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9

짝사랑을 다룬 시나 소설, 영화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 1737 - 1805)이 연애시(戀愛詩)를 썼다니~!조선 후기에 이용후생(利用厚生)을 강조한 실학자요 청나라에 다녀온 기행문 《열하일기(熱河日記)》와  《허생전(許生傳)》, 《호질(虎叱)》같은 소설을 쓴 근엄한 선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한 여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이렇게 곡진(曲盡)하게 표현한 것이다(안대회, 《조선의 명문장가들》, Humanist, 2016에서 인용). '썸' 타는 사람의 마음은 조선 시대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대는 오지 않고 [1] 저물어 용수산(龍首山)에 올라 그대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소.강물은 동쪽에서 흘러왔지만 그 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더이다.밤이 이슥하여 달빛을 받으며 돌아오는데, 정자 아래 늙은 나무가 하얀빛을 띠며 사람처럼..

드라마 2024.07.05

어느 60대 老부부의 이야기

성탄절 새벽 서울 방학동에서 일어난 아파트 화재로 어린 딸을 안고 뛰어내린 젊은 아빠의 이야기가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뉴스가 연상이 되어서일까, 때마침 TV조선의 트롯 오디션 프로에 나온 9세 소녀가 부른 "울 아버지 보고 싶어요"라는 노래가 이 나라 부모 특히 남성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한다. 아무리 시절을 타는 유행가라 해도 개인적인 이벤트와 결부되면 시간을 뛰어넘는 명곡이 되기 마련이다. 내가 64세가 되었을 때 결혼기념일을 맞아 시내 호텔에서 가족회식을 하고 들었던 노래가 비틀즈의 "내 나이 예순넷이 되면" 이었다. 비틀즈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놀랍게도 61세가 아닌 16세 때 작사하고 존 레논과 함께 만든 곡이다. 이 노래는 1967년 'Sgt. Pepper's Lonely Hear..

드라마 2024.01.05

NUMBERS: K드라마의 놀라운 변신

이제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할 때 Naver, Google 같은 검색 포털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코로나 시대부터 인터넷 검색의 요령이 바뀌었다. 대면(face to face) 접촉이 어려워진 대신 동영상을 통해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는 YouTube를 많이 찾게 되었다. 그런데 YouTube에서는 평소 이용자가 주로 무엇을 찾아보는지 기억해두는 것 같다. 그 다음에 열어보면 검색창에 입력하지 않았는데도 전에 본 것과 비슷한 동영상 채널을 전면에 제시하곤 한다. 바로 알고리즘 때문인데 편리하기보다는 당혹스러울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면 YouTube 서버를 디톡스(detoxify, 제독/除毒) 시킬 필요가 있다.[1] 최근 YouTube에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위와 같은 식으로 한국 드라..

드라마 2023.07.21

라흐마니노프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

금년 3월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Vasilyevich Rachmaninoff, 1873. 4. 1, 舊曆 3.20 – 1943. 3. 28)의 탄생 150주년이자 서거 80주년이 되는 달(month)이다. KBS 제1 FM에서도 개국 44주년 기념으로 4월 2일(일)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다양한 '라흐마니노프' 특집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마침 용산에 있는 국립박물관 용(龍) 극장에서도 를 4월 1일부터 개막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KBS FM방송의 일부 코너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여의도에 있는 신영 홀에서 청중을 모아놓고 라이브로 진행되었다. 특히 피아니스트 김주영 씨가 진행하는 프로에서는 라흐마니노프가 수학한 모스크바 음악원(Moscow Concervatory) 출신 피아..

드라마 2023.04.03

예상을 뛰어넘은 '오겜' 신드롬(2021)

G: 요즘 (이하 '오겜')을 안 본 사람은 대화에 끼지 못한다고 해요. P: 네, 저도 혼자서는 못 보았을 텐데 식구들이 연휴에 전편을 정주행하는 바람에 안 볼 수 없었어요. G: 저도 그랬지요. 나이가 있는 분이나 마음 약한 사람은 무궁화 술래 놀이를 하면서 총으로 쏘아 죽인다는 게 큰 충격이었을 겁니다. P: 사실 어려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총을 쏜다 해도 물감 든 탄환을 쏘아 탈락시키면 될 텐데 모두 관에 실려 나가잖아요! G: 사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말고도 딱지치기, 줄다리기, 달고나, 오징어놀이 같은 거 많이 하고 놀았지요. 나이 지긋한 분들은 아파트가 아닌 동네 골목길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많이 하고 놀았지요. P: 이러한 한..

드라마 2022.02.28

빨강머리 앤 (Anne with an E, 2017)

G: 요즘 '집콕' 생활 잘 하고 계십니까? P: 네, 영화 보는 게 취미인데 집에서 Netflix 보는 걸로 달래고 있지요. 옛날에 비디오 빌려다 보던 게 생각나더군요. 또 장거리 비행할 때 기내영화 보던 것도 생각 났어요. 한 가지 다른 점은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동안 Netflix가 제 취향을 알아보고 계속 새로운 영화, 드라마를 추천해주는 거예요. 중간에 광고도 없고 10초 앞뒤로 돌려보기/당겨보기가 가능하니 한번 빠지면 몇 시간은 쉽게 보게 되는 것 같았어요. "정주행"이란 말을 새삼 실감했지요. G: '정주행'은 연속극 볼 때 쓰는 말인데 무슨 드라마를 보셨지요? P: Netflix 오리지널로 세 시즌에 걸쳐 방영한 "Anne with an E"[1]였어요. 스토리를 다 알기에 제외하..

드라마 2022.02.21

일본 드라마 써머 스노우(2000)

제목 “여름에 내리는 눈”은 깊은 바다에서 하얀 물체가 눈 내리는 것처럼 바다 밑으로 떨어지는 'marine snow'를 이르는 말이다. 바닷물 표층의 생물 사체, 찌꺼기, 플랑크톤이 죽어서 작은 덩어리로 뭉쳐 눈처럼 내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Summer Snow는 1996년 제68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올랐던 홍콩 영화 "여인사십(女人四十)"의 영어 제목이기도 하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는 스코틀랜드 민요 “The Water is Wide”이며 일찍이 미국의 Peter Paul & Mary가 "There is A Ship"으로 개사해 불러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노르웨이의 소프라노 시셀 슈샤바(Sissel Kyrkjebø)가 잠피르(Gheorghe Zamfir)의 팬플룻 반주로 부른 곡은 200..

드라마 2022.02.20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tvN, 2018)

TV드라마 (스페인 발음으로는 알람브라)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에 내 앞에 서 있는 두 젊은이가 나누는 대화에 귀를 쫑긋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역시 tvN의 환타지 스릴러 멜로 드라마를 누구보다도 열심히 보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가 16회로 끝나자 "이제 주말엔 무슨 낙으로 사나"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A: 알함브라의 궁전 웃기지 않아? 증강현실(AR)이라며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잔뜩 올려놓고서 열린 결말로 끝을 맺으면 어떻게 하라는 거지? B: 나도 그렇게 생각해. EXO 찬열이를 환생시켰으면 현빈과 박신혜도 뭔가 보여줘야 했잖아? A: 왜 하필 알함브라 궁전이었지? 나도 가보았는데 지하감옥(dungeon)이 있다는 게 사실인가? 무엇보다도 타레가..

드라마 2022.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