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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걸으세요

"꽃길만 걸어라"고 말하지만과연 그게 축복일까?꽃길만 걷는다면예쁘고 진기한 꽃도 보고꽃향기도 그윽하겠지.하지만떠들썩 구경하는 사람도훼방꾼도 적잖을 거야.무엇보다도그 꽃길에서는 누가 물을 주며가루받이할 벌 나비는 어떻게 끌어 모을까!   지난 3월 말 강원도에 갔을 적엔 봄꽃이 아닌 눈꽃송이를 보아 전혀 뜻밖이었다. 그렇기에 강릉 경포호에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듣고 강원도로 떠났다.진부 오대산역에 내렸을 때 진부택시의 안희진 기사가 4월 14일까지 삼척 맹방리에서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고 귀띔해줬다.  근덕 IC로 나가면 도로변의 가로수 벚꽃도 아주 볼 만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 다음 날 아침 맑은 날씨임을 확인하고 처음 가보는 삼척 맹방리로 떠났다.  과연 삼척..

전시 2024.04.15

봄이 간다커늘 ‥‥ 서럽구나

꽃샘추위가 오래간다 싶더니 이내 봄기운이 온누리에 가득찼다. 잠시 지체되었던 화신(花信)이 일제히 당도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 탓인지 전에는 일주일씩 간격을 두고 순차로 피던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이 거의 동시에 피고 지는 것 같다. 5월이 되어야 피던 라일락 꽃도 피어나 지금 '벚꽃 엔딩'을 함께 부르고 있다. 그렇기에 옛부터 시인은 가는 봄을 서러워말라고 일렀나보다. 봄은 낙화를 남기고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봄이 간다커늘 술 싣고 전송(餞送) 가니 낙화(落花) 쌓은 곳에 간 곳을 모르노니 유막(柳幕)에 꾀꼬리 이르기를 어제 갔다 하더라 They say spring is leaving, so I bring bottles of wine to see it off. From the..

Talks 2024.04.09

강릉 솔올미술관 개관 전시회

최근 강릉에 공공미술관이 산뜻한 모습으로 개관을 하여 화제가 되었다. 바로 강릉 市가 솔올('소나무가 많은 고을'이라는 뜻) 지구에 아주 멋있는 솔올미술관(Sorol Art Museum: S를 고딕체의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한 5OROL AM)을 세운 것이다. 마이어 파트너스(Meier Partners)가 설계하고 4년 여의 준비 끝에 높은 언덕 위에 순백색의 건물이 들어섰다.[1]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현대건축의 거장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의 건축 디자인과 철학을 보여주고 있어 그 자체가 하나의 미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개관전(2024. 2.14 ~ 4.14)으로 아르헨티나 출신 현대미술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1899∼1968)의 공간주의(Spatialism..

전시 2024.03.30

판타지 영화 〈웡카〉(2024)의 재미

판타지 뮤지컬 영화 〈웡카〉 (Wonka, 감독: 폴 킹, 제작: 데이빗 헤이먼, 촬영감독: 정정훈)를 보고나서 이 영화의 매력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보았다. , 같은 판타지 영화이므로 법적인 이슈를 분석하기 보다는 〈웡카〉 속에 깃들어 있는 순전히 상상(pure imagination) 속의 재미난 요소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영화를 함께 본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 MS Copilot에게 이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와 로알드 달(Roald Dahl)의 원작 소설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1964)과 무엇이 다른지 물어보았다. 영화의 줄거리 이 영화는 소설의 주인공인 윌리 웡카가 쇼콜라티에(chocolatier)가 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원작 소..

영화 2024.03.18

Picturesque 봄의 수채화

내가 좋아하는 영어 단어에 'Picturesque'가 있다. 마침 친구가 보내준 '봄'에 관한 여러 편의 시(詩) 중에 그림을 보는 듯한 시 한 편(A picturesque poem)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수채화 같은 봄 풍경"을 검색해 보니 아래의 그림을 찾을 수 있었다. 봄 풍경을 상상하며 시를 우리말과 영어로 차례로 읽어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시인은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과 들을 배경으로, 아니 청중으로 여기고 인생 곡을 연주하라고 한다. 봄의 수채화 - 양봉선 복사꽃 화사한 봄날 어스름 해질 무렵 어머니 젖무덤처럼 완만한 능선 따라 쉼없이 거닐 때 먼 발치 언뜻언뜻 보이는 형형색색 절경 수채화 물감 풀어 놓은 흐드러진 산야 벗삼아 인생을 연주하리라 Watercolors of Sp..

전시 2024.03.15

영화 〈로기완〉(2024)의 우연 같은 필연

Netflix 신작 영화 〈로기완〉(My Name is Loh Kiwan, 2024)을 보았다. 미니 시리즈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이래 송중기의 단정한 모습만 보아온 터라 유럽에서 노숙자가 된, 북한 사투리를 쓰는 탈북 청년의 모습은 어색하고 처음엔 몰라볼 정도였다. 요즘 탈북민의 처지를 다룬 소설과 영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의 비참한 인권 현실과 필사적인 탈북과정을 그린 국제적인 화제작 〈비욘드 유토피아〉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반면 〈로기완〉은 조해진의 원작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에서 모티브만 가져온[1] 상당 부분이 픽션인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을 김희진 감독이 각색을 하고 직접 연출을 맡음으로써 원작과는 사뭇 다른 설정이 많이 들어갔다. 최근 들어 백만 관객을 모은 영화 〈건국전쟁〉..

영화 2024.03.06

봄이 오는 길

정봉렬 시인이 새봄을 맞아 시 한 수를 보내주셨다. 여러 번 읽고 또 읽으니 함축되어 있는 의미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영어로 옮기기 위해 여러 가지 표현을 시도해 보면서 그러한 생각이 더 또렷해졌다. 봄이 오는 길 - 정봉렬 The Way Spring Comes Along by Chung Bong-ryeol 봄은 길을 따라 오지 않는다 바다를 건너 올 때도 뱃길 따르지 않고 산맥을 넘을 때도 바람에 몸을 싣지 않는다 봄이 오는 길은 따로 없다 언 땅 밑으로 흐르는 물에나 깊은 잠 속의 짧은 꿈에서도 아지랑이로 살아오고 만나고 헤어지는 정류장을 아무도 모른다 Spring doesn't come along the road. Even when it comes across the sea, It does not..

Talks 2024.03.01

영화 〈건국전쟁〉(2024)과 '바위고개'

다큐 영화 〈건국전쟁〉을 보았다.그리고 뜬금없이 가곡 '바위고개'가 생각 났다. 영화가 끝났을 때 객석에서 느닷없이 박수가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고개 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님, 그리워 그리워 눈물납니다." 바위고개에서 기다리던 님 7080세대는 어렸을 적에 인자한 모습의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을 집에서, 학교에서 늘상 보았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그는 한국 근대사에서 지워져 있었다. 영화가 끝난 뒤 박수를 친 어르신들이 마치 고개 위에 숨어서 님을 기다렸던 비련의 女주인공처럼 여겨진 것이다. 바위고개 - 이서향 작사[1] 이흥렬 작곡 Rocky Pass composed by Lee Heung-ryeol 바위고개[2]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님이 그리워 눈물납니다 고개 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님 그리워 그리..

영화 2024.02.27

잠실 금아(琴兒) 피천득 기념관

잠실 롯데에서 열리는 친구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롯데 민속박물관을 찾아 갔다. 마침 시간여유가 있어 3층 엘리베이터 홀 앞에 있는 금아 피천득 기념관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지금도 피천득(皮千得, 1910 ~ 2007) 하면 그의 수필이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었기에 '인연', '5월', '청자 연적(靑瓷硯滴)', '파격' 같은 말부터 연상되곤 한다. 그런데 식민지 시대와 건국 시기를 살았던 지식인이자 영문학자로서 그의 삶을 몇 개의 단어로 나타낼 수는 없을 것이다. 작은 아파트 크기의 전시실에는 그의 전 생애가 일목요연하게, 또 아기자기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유명 인물의 기념관을 나름대로 많이 찾아다닌 바 있다. 얼핏 떠오르는 사람만 해도 조지 워싱턴(Mount ..

전시 2024.02.18

'때'와 '인연'이 좌우하는 우리 삶

KBS 1FM 의 [아침의 가정법, 만약에] 시간에 피사로와 그의 부인 이야기를 들었다. 배우 윤유선 씨가 들려준 피사로의 이야기는 놀랍고도 새로웠다.초등학교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모네, 세잔 같은 인상파 화가를 알기도 전에 '사진 찍은 것 같은' 풍경화를 그릴 때마다 피사로의 달력 그림을 교본으로 삼고 있었음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  윤유선 씨가 들려준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1830-1903)의 일화는 다음과 같다.▲피사로가 보불전쟁을 피해 런던에 갔다가 돌아와 보니 프러시아 군이 주둔해 있던 그의 집은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20여년간 그렸던 그림을 창고에 숨겨 놓았는데 상당수를 훔쳐갔고 대부분 훼손돼 있었다고 한다. 동네 여인들이 눈..

Talks 20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