고동학교, 대학교 동창들이 모임을 가질 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있다."그때 이렇게 하면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하지 말자"는 다짐이다.사실 우리 삶에 있어서 지금이 마음 먹은 일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가장 젊은 때라고 할 수 있다.지금 이 시기에 해두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일들이 따져 보면 한둘이 아니다.  예컨대 조 은 시인은 다음과 같이 우리들에게 충고의 말을 건넨다.퇴근 길에 타고 갈 버스가 언제 오나 기다리지만 말고 바로 버스 정류장 옆 화단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챙겨보는 여유를 가지라고 한다. 나중에 아예 버스를 기다릴 필요조차 없게 되었을 때 우리가 놓쳤던 것을 아쉬워하며 후회해 본들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그때가 되면 지금 이 자리에서 하지 못했던 것을 곱씹으며 그 기억..

Talks 2024.12.11

독서와 책 읽기, 괜찮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그러나 독서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할까?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도들은 반드시 성당에 가야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언제 어디서든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를 하면 그곳이 바로 교회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마찬가지로 독서도 서재나 도서관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나이가 들어 노안이 오면 집안 여기저기에 돋보기를 놓는 것도 그곳에서 신문이든 잡지든 활자매체를 보기 위해서 아닌가!  마침 조선일보 News English 윤희영 에디터가 독서를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여러가지 팁(tried-and-true tip)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원문의 주요 구절에는 (  ) 안에 영어 실력을 절로 ..

Talks 2024.10.15

나이듦과 은둔, 천산둔(天山遯)

대학 동창회(회장 김종인 변호사)에서 2025년이면 졸업 50주년이라면서 몇 가지 행사를 기획했다.처음엔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추진했으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여행은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그래서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고 우리의 나이에 걸맞는 문화ㆍ예술 이벤트를 곁들인 국내여행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또 회장단이 준비한 것은 동창회 기금을 가지고 회원들에게 기념품과 선물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회원들의 주소록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였다.회장 비서가 연락을 취하니 보이스 피싱으로 오인을 받아 통화 자체가 안된다는 말에 허무정 동기가 자원봉사를 하여 주소록을 만들게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우리 회원들의 반응이었다.물론 그간 동창 모임과의 소통 연락에 소홀했다면서 서로의..

Talks 2024.09.24

홍유손, 모래밭에 누워 (題江石)

얼마 전 강릉 경포대 바닷가에 놀러 갔다.백사장에는 폭염이 작열하고 있어서인지 비치 파라솔 아래나 바닷물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나도 바람이 살랑거리는 솔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하늘과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물멍 때리기를 하고 있었다.사고(思考)의 정지 - 그 순간 현재와 과거, 미래를 잊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런데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속세을 벗어나 칠언절구로 사고의 정리를 한 선인(先人)이 있었다.  題江石  -  篠叢 洪裕孫 濯足清江臥白沙心神潛寂入無何天敎風浪長喧耳不聞人間萬事多 강가의 돌에 적다  - 소총 홍유손 맑은 강에 발을 씻고 모래밭에 누우니 심신이 고요해지며 무아지경이 되었네바람 소리 물결 소리만 귓전에 울릴 뿐속세의 부질없는 일은 들리지 않는구나 홍유손(洪裕孫 호는 篠叢, 狂..

Talks 2024.08.13

테라로사 커피 이야기

G : 오늘은 커피에 관해 하실 말씀이 있다고요?P : 네, 커피 하면 뭐가 떠오르십니까? 한국인의 커피 사랑, 커피 소비량이 세계 최고라고 합니다. 한국을 다녀간 외국 사람들도 "아-아", "얼죽아"라고 하면 한국 젊은이들이 겨울에 얼어죽어도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지요? G : 저는 '커피'하면 영화 Out of Africa에서 여주인공 카렌이 케냐로 가서 커피 농장을 하다가 커피 공장과 창고에 불이 나고 자유로운 영혼의 데니스도 사고로 죽자  아프리카 생활을 청산하고 쓸쓸히 떠나는 장면, 고종 황제가 식혜보다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는 일화가 생각납니다.P : 커피의 역사와 효능을 압축하여 말씀해주신 것 같습니다. 커피 나무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고원지대가 원산지라고 ..

Talks 2024.08.02

아침 이슬처럼 곧 사라질 것들

아침에 시골에서 감 농사를 짓는 친구가 단톡방에 한 편의 시(詩) 같은 글[1]을 올렸다.간밤에 내린 보슬비에 풀섶에 맺힌 물방울이 수천 수만의 수정(水晶) 꽃 같다고 여러 장의 사진도 함께 올렸다.장마철에 동이 트기도 전에 일을 나선 친구가 시인과 같은 감성으로 도시에 사는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해 준 것이 고마웠다.  친구는 제초를 뿌려놓은 풀섶에 맺힌 물방울들이 마치 수정 꽃이 핀 것 같다고 하면서 아침 햇살이 비치면 더 아름다웠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양희은이 부른 "아름다운 것들"[2] 가사의 한 소절도 덧붙였다.  꽃잎 끝에 달려 있는 작은 이슬 방울들 빗줄기 이들을 찾아와서 음 어데로 데려갈까바람아 너는 알고 있나 비야 네가 알고 있나무엇이 이 숲속에서 음 이들을 데려갈까 그런데 제초..

Talks 2024.07.20

故 신경림 시인을 애도하며

민중시인이라 불리우던 신경림 시인이 별세하셨다. 향년 88세.이 블로그에서도 고인의 시 여러 편 (돌 하나, 꽃 한 송이, 이태원 사건 당시의 갈대)을 영어로 번역한 바 있기에 고인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그를 대표하는 다른 한 편의 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Poor Love Song    by Shin Kyeong-nim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 소리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새빨간 감 바람 소리..

Talks 2024.05.27

고욤나무에 접 붙인 감나무

진안에서 감농사를 짓는 친구가 봄에 고욤나무에 접 붙인 감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나무뿌리가 실해야 하는데 척박한 땅일 수록 고욤나무 같이 생장력이 좋은 나무뿌리에 감나무 접을 붙여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말이었다.생각할 수록 세상 이치가 다 그런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순혈주의(純血主義, consanguineous marriage)가 자주 많이 행하여졌다.19세기 중엽까지만 해도 유럽과 북미의 특권층에서는 사촌간의 결혼(first-cousin marriage)이 허용되고 권장되기도 했다. 자기네 가문, 혈통의 순수성을 지킴으로써 부와 권력, 종교를 오래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대표적으로 유럽 합스부르크 왕가는 장기간에 걸쳐 혈친 사이의 결혼을..

Talks 2024.05.01

봄이 간다커늘 ‥‥ 서럽구나

꽃샘추위가 오래간다 싶더니 이내 봄기운이 온누리에 가득찼다. 잠시 지체되었던 화신(花信)이 일제히 당도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 탓인지 전에는 일주일씩 간격을 두고 순차로 피던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이 거의 동시에 피고 지는 것 같다. 5월이 되어야 피던 라일락 꽃도 피어나 지금 '벚꽃 엔딩'을 함께 부르고 있다. 그렇기에 옛부터 시인은 가는 봄을 서러워말라고 일렀나보다. 봄은 낙화를 남기고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봄이 간다커늘 술 싣고 전송(餞送) 가니 낙화(落花) 쌓은 곳에 간 곳을 모르노니 유막(柳幕)에 꾀꼬리 이르기를 어제 갔다 하더라 They say spring is leaving, so I bring bottles of wine to see it off. From the..

Talks 2024.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