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31

클라라 슈만의 리트와 우리 가곡 '마중'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로마와 베네치아, 밀라노는 여러 번 가보았다. 그때마다 피렌체는 로마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 밖으로 잠깐씩 보는 것에 그쳤다. 물론 피렌체도 가보고 싶은 여행지 1순위였다. 그러나 토스카나(영어 Tuscany) 지방을 포함해 플로렌스(영어식 표기 '꽃의 도시')를 꽃피는 계절에 여러 날 돌아다닐 작정을 했기 때문에 여태껏 그 꿈이 실현되지 못한 것이다. 대신 여행기나 소설, 영화 속에선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가보았다.[1] 최근 라디오를 청취할 때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 1819-1896)은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과의 법정으로까지 비화됐던 로맨스는 물론 슈만 내외가 발굴한 브람스(Jo..

공연 2023.03.26

바리톤 고성현의 노래 "인생이란"

며칠전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나름대로 의견을 정리해보았다. 그 계기는 친구에서서 받은 일러스트레이션을 보고 나서 머리를 스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너무 재미있는 내용이어서 설명과 함께 내 코멘트를 곁들여 기왕이면 저작권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애당초 영문으로 작성했었다. 그러나 블로그의 영문기사를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블로그에 타인의 글을 퍼다 옮길 때의 기준을 새로 정했다. - 블로그의 독자층(readership)을 넓히는 한편 저작권이 문제되지 않도록 표현을 달리 하거나 내 스타일의 영어로 쓰도록 한다. - 온라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와 공동작업(collaboration)이 가능하게끔 가급적 블로그 기사를 KoreanLII와 연계(hyperlink)시키도록 한다. 예컨..

공연 2023.01.10

무엇이 기쁨을 안겨주는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서울에서 공연 중인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공연을 보러 갔다. New Alegria - alegria는 스페인어로 '기쁨', '행복'이란 뜻이므로 새롭게 느끼는 기쁨 또는 행복이란 제목의 공연이었다. Alegria는 이미 1994년부터 전세계의 250개가 넘는 도시를 다니면서 순회 공연을 하던 쇼 프로였다. 여기에 New를 붙인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되었던 공연을 새 단원들이 새롭게 만들어 공연을 펼치는 것이라고 이해가 되었다. 그 동안 Quidam, Kooza (상자) 등으로 여러 차례 내한 공연을 한 바 있는 태양의 서커스 단은 이번에도 잠실운동장 부지에 빅탑을 설치하고 손님들을 맞았다. 국내 언론에 많이 홍보가 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10월 20일..

공연 2022.12.18

C. S. 루이스의 밤

9월 29일 저녁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 C.S. 루이스의 밤 행사가 열렸다. 이재훈 담임목사가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1963)의 팬이고 설교 중에도 그의 어록을 자주 인용하시기에 이날 토크쇼 출연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9월 27일 개막한 제19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SIAFF) 관련 행사의 일환이었다. 연 극_스크루테이프의 편지 (The Screwtape Letters 일부) - 연출 이석준; 출연 황만익, 이은주, 김동민 - 제작 야긴과 보아스 미니스트리 노련한 고참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자신의 조카인 신참 악마 원우드에게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에 대해 편지로 조언을 해준다. 스크루테이프는 편지 속에서 교회 안에서, 가정에서 가까운 인간관계 속에 침투해 삶의 모든 ..

공연 2022.09.30

가요무대의 팬덤: 김호중 판타지아

2022년 추석은 슈퍼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올라오는 바람에 온 국민이 불안감 속에 맞았다. 9월 6일 새벽 거제 부근에 상륙하여 경남 일부 지역만 스치고 울산으로 빠져 나갔으나 포항 지방은 집중호우로 적잖은 인명피해가 났다. 나라 곳곳에서 태풍과 호우의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9월 9일 추석 연휴가 시작하던 날 저녁 SBS에서는 아주 다채롭게 꾸민 를 방영했다. SBS는 2009년 예능 프로인 에서 "네순 도르마"를 부른 김호중을 '고등학생 파바로티'로 이름을 떨치게 한 바 있다. 김호중은 이를 계기로 영화 《파파로티》의 주인공인 '이장호'의 모티브가 되어 장래 성악가로 촉망을 받았다. 우선 한가위 특집 쇼라고 하지만 그 구성과 무대장치, 관객의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케..

공연 2022.09.11

연꽃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무덥고 폭우까지 몰고 온 여름 바람이 걷히고, 조석으로 서늘함을 안겨주는 바람이 분다. Where the sultry wind went away, here comes autumn breeze in a cool mode. 불교적 분위기의 미당(未堂 徐廷柱, 1915-2000)의 시에 김주원이 현대적 감각의 곡을 붙인 가곡 "연꽃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듣고 또 들었다. 이 곡이 화제가 된 것은 소프라노 박혜상이 우리말로 불러 독일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음반으로 발매했기 때문이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Like the Wind Coming back after Meeting the Lotus by Seo Jeong-ju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하지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Fee..

공연 2022.09.01

슈베르트, 바위 위의 목동

고등학교 국어책에서 알퐁스 도데의 "별"을 읽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양치기라는 직업을 심지어 선망하기조차 했다. 오죽하면 그 무대가 된 뤼베롱 산지가 있는 프로방스 지방을 찾아가보기를 열망했을까! 사실 크리스천이라면 시편 23편을 늘 암송하는 터였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The LORD is my shepherd, I shall not be in want. He makes me lie down in green pastures, he leads me beside quiet waters. 아무튼 목동(shepherd)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어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에는 곳곳에 서 있는 면양 관련 동상을 보고 깊은 인상..

공연 2022.08.19

빈 심포니를 지휘한 장한나

지금까지 장한나 하면 11살에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로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은 첼리스트로 알고 있었다. 전에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는 말은 들은 적도 있다.[1] 그러나 그가 세계적인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은 처음 보았기에 놀라웠다. 5월 30일 하나금융그룹이 주최하는 행사의 티켓을 얻어 잠실 롯데 콘서트홀에 갔다.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빈 심포니가 인천과 부산, 서울에서 3차례의 내한 공연을 갖는데 그 사이에 하나금융그룹이 소폰서가 되어 특별 이벤트로 마련한 공연이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의 랜드마크인 고층건물에 호텔이나 백화점 말고 이런 고급 문화공간이 있다는 게 가슴 뿌듯했다. 전면에 세계 최고수준의 파이프오르간이 시야를 압도하는 것 ..

공연 2022.05.31

마에스트라 여자경의 토요 콘서트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클래식 공연은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2022년 들어서는 공연이 재개되는 듯하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친(親)푸틴 음악가들이 무대에서 배제되면서 일부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5일 뉴욕 카네기 홀에서 비엔니 필하모니와의 협연이 예정되어 있던 러시아 피아니스트가 공연에서 배제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대타로 나서게 되었다. 평소 암보(暗譜)로 피아노를 연주하던 조성진은 이날 리허설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거의 완벽하게 연주했다고 극찬을 받았다. 조성진은 빈 필과의 협연, 카네기 홀 데뷔 무대 둘 다 성공적으로 마치고 북미 투어에 돌입하게 되었다. 3월 19일 비와 눈이..

공연 2022.03.20

바리톤 흐보로스톱스키를 기리며(2021)

성악가 중에는 어느 배역을 위해 태어났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여럿 있다. 푸치니의 오페라 에 나오는 "Nessun Dorma" 하면 파바로티가 떠오른다. 로마 월드컵 전야제 때 쓰리 테너의 합동공연에서 손가락에 흰 손수건을 감고 그가 길게 뽑는 하이톤의 미성(美聲)에 관객들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모차르트의 에 나오는 "밤의 여왕 아리아" 하면 단연코 우리나라 소프라노 조수미라 할 수 있다. 조수미와 동갑인 러시아의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Dmitri Hvorostovsky, 1962-2017)는 러시아 로망스를 부르기 위해 태어난 성악가가 아니었나 생각된다.[1] 지난 11월 22일은 디마(흐보로스톱스키의 애칭)가 커리어의 절정기인 55세에 세상을 떠난지 4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2017년 뇌종..

공연 2022.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