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44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폭염(暴炎)이 열흘 이상 지속되고 있다. 열대야로 시달리는 가운데 입추를 맞았으니 가을을 더욱 고대하게 된다.가을이 오려면 아직 멀었지만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는 심정과 같지 않을까?잘 모르는 일기도를 보면서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을 밀어낼  시원한 기단(氣團)이 언제쯤 나타날까 찾아본다. 그렇다고 슈퍼 태풍이 몰려와 피해를 줘도 곤란하지만 지금의 기상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태풍 밖에는 없을 듯 싶다. 오래 지속된 긴 장마가 속히 끝나기를 기원하는 한시(漢詩)가 위의 폭염 속에 가을을 기다리는 심정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十日長霖  (열흘씩 가는 긴 장마)- 一朵紅 (일타홍) 취연 (翠蓮)十日長霖若未晴鄕愁蠟蠟夢魂驚 ..

공연 2024.08.07

시인과 농부, 기자

신문을 장기 구독하다보면 자연히 좋아하는, 믿고 읽는 기자가 생기게 마련이다.한국경제신문은 내 저서의 서평을 크게 실어준 인연으로 정년 퇴직할 때까지 오랜 기간 구독자였다.그때 문화부 기자였던, 나중엔 천자칼럼을 쓰던 고두현 기자가 생각난다.그가 시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의 신춘문예 당선작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시인 역시 남해의 섬 사람으로서 남해의 유배지(노도)에서 숨을 거둔 서포 김만중(西浦 金萬重, 1637~1692)을 기리는 시였다.전례에 따라 "남해 가는 길"을 영어로 옮기는 동안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처럼 연륙교가 없을 때였으니 당연히 물살이 거센 노량 해협을 나룻배로 건너가야 했다.그의 유배지는 남해도에서도 한참을 들어가 백련 포구에서 다시 배를 타고 나가야 하..

공연 2024.07.24

Aquarius - Let the Sunshine in

지난 4월부터 온누리교회에서는 전 교인이 순예배(구역예배) 때마다 퐁당 앱으로  "바울로부터" 10부작 다큐 영상을 함께 보면서 QT를 해왔다. 이와 함께 주일예배에서도 사도행전의 바울의 3차에 걸친 전도여행을 중심으로 이재훈 위임목사를 비롯한 여러 목사님들이 설교를 하였다.나 역시 온누리교회를 오래 다녔음에도 이 교회를 창립하신 故 하용조 목사님이 생전에 강조하시던 "사도행전 29장을 써나가는 교회"의 의미를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 같았다. 바로 바나바와 사울을 선교사로 파송하고 형편이 어려운 예루살렘 교회를 재정적으로 후원했던 수리아 안디옥 교회를 모델(사도행전 13:1-3)로 말씀하신 것이었다.  6월 16일 주일예배에서도 양재온누리 강부호 담임목사님은 사도행전 12장 1~7절을 가지고 "하나..

공연 2024.06.17

겨울에 듣는 피아졸라의 음악

G : 안녕하세요. 손에는 음악회 팜플렛을 들고 남부터미널 역에서 지하철을 타셨다면 예술의 전당에서 무슨 공연 보고 오시는 길인가요? P : 네, 오늘(2024.01.27) 서울 예술의 전당 IBK홀에서 열린 송영훈의 4 첼리스트 연주회를 보고 나오는 길입니다. 부제가 "부에노스 아이레스 겨울"이었어요. G : 그럼 송영훈 씨를 비롯한 네 명의 첼리스트가 겨울 분위기 나는 탱고 중심의 레퍼토리를 연주했겠군요. P : 잘 아시는군요. 피아졸라의 '항구의 사계' 중 겨울을 비롯하여 클래식의 여러 명곡을 편곡해서 첼로만으로 멋지게 연주해주었습니다. G : 송영훈 첼리스트는 연주솜씨도 뛰어나지만 인물 좋고 언변 좋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Young Song 팬들이 많잖아요? P : 네, 맞습니다. 저는 송영훈..

공연 2024.01.27

트럼펫 연주와 No More Art

아침 기상 나팔도, 군대의 진격 나팔도 트럼펫이 맡는다.그렇기에 트럼펫 소리를 들으면 벌떡 일어난다거나 힘차게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조건반사적으로 들곤 한다.내 경우 어려서부터 루이 암스트롱의 재즈곡, 김인배의 "밤하늘의 트럼펫" 같은 경음악을 들으며 한때 트럼페터(trumpeter)를 동경하기도 했다. 전에 직장에서 모셨던 상사가 고등학교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불으셨기에 평소에 트럼펫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영향도 있었다.  트럼펫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히 국내외의 트럼펫 연주자들도 눈여겨 보게 되었다.트럼펫은 여러 관악기 중에서도 입술과 호흡의 강약으로 음의 높낮이, 아티큘레이션을 조절하는 만큼 연주하기 힘든 악기로 알려져 있다. 그런 까닭에 특히 여성 연주자들은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특히 바..

공연 2024.01.11

양인자 작사, 킬리만자로의 표범

오래 전 회사법 시간에 학생들에게 앞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cash flow)을 얻으려면 노래 작사를 해보라고 권한 적이 있다. 음원 저작권료가 상당하므로 히트곡 몇 곡만 나오면 평생 어지간한 월급쟁이보다 나은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바브라 스트레이전드의 '메모리' 예를 들어주었다. 작곡은 음악적 재능을 요하지만, 노래 가사는 자기의 진솔한 감정을 표현할 줄 안다면 몇 번이고 고치고 다듬을 수 있으니까 누구나 쓸 수 있는 거라고도 했다. 물론 실력있는 작곡가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모든 작사가(지망생)들의 우상인 양인자 씨가 모 일간지와 인터뷰를 했다. 자신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소장품을 공개하는 자리였는데 자필로..

공연 2023.12.13

서초구 경로잔치와 어린이 영어 말하기 대회

27회 노인의 날을 맞아 9월 26일 서초구청과 방배노인종합복지관이 대한노인회 서초구지회 등의 지원을 받아 관내 경로당 회장과 임원을 대상으로 흥겨운 잔치를 벌였다. 본래 노인의 날은 10월 2일이지만 금년은 추석 연휴와 겹치므로 앞당겨 경로잔치를 겸해 미리 기념식을 갖는다고 했다. 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Older Persons)은 10월 1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날이 국군의 날이므로 10월 2일을 노인의 날 기념일로 정한 바 있다. 대한노인회 서초구지회 김정무 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박성중 의원, 조은희 의원 등 역대 서초구청장의 축사가 있었다. 노인회의 재정과 복지, 노인 일자리를 좌지우지하는 전성수 현 서초구청장이 등단할 때에는 우레와..

공연 2023.09.26

하늘에 걸린 무지개

장맛비가 그치고 모처럼 해가 떴다.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남았으므로 반대편을 바라보니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었다. 어느 시인은 저 무지개가 내일의 희망과 기쁨을 안겨줄 거라 믿으며 마음 속으로 기원했다. 어찌 보면 이 시는 학생들에 대한 훈화 같기도 한데 유안진 교수는 1980년대에 수필 같은 장문의 산문시 "지란지교를 꿈꾸며"로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 - 유안진 The Windflower Will Not Wither - Yu Anjin 내일 몫은 기쁨 내일 몫은 환희 내일 몫은 찬란함 내일 몫은 영광 내일 몫은 눈부신 황홀이니 나는 견디리 견디어 이기리 오늘 비록 비가 내려도 내일은 해가 뜨리 저 하늘의 무지개 그 약속을 믿으리 Tomorrow's share is ..

공연 2023.07.28

팬텀싱어4 결승 무대의 "Melody"

우리 한국 사람들은 흥겨우면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물론 다른 나라에도 전업 가수가 있고 그들의 등용문(登龍門)인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좀 유별난 것 같다. 장르도 트롯, 가요, 성악곡 등으로 나뉘어 있고 오디션도 전국 노래자랑 같이 제작진이 방방곡곡을 순회하면서 장기자랑처럼 진행하는 것도 있다. 수준이 높기로는 전문 심사위원과 방청객들 앞에서 가수(지망생)들이 콘테스트를 벌이기도 하고, 시청률이 높은 경우에는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스마트폰을 이용한 문자 투표로 우승자를 결정하는 프로도 있다. 노래 부르기 보다 듣기를 좋아하는 내가 주목한 프로는 이번에 시즌4를 마친 JTBC의 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은 여러 남성 4중창단이 배출되었거니..

공연 2023.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