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26

꽃길만 걸으세요

"꽃길만 걸어라"고 말하지만과연 그게 축복일까?꽃길만 걷는다면예쁘고 진기한 꽃도 보고꽃향기도 그윽하겠지.하지만떠들썩 구경하는 사람도훼방꾼도 적잖을 거야.무엇보다도그 꽃길에서는 누가 물을 주며가루받이할 벌 나비는 어떻게 끌어 모을까!   지난 3월 말 강원도에 갔을 적엔 봄꽃이 아닌 눈꽃송이를 보아 전혀 뜻밖이었다. 그렇기에 강릉 경포호에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듣고 강원도로 떠났다.진부 오대산역에 내렸을 때 진부택시의 안희진 기사가 4월 14일까지 삼척 맹방리에서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고 귀띔해줬다.  근덕 IC로 나가면 도로변의 가로수 벚꽃도 아주 볼 만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 다음 날 아침 맑은 날씨임을 확인하고 처음 가보는 삼척 맹방리로 떠났다.  과연 삼척..

전시 2024.04.15

강릉 솔올미술관 개관 전시회

최근 강릉에 공공미술관이 산뜻한 모습으로 개관을 하여 화제가 되었다. 바로 강릉 市가 솔올('소나무가 많은 고을'이라는 뜻) 지구에 아주 멋있는 솔올미술관(Sorol Art Museum: S를 고딕체의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한 5OROL AM)을 세운 것이다. 마이어 파트너스(Meier Partners)가 설계하고 4년 여의 준비 끝에 높은 언덕 위에 순백색의 건물이 들어섰다.[1]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현대건축의 거장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의 건축 디자인과 철학을 보여주고 있어 그 자체가 하나의 미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개관전(2024. 2.14 ~ 4.14)으로 아르헨티나 출신 현대미술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1899∼1968)의 공간주의(Spatialism..

전시 2024.03.30

Picturesque 봄의 수채화

내가 좋아하는 영어 단어에 'Picturesque'가 있다. 마침 친구가 보내준 '봄'에 관한 여러 편의 시(詩) 중에 그림을 보는 듯한 시 한 편(A picturesque poem)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수채화 같은 봄 풍경"을 검색해 보니 아래의 그림을 찾을 수 있었다. 봄 풍경을 상상하며 시를 우리말과 영어로 차례로 읽어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시인은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과 들을 배경으로, 아니 청중으로 여기고 인생 곡을 연주하라고 한다. 봄의 수채화 - 양봉선 복사꽃 화사한 봄날 어스름 해질 무렵 어머니 젖무덤처럼 완만한 능선 따라 쉼없이 거닐 때 먼 발치 언뜻언뜻 보이는 형형색색 절경 수채화 물감 풀어 놓은 흐드러진 산야 벗삼아 인생을 연주하리라 Watercolors of Sp..

전시 2024.03.15

잠실 금아(琴兒) 피천득 기념관

잠실 롯데에서 열리는 친구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롯데 민속박물관을 찾아 갔다. 마침 시간여유가 있어 3층 엘리베이터 홀 앞에 있는 금아 피천득 기념관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지금도 피천득(皮千得, 1910 ~ 2007) 하면 그의 수필이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었기에 '인연', '5월', '청자 연적(靑瓷硯滴)', '파격' 같은 말부터 연상되곤 한다. 그런데 식민지 시대와 건국 시기를 살았던 지식인이자 영문학자로서 그의 삶을 몇 개의 단어로 나타낼 수는 없을 것이다. 작은 아파트 크기의 전시실에는 그의 전 생애가 일목요연하게, 또 아기자기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유명 인물의 기념관을 나름대로 많이 찾아다닌 바 있다. 얼핏 떠오르는 사람만 해도 조지 워싱턴(Mount ..

전시 2024.02.18

광주 아시아 문화의전당 기획전시회

12월 22일부터 광주 아시아 문화의 전당(ACC)에서 아주 특별한 국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온 인류가 집중호우, 폭염과 폭설 등 '기후변화'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ACC가 라는 제목으로 특별전시회를 기획한 것이다. 내년 2월 25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4관에서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수, 토는 저녁 8시까지 연장)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가이아(Gaia)'란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의 여신'을 말한다. 카오스가 혼돈 상태에서 낳은 딸이다. ACC는 이번 전시회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하여,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양한 각도로 조망하는 전시"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2023 ACC 사운드 랩' 공모를 통해 선정된 한 팀의 작품을 포함하여 한국, 중국, 일..

전시 2023.12.26

꽃 한 송이 드리리다

연말연시를 맞아 친한 친구나 지인들에게 보낼 연하장에 새해 복을 빌어주는 어구(Season's greetings)는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친구가 황금찬(1918~2017) 시인이 임술년(壬戌年 1982)을 맞아 독자들에게 축복을 전하였던 시 한 편을 소개해 주었다. 처음엔 말 그대로 생화(生花) 한 송이를 선물 받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영어로 옮기면서 곱씹어 볼수록 내가 받고 싶은 꽃 한 송이는 과연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꽃 한 송이 드리리다 - 황금찬 A Flower for You by Hwang Geum-chan 꽃 한 송이 드리리다. 복된 당신의 가정 평화의 축복이 내리는 밝은 마음 그 자리 위에 눈이 쌓이듯 그렇게 -- A flower for you. Blessed be yo..

전시 2023.11.29

가을날 집을 짓지 못 하는 사람

콘서트장, 미술 전시장은 사람들이 여유가 생기면 많이 찾는 곳이다. 나 역시 은퇴하면 한 달에 적어도 한두 번 찾아가보기로 작정했으나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난 후에도 인터넷 예약을 제때 하지 못해 귀중한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 이건희 컬렉션,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 등 알면서도 전시기간을 지나쳐 버렸다. 아마도 가족이나 지인이 인터넷으로 예약했다며 연락을 해왔으면 만사 제치고 찾아갔을 거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ARTE 채널에서 우연찮게 대전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 전시회 안내를 볼 수 있었다. 대전역 부근 옛 동양척식회사 자리에 있는 헤레디움 미술관에서 가을을 주제로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초대작가는 독일의 신표현주의 거장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로서 그가 라이너 릴케..

전시 2023.11.05

증강현실(AR)에서의 Flower Show

강남 디자인 위크 2023 행사가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서 5월 26일(금) ~ 5월 30일(화) 닷새 동안 열리고 있다. 강남구 주최로 지하철 7호선 논현역과 학동역 사이의 여러 가구업체와 인테리어 전시장, 그리고 가두(街頭)가 행사의 무대이다. 주최 측에서는 행사기간 중 참가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QR 스탬프를 찍어 일정 갯수를 모으면 선물을 증정한다 하므로 먼저 주제관인 연빌딩(강남구 학동로 138)에 가서 사전예약 등록부터 하는 게 요령이라고 한다. 선물은 선착순으로 지급이 되므로 물량이 소진되기 전에 지도를 보며 관심있는 전시공간부터 찾아가볼 일이다. 여기서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전시공간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행사 참가 브랜드의 섭외 및 전시기획은 인..

전시 2023.05.27

세잔과 모네의 아틀리에

코로나가 풀리면서 3년만에 실행에 옮긴 이번 프랑스 일주 여행에서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는 프랑스의 대표적 화가인 폴 세잔(Cezanne, 1839-1906)과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아틀리에를 직접 가 보았다는 것이다. 비록 고인이 떠난지 오래고 관광객들의 관람을 위해 다소 변형되었다 해도 창작 현장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패키지 투어 일정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여러 관광객들 틈에 섞여 해설을 들으며 제대로 관람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그동안 몰랐던 그림 탄생의 비화를 비롯한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세잔의 스튜디오는 화가가 태어나 법과대학까지 다녔던 액상프로방스 외곽의 높은 언덕 위에 있다. 그가 60점 이상 즐겨 그렸던 생트빅트와르(Sainte Vic..

전시 202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