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94년 미국 유학 시절 댈러스에서 살 때 기숙사 내 방에서 종일 틀어놓았던 방송이 있다.
이지 리스닝 계열의 경음악을 Cool Jazz라 하면서 곡명 소개도 없이 24시간 들려주었다. 외롭고 힘든 시기에 생활의 배경음악(BGM)으로 마음에 위안을 주고 아주 좋았다.
고1 때 형님이 주신 FM 라디오로 즐겨 들었던 AFKN 이지리스닝 음악 방송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후에도 그러한 장르의 음악 방송을 찾았고, 아예 내가 직접 방송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1~2시간짜리 힐링 뮤직 프로그램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Signal Music
- Yanni, November Sky 경쾌한 멜로디이면서 늦가을 하늘처럼 수많은 변주
- Pat Metheny Group, Last Train Home 돌아갈 고향집을 떠올리면 편해지는 마음
- Secret Garden, Song from Secret Garden 멜랑콜리한 가운데 품는 희망
- Andre Gagnon - Bobichon 고즈넉함 속에 넘치는 쾌활함
- Claude Bolling, Jazz trio Baroque and Blue 귀에 익숙한 경쾌 발랄한 곡
- Chris Spheeris, Mediterraneo; Allure 피서지 지중해에서 웰빙 식사하는 기분
- Jesse Cook, Virtue 유럽 스타일의 중후하면서도 고상한 멋
- Hisaishi Joe, Summer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여름 방학의 느긋함
- Yanni, End of August 한 계절이 끝나는 데 따른 미련과 서운함
Essay
- Ludvico Einaudi, In Un’Altra Vita 2주간의 드라마 스토리가 떠오르는 BGM
= 2020.8월 KBS 1FM 가정음악 시간에 김미숙 배우가 낭독한 김경미 작가의 에세이 드라마
바스코 누녜스 데 발보아. 그는 16세기 스페인의 탐험가였다. 1513년 유럽인으로서 처음으로 태평양을 발견했다. 지구에서 가장 큰 존재이건만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던 존재를 발견한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그 발견과 닮았다. 태평양 바다 같은 존재인데 다른 사람에겐 안 보이고 내게만 보이는 세상에서 유일한 어떤 존재를 발견하는 일 말이다. 발견하고 나면 그 존재가 지구의 칠십억 인구 중에 한 명에서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태평양 바다 같은 엄청난 존재가 돼 내 모든 일상을 사로잡는 태평양 발견과 같다
그러니 사랑을 잃는 건 그저 한 사람과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일상의 삼 분의 일을 잃는 것과 같은 상실이다. 서로 사랑한다고 여겼던 연주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 때에는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다. 마치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던 배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고 깊은 바닷속으로 침몰해버린 것 같았다. 헤어져 있는 동안 나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 Accoustic Alchemy, Love at a distance 지브란의 시처럼 사랑은 거리를 두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 James Last, Paintings 심야에 상상 속에 펼치는 풍경화
- Omar Akram, Dancing with the Wind 바람이 춤추는 벨리댄스를 듣는 느낌
연주의 집으로 가는 길에 꽃집 화원이 있다. 진열장 한켠에는 로렌스 알마 타데마의 그림을 걸어놔서 내가 특히 좋아했던 화원이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그리스 신화풍의 그림. 남자가 여자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손등에 입을 맞추고, 여자는 부끄러운 듯 살짝 고개를 돌리고 있는 그림이다. 그림 제목은 "더는 묻지 마세요"다. 내 마음을 알면서 자꾸 뭘 묻냐는 거겠지?
나는 연주에게 찻집에서 했던 질문과 들었던 답을 몇 번이고 다시 묻고, 다시 듣고 싶은 걸 참으면서 연주를 잡은 손에 꼭 힘을 주었다.
연주는 여전히 그 밝고 예쁜 표정으로 대답했다. "고마워, 내일은 엄마한테도 다 말할 생각이야."
나는 "잘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말을 끝내기 무섭게 울컥 뜨거운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이 길을 이렇게 다시 손잡고 걸을 수 있다니
내일 엄마와 일상적인 얘기를 다시 함께 할 거라니, 가슴이 터질 것 같이 설레고 벅찼다. 나는 연주에게 주려고 어디선가 옮겨 써 놓은 글을 떠올렸다.
"모퉁이를 돌면 바다가 나오는 마을에서 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모퉁이를 돌면 언제나 당신이 거기 있습니다. 땅의 모든 길 끝에 푸른 바다가 있듯이 내 모든 귀가의 끝에는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헤어짐 없는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Ennio Moricone, La Califfa 영화 속 격정적인 로맨스를 체험한 느낌
- "Scent of a Woman" OST, Por Una Cabeza 스텝이 꼬여도 다시 시작하는 탱고 춤
- Paul Mauriat, Arirang 한국의 민속음악이 글로벌해졌을 때
- Francis Lai, 13 jours en France 알프스의 설경과 프랑스식 낭만
- Yuhki Kuramoto, Lake Louise 아름다운 경치에서 느껴지는 처연함
- Secret Garden, Passacaglia 우아하면서도 품격 있는 슬픔
- Jane Trojan, Prayer for a friend 친구를 위한 눈물의 기도
- Hisaishi Joe, Howl's Moving Castle 아련하고 뭉클한 동심의 세계
Climax
- Dave Grusin, Bossa Baroque 다시 힘을 내야 하는 일상생활
- Bill Douglas, Hymn 스스로 잘 될 것이라 다짐하는 응원 송
Ending
- 유희열, 라디오 천국 또 다른 세상 새 아침을 맞는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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