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적 진실발견 3

시빌 액션(A Civil Action, 1998)

최근 들어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반대해 온 동강댐, 제주도 송악산 개발계획이 백지화되면서 환경운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을 지켜볼 때 지역개발을 서두르는 정부나 이윤을 앞세우는 대기업과 맞서 싸우는 환경운동은 보통의 열정만 가지고는 하기 어려운 것임을 직감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주민을 위하여 대기업과 환경소송을 벌이는 작은 로펌의 변호사 이야기를 그린 1998년작 (A Civil Action; '민사소송'이라는 뜻)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법률쟁송에 허덕이는 의뢰인들로부터 많은 돈을 받아내는 변호사도 자칫하면 파산할 수 있다는 점, 승소 여부가 불투명한 대형 민사소송은 그 자체가 막대한 투자를 요하는 벤처 사업이나 다름없다는 점..

영화 2022.02.18

시카고(Chicago, 2002)

2003년 말부터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면서 수많은 정치인·기업인들이 검찰에 소환되고 일부는 구속되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변호사는 역대 대검 중수부장을 역임한 변호사들이었다. 한때 정치자금 수사를 담당하였던 그들이기에 법의 예봉을 피할 수 있는 비결도 잘 안다는 것일까? 국가기강을 바로 잡던 전직에 걸맞게 사건 의뢰인들에게 검찰신문에 걸려들지 않고 사실을 호도하는 요령을 전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유리하도록 소송사건을 센세이셔널하게 수행하면서 허위증거를 법정에 제시하고 사실관계를 조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체적 진실은 은폐되고 죄를 지은 사람이 되레 큰소리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이와 같이 사법정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

영화 2022.02.18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Rules of Engagement, 2000)

고급 옷 로비 사건, 한빛은행 부당대출 사건, 정현준 게이트, 청와대 구내 총기사고 등 일련의 사건에서 국민들은 眞相은 발표된 것과는 사뭇 다르다고 믿고 있다. 고급 옷 로비 사건의 경우 검찰 수사팀이 여러 차례 바뀌고 국회 청문회가 열렸으며, 나중에는 특별검사까지 임명이 되어 수사에 나섰지만 진상이 속 시원히 규명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실체적 진실발견은 어렵다는 이야기고, 권력의 이너서클이 진실을 은폐하려고 할 경우에는 국가의 수사권도 속수무책이라는 말도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상의 사건을 놓고 벌어지는 진실발견 게임을 다룬 영화 는 우리의 흥미를 끈다. 원제는 미군의 '교전수칙(交戰守則)'을 의미하는데, 법정소재를 즐겨 다루는 할리우드에서는 관객들에게 미군 교전수칙 내용..

영화 202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