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일본 드라마 써머 스노우(2000)

Whitman Park 2022. 2. 20. 11:30

제목 “여름에 내리는 눈”은 깊은 바다에서 하얀 물체가 눈 내리는 것처럼 바다 밑으로 떨어지는 'marine snow'를 이르는 말이다. 바닷물 표층의 생물 사체, 찌꺼기, 플랑크톤이 죽어서 작은 덩어리로 뭉쳐 눈처럼 내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Summer Snow는 1996년 제68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올랐던 홍콩 영화 "여인사십(女人四十)"의 영어 제목이기도 하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는 스코틀랜드 민요 “The Water is Wide”이며 일찍이 미국의 Peter Paul & Mary가 "There is A Ship"으로 개사해 불러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노르웨이의 소프라노 시셀 슈샤바(Sissel Kyrkjebø)가 잠피르(Gheorghe Zamfir)의 팬플룻 반주로 부른 곡은 2000년 일본 TBS의 드라마 “써머 스노우(Summer Snow)” 주제곡 OST로 삽입된 것이다.[1]

 

드라마 줄거리

총 11회로 구성된 일본 드라마 "써머 스노우(サマー・スノー)"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1]

 

스물한 살의 나츠오(일본의 인기 아이돌 가수 Tsuyoshi Domoto)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며 청각장애가 있는 동생 준과 혼전임신한 여동생 치카를 돌보고 있다. 그는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면서도 아주 쾌활하게 사람들을 대한다. 그의 취미는 스쿠버 다이빙이다. 한편 같은 동네 신용금고에 근무하는 유키(Ryōko Hirosue)는 나츠오의 긍정적인 삶의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유키는 심장 질환이 있음에도 나츠오와 사귀면서 스쿠버 다이빙도 배우고 병원에서 함께 봉사활동도 한다.

어려서부터 병원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던 유키와 친구를 했던, 병원장의 아들 닥터 세이지는 유키의 건강상태를 걱정하고 수술을 받도록 적극 권한다. 나츠오는 유키와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써머 스노우를 같이 보고 싶었지만 유키의 심장이 안 좋은 것을 알고 단념한다. 그리고 닥터 세이지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 가서 심장 수술을 받으라며 유키한테서 물러선다.

심장 발작으로 입원한 유키는 용케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몸도 완쾌되었으나 더 이상 나츠오를 만날 수 없다. 그녀를 문병 오던 나츠오가 자전거 타던 어린이를 구하려다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졌고 유키에게 심장을 기증했기 때문이다. 1년 후 유키는 나츠오의 심장을 갖고 바닷속에 잠수하여 나오츠와 함께 바닷속에 흰눈이 내리는 것을 본다.

 

* 깊은 바다에서 내리는 Summer Snow. Source: norikatsu320, YouTube.

감상의 포인트

이 드라마에서는 장기이식의 문제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유키가 미국에 심장이식 수술을 받으러 가려다 갑자기 심장 발작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해 심장 기증자를 기다리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문제는 다른 기회에 설명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이 드라마를 위해 특별히 편곡되고 개사가 이뤄진 "써머 스노우" 가사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2] 20년 전의 일본 드라마가 자칫 신파조로 보일 수도 있는데 그 가사를 한글로 옮겨보니 여자 주인공의 감정이 제대로 이입될 수 있었다.

 

Summer Snow  sung by Sissel 

여름에 내리는 눈 – 시셀 노래

 

It's summer snow in the deep blue sea.

I try to touch, but it fades away.

It must be a dream I will never get

just like my love that's crying for you.

깊고 푸른 바다에 내리는 여름의 눈
내가 잡으려 하지만 이내 사라져 버여요
마치 당신을 위해 우는 내 사랑처럼
결코 이룰 수 없는 꿈 같아요

If there were something not to change forever,

we could feel it deep, deep in our heart.

Today is over with a million tears.

Still everyone has a wish to live.

영원히 변치 않을 무엇인가 있다면
우리 가슴속 깊숙이 있을 텐데
수없이 많은 눈물 속에 오늘도 날이 저물지만
누구나 여전히 내일을 기다려요

Oh, I do believe everlasting love

and destiny to meet you again.

I feel a pain I can hardly stand.

All I can do is loving you.

아, 난 영원한 사랑을 믿어요
그리고 그대를 다시 만날 운명도요
견디기 힘든 아픔을 느끼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대를 사랑하는 것뿐

 

 

시셀의 노래는 여러 모로 우리의 가곡 "강 건너 봄이 오듯"과 비교가 된다. "Summer Snow"의 원곡이 스코틀랜드 민요 “강물은 넓고(The Water is Wide)”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살얼음이 남아 있는 뗏목과 짐 실은 배가 다니는 강물이 등장하는 봄맞이 가곡이 생각이 났던 것이다.

 

이 가곡의 가사는 "소식"이라는 제목의 사설시조에서 나왔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1982년 등단한 송길자 시인의 작품이다. 1992년 어느날 박재삼 시인(1933-1997)으로부터 KBS에 가곡으로 만들 시를 한편 보내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시인은 자신이 쓴 사설시조 "소식"을 문득 떠올렸다. 그리고 밤을 새워 부르기 쉬운 노랫말로 다듬고 또 다듬었다.

그런데 작곡을 의뢰받은 임긍수(1949~ )가 보기에 이 가사가 노래로 만들기에는 좀 길고 반복을 통한 리듬감을 살리기 어려웠다. 작곡가는 시인과 만나 후렴을 넣으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었다. 시인은 모든 것을 작곡가에 맡겨 가사를 1,2절로 나누고 그 사이에 후렴을 넣어 다른 듯 같은 아름다운 한국 가곡으로 만들었다.[3]

내친 김에 영어로 옮겨보았더니 "강물따라 뗏목처럼 흐르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여느 외국 시[4] 못지 않게 뛰어난 서정성이 느껴졌다.

 

강 건너 봄이 오듯 - 송길자 작시, 임긍수 작곡

As Spring Comes over the River

 

앞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꺼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안개 헤쳐왔네

연분홍 꽃다발 한아름 안고서

물 건너 우련한 빛을 우련한 빛을

강마을에 내리누나

앞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꺼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안개 헤쳐왔네

I wonder when the ice on the river will disappear.
A cargo boat has come through the morning mist.
It’s boastful of colorful spring flowers.
A hazy light is passing over the river
to a village at the riverside.
I wonder when the ice on the river will disappear.
A cargo boat has come through the morning mist.

오늘도 강물따라 뗏목처럼 흐를꺼나

새소리 바람소리 물흐르듯 나부끼네

내 마음 어둔 골에 나의 봄 풀어놓아

화사한 그리움 말없이 그리움 말없이

말없이 흐르는구나

오늘도 강물따라 뗏목처럼 흐를꺼나

새소리 바람소리 물흐르듯 나부끼네

물흐르듯 나부끼네

Today a raft flows in on the river.
I can hear birds and wind sing like a river.
My mind wanders with Spring in the shadow valley.
Then longing for someone becomes speechless.
Also the river runs speechless like a raft.
Today a raft flows in on the river.
I can hear birds and wind sing like a river.
They flow like a river.

 

Note

1] YouTube에서 11회 분량의 드라마를 100분 내외로 요약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2] NAVER 블로그 바람같이우화등선

3] Daum 블로그 泳柱 Blog 참조.

 

4] 문득 생각나는 외국 시 중에 윌리엄 스태포드의 "내게 물어보시오(Ask Me)"가 있다.

 

Ask Me  by William Stafford 

내게 물어보시오  - 윌리엄 스태포드

 

Some time when the river is ice ask me

mistakes I have made. Ask me whether

what I have done is my life. Others

have come in their slow way into

my thought, and some have tried to help

or to hurt: ask me what difference

their strongest love or hate has made.

강이 얼어 있을 때 나에게 물어보시오,
내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또
내가 행한 것이 내 삶이 되었는지 물어보시오.
다른 사람들은 천천히 내 생각 안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어떤 이는 나를 도우려고 했지만 또한
상처를 입혔다오. 그 차이가 무엇인지 내게 물어보시오.
그들은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하거나 미워했지요.

 

I will listen to what you say.

You and I can turn and look

at the silent river and wait. We know

the current is there, hidden; and there

are comings and goings from miles away

that hold the stillness exactly before us.

What the river says, that is what I say.

당신이 말하는 것을 귀기울여 듣겠소.
당신과 나는 돌아서서
말없이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기다리지요.
우리는 감춰져 있으나 물줄기가 흐르고 있음을 알아요.
먼 곳에서 오고가는 것들이
바로 우리 앞에서는 정지해 있소.
강물이 말하는 것이 곧 내가 말하는 것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