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43

대조적인 뮤지컬 두 편 감상기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우연찮게도 오전과 오후에 뮤지컬 두 편을 감상하였다.하나는 양재 온누리 주일예배의 특순으로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보았다. 그리고 그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압구정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히피 스타일로 각색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가족과 함께 관람했다.  양재 온누리교회의 뮤지컬 팀이 무대에 올린 '크리스마스 칸타타'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뮤지컬 신참 가수가 갑자기 못 나오게 된 주연배우 대신 주역을 맡게 되었는데 혹시 실수를 하여 공연을 망칠까 걱정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예수님의 생일 축하 파티가 열리고 목자들이 나타나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그때 예수의 부모님이 등장해 예수 탄생의 일화를 전하고,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에 갔을 때 그가 구세..

공연 2024.12.22

파보 예르비와 임윤찬의 협연 무대

서울 예술의 전당에 아내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남자가 나이가 들면 와이프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12월 초엔 교토 디자인 투어에 따라간 데 이어 이번엔 H은행 큰 고객인 아내가 어렵게 구해온 로얄석 티켓을 받아들고 간 것이다.  에스토니아 출신 파보 예르비(Paavo Järvi, 1962-  )가 지휘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한국의 자랑 임윤찬이 협연하는 무대라고 해서 기대가 컸다.약관의 한국 청년이 미국의 반클라이번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할 때의 그 극적인 장면을 기억하기에, 또 2024년에는 그라모폰 상 등 유럽의 권위있는 여러 클래식 음악상을 수상했기에 저녁 시간에 예술의 전당에 물밀듯이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고도 놀랍지 않았다.한국의 영 아티스트들이 세계 유수의 음악상을 받는 것도 국민들의..

공연 2024.12.20

파사칼리아(Passacaglia)의 매력

파사칼리아(Passacaglia, g는 묵음)는 본래 샤콘느와 함께 스페인의 춤곡이었으나 바로크 시대에 바흐와 헨델이 새롭게 해석하고 여러 곡을 작곡하면서 기악곡으로 많이 연주되고 있다. 바흐의 곡은 파사칼리아의 전범이 되었으며, 헨텔의 곡은 단순하면서도 반복되는 멜로디가 여러 가지로 변주되어 많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특히 할보르센이 편곡한 곡은 바이올린과 비올라 또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이중주로 헨델의 원곡보다 더 많이 연주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양인모와 용재 오닐이 함께 연주하는 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 편곡은 YouTube에서도 백만 뷰를 자랑하고 있다.  할보르센에 의한 헨델의 파사칼리아 편곡은 템포를 빨리하여 전자음악으로 연주하는 경우 애니메이션과도 잘 어울려 그 BGM으로 많이 쓰인다. 아래의..

공연 2024.12.17

Poems of December

12월의 아침에 헨리 퍼셀(Henry Purcell, 1659-1695)의 왕정복고 연극 〈요정 여왕〉 (The Fairy Queen, 1692) 제4막에 나오는 "Now Winter Comes Slowly"를 들었다.본래 세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의 가사를 개사하여 만든 노래였는데 이를 극작가 토마스 버튼이 시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Now Winter Comes Slowly  - written by Thomas Betterton, composed by Henry Purcell Now winter comes slowly,Pale, meager and old,First trembling with age,and then, quivering with ..

공연 2024.12.02

詩唱 신광수의 관산융마(關山戎馬)

요즘 블랙핑크 로제가 YouTube에 올린 "아파트" 뮤직 비디오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미국의 인기 가수 브루노 마스와 콜라보를 하여 더욱 반응이 좋은데 우리 세대에게 익숙한 윤수일의 "아파트" 곡조와 박자가 사이사이 들어 있어 7080 AZ(아제) 세대가 듣기에도 크게 거북하지 않다. 그 동안 한국의 아파트는 영어권에서 apartment, condominium, co-op을 이르는 말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했던 것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었다.  이 뮤비를 처음 접한 외국의 젊은이들도 로제-브루노 마스의 노래와 율동을 따라 하다가 "Apt가 뭐지?", "오리지널 곡이 있었다고?" 관심이 바뀌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곡 덕분에 대도시 뿐만 아니라 농촌 마을까지도 점령한 한국..

공연 2024.11.01

말러의 '가을에 고독한 자'

늦더위 뒤에 찾아온 가을이어서인지 사방에서 가을을 그리워하고 기다렸다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KBS 1FM에서도 말러의 교향곡 "대지의 노래"(Das Lied von der Erde) 제2악장에 나오는 가곡 "가을에 고독한 자"(Der Einsame im Herbst)를 음악과 함께 소개했다.그리고 "대지의 노래"에 들어 있는 여섯 곡의 노래가 모두 이백의 비가행(悲歌行) 같은 중국 당시(唐詩)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가을에 고독한 자"는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전기(錢起, 722~780?)의 효고추야장(效古秋夜長)이 원전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한시(漢詩)의 제목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效古'란 옛것을 본 받는다는 뜻이니 아마도 그 전에 내려오던 '긴 가을밤(秋夜長)'이란 시를 조금 ..

공연 2024.10.06

부산 해운대의 버스커와 1만 시간의 법칙

8월 말 간만에 부산 해운대에 놀러갈 일이 있었다.부산시에서 폭염 경보를 내릴 정도로 더위가 계속되자 해운대 해수욕장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바닷물 속에 뛰어드는 내외국인 수영객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가을 절기가 시작되어서인지 아침 저녁으로는 소슬바람이 불었다.밤이 되자 백사장에 마련된 버스커 공연무대에서는 여기저기서 버스킹을 하는 가수들이 공연을 하여 산책로를 오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기타를 치며 혼자 또는 듀엣으로 노래하는 가수도 있고 MR 반주음악을 틀어놓고 간이 드럼을 두드리며 신나게 부르는 가수도 있었다. 흥겨운 나머지 청중석에서 뛰어나와 모래밭에서 함께 춤을 추는 관광객들도 있었다.한국의 제일 유명한 피서 관광지에서 한여름밤에 일어날 수 있는 유쾌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

공연 2024.08.31

The End of August

8월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시달렸기에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소슬바람이 반갑기 그지없다.그러나 내 기억 속에 8월의 마지막은 반갑기보다 아쉬움과 쓸쓸함으로 남아있다. 그것은 야니(Yanni)의 명곡 "The End of August" 때문이다.1994년 미국 유학생활을 거의 마칠 때쯤 그 연주 실황을 미국의 공영방송 PBS 채널에서 아주 인상깊게 보았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의 야간 공연,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열띤 청중의 반응, 감미로운 바이올린 연주가 영화배우 같은 야니의 제스처와 함께 가슴 속에 각인되었다. 만학(晩學)에 힘들었던 로스쿨 공부가 끝나간다는 아쉬움과 함께 또 언제 이렇게 자유로운 학창생활을 해볼 것인가 하는 상념에 젖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스가 낳은 세계적인 ..

공연 2024.08.26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폭염(暴炎)이 열흘 이상 지속되고 있다. 열대야로 시달리는 가운데 입추를 맞았으니 가을을 더욱 고대하게 된다.가을이 오려면 아직 멀었지만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는 심정과 같지 않을까?잘 모르는 일기도를 보면서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을 밀어낼  시원한 기단(氣團)이 언제쯤 나타날까 찾아본다. 그렇다고 슈퍼 태풍이 몰려와 피해를 줘도 곤란하지만 지금의 기상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태풍 밖에는 없을 듯 싶다. 오래 지속된 긴 장마가 속히 끝나기를 기원하는 한시(漢詩)가 위의 폭염 속에 가을을 기다리는 심정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十日長霖  (열흘씩 가는 긴 장마)- 一朵紅 (일타홍) 취연 (翠蓮)十日長霖若未晴鄕愁蠟蠟夢魂驚 ..

공연 2024.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