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우연찮게도 오전과 오후에 뮤지컬 두 편을 감상하였다.
하나는 양재 온누리 주일예배의 특순으로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보았다. 그리고 그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압구정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히피 스타일로 각색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가족과 함께 관람했다.
양재 온누리교회의 뮤지컬 팀이 무대에 올린 '크리스마스 칸타타'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뮤지컬 신참 가수가 갑자기 못 나오게 된 주연배우 대신 주역을 맡게 되었는데 혹시 실수를 하여 공연을 망칠까 걱정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예수님의 생일 축하 파티가 열리고 목자들이 나타나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 예수의 부모님이 등장해 예수 탄생의 일화를 전하고,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에 갔을 때 그가 구세주임을 증언한 시므온, 안나까지 와서 격려를 해주었다.
꿈에서 깨어난 가수는 힘을 얻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주인공이 꿈속으로 들어갈 때면 무대 뒤 스크린에 환상적인 영상이 나타난다.
뒤 이어 크리스마스 파티가 벌어지는데 그녀가 안내 받아 간 테이블에서는 손님들이 모두 술잔이 아닌 오렌지 주스 잔을 들고 건배를 외친다.
무대 경험이 일천하여 걱정하던 신참 배우는 세상에서 소외되고 천대를 받던 목자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구세주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라고 하셨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부모와 함께 예루살렘 성전에 온 어린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알아보았던 시므온과 안나를 만나 자신도 전능하신 하나님에 의존하여 무대에 선다면 두려움이 없겠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잠에서 깬 주인공은 뮤지컬 무대에 올라 자신감 넘치게 연기를 펼치고 성공적으로 뮤지컬 공연을 마친다.
이어서 크리스마스 주일 설교를 하신 강부호 목사는 2000여년 전에 이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구원을 받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인생이나 가정이 어려움에 처했을지라도, 나라와 경제가 혼란에 빠졌을지라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간절한 기도와 응답을 통해 회복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오후 3시에는 압구정동 광림교회 뒷편에 있는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 가서 왕년의 화제작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보았다.
이런 곳에 뮤지컬과 연극 공연을 할 수 있는 대형 극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개막 시간이 가까워오자 티켓 창구가 있는 7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뮤지컬의 황제 앤드류 로이드웨버가 젊은 시절에 같은 20대인 팀라이스와 콤비를 이루어 작곡자와 작사자로 제작에 참여한 록 오페라이다.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마지막 7일간(Passion)을 다룬 것으로 예수의 고뇌에 찬 겟세마네 기도, 최후의 만찬, 대제사장 가야바-헤롯왕-빌라도 총독의 재판, 십자가 죽음을 내용으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이후 연말이 되면 여러 차례 공연된 바 있는 전설적인 뮤지컬이다. 1971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될 때부터 가룟 유다의 비중이 베드로나 요한보다 훨씬 크고 성경의 해석이 파격적일 뿐만 아니라 당시 유행하던 록앤롤 음악과 그에 맞춘 춤동작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조하여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뮤지컬이 끝난 후 공연을 같이 본 가족과 감상평을 나누면서 오늘 무대에 선 배우들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내가 마이클 리의 팬이어서 이날 공연을 선택한 것인데 신문에는 9년 만에 예수 역을 맡게 된 박은태 배우의 인터뷰 기사가 크게 실렸다.
나는 예수를 배신한 가룟 유다 역을 맡은 배우에게 호감이 갔다. 그는 누구보다도 로마 지배 하의 이스라엘의 독립에 열심이었고 회계 담당 사도로서 예수를 측근에서 보필하였으나 사사건건 그와 노선과 일처리 방식이 달랐던 스승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그의 심정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유다가 막달라 마리아가 불렀던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을 변주로 부르는 것도 처음 보았다. 그런데 그냥 몸만 떠나면 됐지, 왜 돈을 받고 스승을 팔아서 영원히 '배신자'로 낙인이 찍혔을까 측은하였다.
또 예루살렘 상에 들어오는 예수를 보며 '호산나, 호산나' 하고 외치면서 열광적으로 환호하던 유대인들이 그 며칠 후엔 태도가 돌변했다. 그를 십자가 형에 처하라고 외치며 그에게 모욕을 가하는 장면을 보면서 오늘날 SNS 소문에 쉽게 흔들리고 대중 집회에 선뜻 나서는 군중을 떠올렸다. 그 결과 그들은 예루살렘에서 쫒겨나 온 세계를 유랑하는(Diaspora) 민족이 되고, 급기야 그들의 후손은 홀로코스트의 희생 제물이 되었던 것이다.
12월 들어 교토로 미술관 순례를 다녀오고 예술의 전당에서 임윤찬 협연을 관람하는 등 바쁘게 보냈다.
어제는 하루 동안 뮤지컬 두 편을 통해 예수를 만나 자신감을 회복한 사람과, 예수에 등을 돌려 인생을 망치고 영원히 저주를 받게 된 사람을 보았다.
그들의 삶을 하늘과 땅 차이로 갈라놓은 계기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금년 크리스마스를 맞게 되었다.
한편 오랫동안 우리 식구들에게 기쁨과 슬픔을 안겨준 쁘띠가 생전에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우리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아들이 ChatGPT-4o를 써서 만들어주었다.
영락없이 생전 쁘띠의 동작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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