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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랑에 매여

Whitman Park 2025. 1. 29. 08:30

새해 첫 달 마지막 주일 예배 때 세례 받는 여성의 신앙간증을 들었다.

젊어서 대학 다닐 때 채플 시간에 예수님을 알게 되었으나 결혼하고 살다 보니 주님과 멀어졌다.

그러다가 큰 아이가 병석에 눕자 주님을 찾게 되었다. 아들이 하나님 품에 안길 때 엄마도 교회 나가라고 간곡히 말했다. 그래서 자기도 하늘나라에 가서 아들을 만나고자 세례를 받게 되었다는 간증이었다.

그녀에게 교회는 소망의 언덕이요, 하늘나라는 기쁨의 땅이 될 터였다.

 

내가 좋아하는 찬양이 바로 그러한 내용이었다. 

"오직 주의 사랑에 매여"의 가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1]

 

오직 주의 사랑에 매여 내 영 기뻐 노래합니다
이 소망의 언덕 기쁨의 땅에서 주께 사랑 드립니다

 

오직 주의 임재 안에 갇혀 내 영 기뻐 찬양합니다
이 소망의 언덕 거룩한 땅에서 주께 경배 드립니다

 

주께서 주신 모든 은혜 나는 말할 수 없네
내 영혼 즐거이 주 따르렵니다. 주께 내 삶 드립니다

 

* 설을 앞둔 2025.1.26 양재온누리교회 2부 예배의 찬양

 

크리스천이 주님의 '사랑에 매여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자유를 박탈 당하고 '묶였다'는 의미가 아니다.

주님의 사랑이 얼마나 좋은지 알기 때문에 늘 사모하고 그 곁에서 떠날 수 없다는 고백이다.

예수님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복음 11:30).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복음 8:32)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쳐주신 복음은 지키고 따르기 어렵지 않고, 진리를 알게 됨으로써 영혼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 설 연휴로 단원이 빠졌어도 열심히 연주하는 양재온누리 체임버

 

위에서 말한 사랑이 아가페적 사랑이라면 남녀가 현세에서 일상적으로 느끼고 가슴앓이하는 것은 에로스적 사랑이다.

세상 사람의 절반이 남자고 절반이 여자라지만 이들이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서로 만나 좋아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은  인연이나 운명으로도 풀이할 수 없는 신묘한 그 '무엇'이 있다.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난 가수 김광석이 애절하게 불렀기에 이 곡을 들으면 떠나간 사랑이 더욱 슬프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거리에서 – 김창기 작사・작곡 김광석 노래

On the Street  - Lyrics by Kim Chang-ki 

and sung by Kim Kwang-seok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은 무얼 찾고 있는지

뭐라 말하려 해도 기억하려 하여도

허한 눈길만이 되돌아와요

When the streetlights are lit one by one in the street

and another day falls beyond the dark red sunset,

Somehow everything seems dreamy.

I wonder what my reflection on the window is looking for.

Even tho’ I try to say something, or try to remember,

Only an empty stare comes back.

[A]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 버린 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 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 속에 잊혀져 가요

[B] I miss you, your beautiful face

As if nothing happened,

After you left for a faraway place I don't know,

Sad memories of love scattered without sound.

Now, both your appearance and the love we shared together

are forgotten in slow time.

거리에 짙은 어둠이 낙엽처럼 쌓이고

차가운 바람만이 나의 곁을 스치면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옷깃을 세워 걸으며 웃음 지려 하여도

떠나가던 그대의 모습 보일 것 같아

다시 돌아보며 눈물 흘려요

Darkness piles up like fallen leaves on the streets.

When only a cold wind touches my side,

Somehow everything seems dreamy.

Even if I walk with my collar up and try to smile,

I feel like I can see you walking away.

I look back and cry tears.

[A] 반  복

[B] repeat

 

 

 

위의 찬양에서는 주의 사랑에 매였다고는 하지만 주님께 받은 은혜를 이루 다 말할 수 없어서 내 영혼이 즐겁게 주를 따르고 헌신할 것을 다짐한다. 나의 죄를 사하고 구원하신다는 주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기만 하면 무슨 일이든지 담대하게 할 수 있다는 '자유의 선언'이나 다름 없다.

반면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며 쓸쓸함과 우울감에 젖어드는 사랑은 건강하지 못한 것 같다.

상대방을 소유물처럼 여기고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려 드는 가스라이팅이나 각종 스토킹 범죄가 그러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일단 확인하였으면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김광진 "편지"의 첫 구절)하고 쿨하게 체념하고 집착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자유롭게 하는 사랑(Freeing Love)이냐, 나를 속박하는 사랑(Binding Love)이냐 판별하기란 쉽지 않다. 아주 어려운 문제인 만큼  이것을 가지고 고민하는 젊은이라면 그러한 사랑을 소재로 한 고전 명작이나 화제의 영화를 보면서 간접경험 삼아 공부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2] 

 

* 눈 덮인 월정사 앞 오대천은 고즈넉한 黑白 수묵화를 보여줬다.

Note

1] '사랑에 매여'라는 표현을 어떻게 하면 실감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영어로 옮겨보았다.  이를테면 bind의 수동형인 bound일까, 아니면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의 connected일까?

인터넷을 검색해보아도, 또 AI 검색기에 물어보아도  영미권에서는 그러한 찬송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히 우리나라 블로그(http://www.cinfonet.kr/new_b019/191)에 영어로 번역해 놓은 게 있어서 여기 소개한다.

 

I’m bound by Your love alone. 
My soul sings Your praise and rejoice.
With Your hope on this mount,
With Your joy on this earth,
Lord, I give my love to You.

I’m surrounded by Your presence, Lord.
My soul sings Your praises and rejoices.
With Your calling on this mount, 
With Your work on holy ground,
Lord, I worship You, my God.

For Your immeasurable grace for me,
Is too marvelous to explain in words. 
My soul, I confess, will follow You to the end.
Lord, I give my life to You. 

 

2] 세속적인 의미에서 자유롭게 하는 사랑은, 19세기 영국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대방에 대한 오만함이나 첫 인상에 치우친 편견을 버린다면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대의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은 상대방에게 집착할 경우 어떠한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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