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온누리교회에서는 전 교인이 순예배(구역예배) 때마다 퐁당 앱으로 "바울로부터" 10부작 다큐 영상을 함께 보면서 QT를 해왔다. 이와 함께 주일예배에서도 사도행전의 바울의 3차에 걸친 전도여행을 중심으로 이재훈 위임목사를 비롯한 여러 목사님들이 설교를 하였다.
나 역시 온누리교회를 오래 다녔음에도 이 교회를 창립하신 故 하용조 목사님이 생전에 강조하시던 "사도행전 29장을 써나가는 교회"의 의미를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 같았다. 바로 바나바와 사울을 선교사로 파송하고 형편이 어려운 예루살렘 교회를 재정적으로 후원했던 수리아 안디옥 교회를 모델(사도행전 13:1-3)로 말씀하신 것이었다.
6월 16일 주일예배에서도 양재온누리 강부호 담임목사님은 사도행전 12장 1~7절을 가지고 "하나님의 노크(Knock)"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셨다.
그 핵심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사도행전 12장을 보면 "하나님의 천사가 치셨다(하나님의 노크)"는 말이 몇 차례 나오는데 그 효과는 서로 달랐다.
첫번째, 헤롯왕의 명령으로 옥에 갇힌 베드로의 옆구리를 하나님의 천사가 치시자(escape) 베드로가 깨어나 경비병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감옥을 탈출하였다.
두번째, 감옥을 나온 베드로가 정신을 차리고 교인들이 모여 있는 마가의 어머니 집에 가서 문을 두드렸다(leadership shift). 이때 여종이 베드로의 목소리인 줄 알았으나 거기 모인 사람들은 베드로의 환영이라며 믿지 않았다.
세번째, 화친을 청하러 온 두로와 시돈 사람들 앞에서 장광설 연설을 한 헤롯이 교만하게 으시대자 하나님의 천사가 헤롯을 치셨다(slay). 그러자 예수 믿는 이들을 핍박하던 헤롯왕이 급사하고 말았다.
여기서 선교사적(宣敎史的)으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두 번째의 것이다. 바로 마가의 다락방에서 간절히 기도하고 있던 교회 지도부를 찾아간 베드로가 황급히 말하고 예루살렘을 떠나는 장면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영이 초대교회를 노크하신 것으로 베드로는 예수의 형제 야고보에게 예루살렘 교회의 리더십을 넘기고 피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드로로서는 그의 탈옥을 알게 된 헤롯이 대대적인 수색을 명하고 감옥을 지키던 경비병들을 모두 죽이라 할 만큼 대로(大怒)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도행전을 쓴 누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초대교회의 중심 축(Initiative)이 13장 바울의 등장과 함께 예수의 사도들 중심의 예루살렘에서 이방선교에 역점을 둔 안디옥으로 옮겨갈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그리하여 사도행전의 전반부 1~12장이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과 예수를 믿는 유대인들의 이야기라면 13장 이후는 회심한 바울이 이방인들에게 전도하는 내용이 주로 기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신약성경의 수많은 오색 구슬이 마침내 한 줄로 꿰어지는 듯한 감동을 되새기며 2부 예배가 끝난 후에도 2층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얼마 후 제3부 예배에서 찬양을 담당하는 온누리 뮤지컬 팀이 무대 위에 올라와 리허설을 하였다.
예배당을 가득 채우는 그들의 CCM 찬양 코러스를 듣다 보니까 아주 익숙한 가사가 귀에 꽂혔다.
"Let the sunshine in 너의 맘 속에. Let the sunshine in 너의 맘 속에."
그래서 서둘러서 리허설 장면을 일부나마 동영상으로 촬영하였다.
찬양과 똑 같은 가사가 내가 오래 전에 즐겨 들었던 팝송에도 나온다는 것이 문득 생각났다.
나의 고2 고3 시절 입시의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을 때 FM 방송을 통해 듣는 팝송과 클래식 음악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그때 즐겨 들었던 Fifth Dimension이라는 흑인 5인조가 부른 "Aquarius - Let the Sunshine in"라는 곡이 카세트 테이프에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당연히 YouTube에서도 5차원 그룹의 원곡을 찾아서 들어볼 수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그 가사도 알아냈다. 서양 점성술의 용어[1]가 나오므로 원문 아래 우리말 번역과 함께 풀이하도록 한다.
When the moon is in the Seventh House
And Jupiter aligns with Mars,
Then peace will guide the planets,
And love will steer the stars.
This is the dawning of the age of Aquarius.
Age of Aquarius
Aquarius, Aquarius
Harmony and understanding, sympathy and trust abounding
No more falsehoods or derisions, golden living dreams of visions
Mystic crystal revelations, and the mind’s true liberations
[Instrumental and tempo shift]
Let the sunshine, let the sunshine in, the sunshine in
Let the sunshine, let the sunshine in, the sunshine in
Let the sunshine, let the sunshine in, the sunshine in
[Continue to end with concurrent scat]
달이 [점성술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제7궁에 들어가고
목성이 화성과 겹칠 때면
평화가 행성들을 이끌고
사랑이 별들을 움직이게 된다네.
이것이 물병궁의 시대 동이 터오는 거야.
물병궁의 시대, 물병자리, 물병자리
조화와 이해, 공감과 신뢰가 넘치고
이제는 거짓과 비웃음은 사라질 거야.
황금빛 살아 있는 꿈과 비전
신비로운 수정구의 계시
그리고 진정으로 마음이 해방을 맞게 될 거야.
물병자리, 물병자리
태양을 빛나게 하자
태양을 비추자, 비추자, 비추자!
YouTube를 찾아보니 Aquarius 뮤직 비디오 중에는 초등생을 포함한 대구모 합창단이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흥겹게 노래하는 동양상이 있었다. 스페인에서 제작된 이 뮤직 비디오에서는 여성 지휘자를 비롯하여 성인 합창단원과 소년 합창단,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가 즐겁고 흥겨운 표정이었다.
사도행전의 시대에는 예수의 복음이 일부 유대인과 소수의 경건한 생활을 하던 그리스인과 로마인에게 전해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예수 믿는 이들은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남녀 간이나, 자유인ㆍ노예의 차별 없이 모이기를 힘쓰며, 형제애를 바탕으로 서로 돕고 축복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니 신분과 남녀 차별이 엄격했던 그 당시 사람들에게 예수 믿는 집단이 아주 이상하고 특별하게 비쳐졌을 것임에 틀림없다.
비록 Aquarius라는 곡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노래 가사의 의미[2]가 기독교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 흥겨운 분위기나 웅장한 사운드는 초대교회의 중심이 안디옥으로 옮겨진 사건과 일맥상통한다고 여겨졌다.
스페인에서 제작된 Aquarius 뮤직 비디오는 아주 웅장한 합창곡이라는 점에서 칼 오르프의 "Carmina Burana"의 첫 곡 "아 운명이여 (O Fortuna)"를 방불케 하였다. 절대자의 뜻과 의지가 인간의 운명을 쥐고 흔드는 것처럼 웅장한 합창곡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3] 영화 〈Excaliber〉에서 아더 왕이 원탁의 기사들과 출정하는 장면에 이 음악이 OST로 흘러나와 극적 효과를 크게 높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늘날 정보화 시대를 거쳐 인공지능(AI)의 시대로 접어든 지금 '하나님의 노크' 소리가 사방에서 점점 크게 울리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시점에 우리는 신앙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곰곰 생각하게 만든 하루였다.
Note
1] 서양 점성술(Zodiac)에서 7번째 궁은 "나와 타인의 관계"를 상징한다. 태어난 시각에 나타난 어느 행성이 제7궁에 들어갔을 때 그가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상호 작용하는지,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판단하게 된다. Aquarius 노래는 바야흐로 물병자리의 시대에 접어들었으니, 점성술을 믿고 안믿고를 떠나, 전쟁보다는 평화가, 반목과 질시가 아닌 사랑이 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희망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서양 점성술의 12궁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 1번 궁 (양자리 Aries) : 자아, 개인, 외모
- 2번 궁 (황소자리 Taurus) : 소유물, 가치관, 재정
- 3번 궁 (쌍둥이자리 Gemini) : 소통, 교류, 형제자매
- 4번 궁 (게자리 Cancer) : 가족, 집, 내부 감정
- 5번 궁 (사자자리 Leo) : 창의성, 사랑, 즐거움
- 6번 궁 (처녀자리 Virgo) : 일, 건강, 봉사
- 7번 궁 (천칭자리 Libra) : 나와 타인의 관계, 결혼, 협력
- 8번 궁 (전갈자리 Scorpio) : 성, 죽음, 변화
- 9번 궁 (사수자리 Sagittarius) : 여행, 학습, 철학
- 10번 궁 (염소자리 Capricornus) : 사회적 지위, 직업, 명성
- 11번 궁 (물병자리 Aquarius) : 친구, 희망, 미래
- 12번 궁 (물고기자리 Pisces) : 잠재 의식, 영혼, 무의식
2] Fifth Dimension의 "Aquarius - Let the Sunshine in" 곡은 James Rado와 Gerome Ragni이 가사를 쓰고 Galt MacDermot이 작곡을 하였으며, 1969년 빌보드 차트에서 6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음악은 뮤지컬 〈Hair〉에도 삽입되었는데 당시 유행하던 히피 문화와 반전 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3] Carmina Burana에는 첫 번째 곡 "O Fortuna"와는 달리 21번째 곡 "In Trutina"처럼 아주 감미로운 곡도 나온다.
마치 입영을 앞두고 연인과의 사랑을 재확인할까, 아니면 순결을 지켜야 할까 고민하는 두 젊은 남녀를 보는 것 같다. 그러므로 드라마틱한 창법으로 부르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노래가 제격이겠다.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0) | 2024.08.07 |
---|---|
시인과 농부, 기자 (2) | 2024.07.24 |
겨울에 듣는 피아졸라의 음악 (2) | 2024.01.27 |
트럼펫 연주와 No More Art (0) | 2024.01.11 |
양인자 작사, 킬리만자로의 표범 (0) | 2023.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