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4

봄이 간다커늘 ‥‥ 서럽구나

꽃샘추위가 오래간다 싶더니 이내 봄기운이 온누리에 가득찼다. 잠시 지체되었던 화신(花信)이 일제히 당도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 탓인지 전에는 일주일씩 간격을 두고 순차로 피던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이 거의 동시에 피고 지는 것 같다. 5월이 되어야 피던 라일락 꽃도 피어나 지금 '벚꽃 엔딩'을 함께 부르고 있다. 그렇기에 옛부터 시인은 가는 봄을 서러워말라고 일렀나보다. 봄은 낙화를 남기고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봄이 간다커늘 술 싣고 전송(餞送) 가니 낙화(落花) 쌓은 곳에 간 곳을 모르노니 유막(柳幕)에 꾀꼬리 이르기를 어제 갔다 하더라 They say spring is leaving, so I bring bottles of wine to see it off. From the..

Talks 2024.04.09

꽃 한 송이 드리리다

연말연시를 맞아 친한 친구나 지인들에게 보낼 연하장에 새해 복을 빌어주는 어구(Season's greetings)는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친구가 황금찬(1918~2017) 시인이 임술년(壬戌年 1982)을 맞아 독자들에게 축복을 전하였던 시 한 편을 소개해 주었다. 처음엔 말 그대로 생화(生花) 한 송이를 선물 받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영어로 옮기면서 곱씹어 볼수록 내가 받고 싶은 꽃 한 송이는 과연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꽃 한 송이 드리리다 - 황금찬 A Flower for You by Hwang Geum-chan 꽃 한 송이 드리리다. 복된 당신의 가정 평화의 축복이 내리는 밝은 마음 그 자리 위에 눈이 쌓이듯 그렇게 -- A flower for you. Blessed be yo..

전시 2023.11.29

클라라 슈만의 리트와 우리 가곡 '마중'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로마와 베네치아, 밀라노는 여러 번 가보았다. 그때마다 피렌체는 로마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 밖으로 잠깐씩 보는 것에 그쳤다. 물론 피렌체도 가보고 싶은 여행지 1순위였다. 그러나 토스카나(영어 Tuscany) 지방을 포함해 플로렌스(영어식 표기 '꽃의 도시')를 꽃피는 계절에 여러 날 돌아다닐 작정을 했기 때문에 여태껏 그 꿈이 실현되지 못한 것이다. 대신 여행기나 소설, 영화 속에선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가보았다.[1] 최근 라디오를 청취할 때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 1819-1896)은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과의 법정으로까지 비화됐던 로맨스는 물론 슈만 내외가 발굴한 브람스(Jo..

공연 2023.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