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노인의 날을 맞아 9월 26일 서초구청과 방배노인종합복지관이 대한노인회 서초구지회 등의 지원을 받아 관내 경로당 회장과 임원을 대상으로 흥겨운 잔치를 벌였다. 본래 노인의 날은 10월 2일이지만 금년은 추석 연휴와 겹치므로 앞당겨 경로잔치를 겸해 미리 기념식을 갖는다고 했다.
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Older Persons)은 10월 1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날이 국군의 날이므로 10월 2일을 노인의 날 기념일로 정한 바 있다.
대한노인회 서초구지회 김정무 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박성중 의원, 조은희 의원 등 역대 서초구청장의 축사가 있었다. 노인회의 재정과 복지, 노인 일자리를 좌지우지하는 전성수 현 서초구청장이 등단할 때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기념식 후 무대에서는 서초구의 여러 경로당에서 준비한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이 공연을 위해 지난 여름 무더위 속에 얼마나 땀 흘리며 연습하고 준비했을까 생각하니 절로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객석에 앉아서 '나이듦'(Aging 또는 Ageing)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식전 공연으로 비바체 합창단이 나와서 "고향의 봄", "오빠 생각" 동요를 부르고, 또 어린이 치어리더단인 팝콘이 발랄한 율동으로 때마침 아시안게임의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공연을 펼쳤다.
기념식 후 열린 제2부 발표회에서는 서초구의 여러 경로당 어르신들이 하모니카와 오카리나 같은 악기를 가지고 7080세대에 친숙한 여러 곡을 연주하고, 또 젊은 할머니들이 칼라풀한 복장으로 라인댄스와 레크댄스 군무를 펼쳤다.
사이사이에는 프로 연예인들이 나와서 흥을 돋우었다.
JTBC의 크로스오버 국악경연 프로인 풍류대장 톱10에 들었던 소리꾼 오단해가 기타와 퍼커션, 키보드 캄보밴드와 함께 나와서 쾌지나칭칭 나네 같은 민요를 퓨전 음악으로 불렀다.
나이 들어도
내게 남은 할 일이
삶의 원동력
Tho' I'm getting old,
The work which I must do
drives me to live along.
그 일은 지위, 명예 무관한
삶의 의의 그 자체
It is my raison d'être
regardless of post or reputation.
내 나이 또래의 어르신들이 젋은이들 못지 않은 복장을 하고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까 벤 에스라 랍비의 시(詩) 한 편이 생각났다.
The best is yet to be.
The last of life, for which the first was made.
최고의 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인생의 후반부를 위해 전반부를 살았던 겁니다.
제2부 공연의 사회를 본 탤런트 가수 김성환이 "밥 한번 먹자"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2023년 경로잔치는 막을 내렸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런 떠들썩한 행사는 물론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의 모임과 행사가 위축되고 제한되었던 터라 더 뜻깊은 것 같았다. 서초구는 다른 지자체들보다 재정형편이 좋다고 하지만 서울의 다른 구에 비해 노인인구의 비중이 높아 노인복지에도 크게 신경을 쓰는 모양이었다.
이날 행사에도 젊은 구청 공무원들이 나와서 기념사진도 찍어주고 계단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성심껏 안내를 해주었다.
이제는 한국 사람들도 노후대책을 자녀가 마련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특히 지자체에서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서초문화회관 1층 전시홀에는 각 경로당 회원들이 정성껏 준비한 회화, 서예, 사진, 공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도 우리 아파트단지 경로당의 운영에 관여하고 있기에 이들의 관심과 노고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이만한 성과물은 절로 나오지 않는 만큼 누군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총대를 메야 하는 까닭이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지만 ······.
9월 26일 마침 통계청에서 2023 고령자 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취업자 비율은 36.2%로, 2021년(34.9%)보다 1.3%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노인 고용률이 30%를 넘는 유일한 나라임에도 빈곤층 비중도 제일 높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나이가 들어도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고령에도 활발히 일하는 신노년층은 일을 하며 자신이 건강하다고 느꼈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했다. 65세 이상 취업자 가운데 37.5%는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을 하지 않는 고령자(21.9%)보다 15.6%나 높았다. 75세 이상 취업자 중에서도 30.6%가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비율도 일하는 노인이 34.4%, 일하지 않는 노인이 36.4%로, 일을 하는 경우가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답했다.
이곳저곳 다니며 이런 작품을 구상하거나 만드는 어르신들은 생의 활력이 넘칠 것 같았다.
나의 경우에도 그날 뭔가 할일이 있는 경우에는 아침에 벌떡 일어나곤 했으니 말이다.
은퇴 후에도 생업이나 봉사, 취미 활동으로 일이 있는 사람은 삶이 무료하지 않고 활기찰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건강에 큰 문제가 없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앞의 시를 쓴 벤 에스라 랍비의 말처럼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인생의 전반부, 즉 30~50대에 건강관리도 잘 하고 노후대비 저축도 해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생각은 며칠 전 손자 Caleb이 영어 말하기 대회에 나간다고 하기에 내 자신의 어릴 적 모습과 함께 떠오른 상념 중의 하나였다.
"재롱만 부리는 줄 알았던 이 녀석이 어느덧 경쟁(competition) 무대로 나가는구나."
하지만 이런 기회에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필생의 업으로 삼게 될지도 모른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아무런 연줄도 없고 배경도 없던 조성진 역시 이런 경연대회를 통해 음악 지도자의 눈에 띄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9월 24일 영어유치원 다니는 손자가 English Speech Contest에 나간다고 하여 대회가 열리는 어린이대공원 옆 세종대학교 광개토 컨벤션센터로 응원차 갔다.
이날의 발표자는 모두 예닐곱 살 유치원 원아들이었다. 대부분 별로 긴장하지도 않고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제주도 같은 관광지, 서울의 자랑거리 같은 소재를 가지고 1분 30초 동안 발표를 하였다.
제한 시간을 넘겨 발표를 중단 당하는 어린이도 있었지만, 우리 Caleb은 침착하게 준비한 원고를 제스쳐까지 써가며 "Thank you for listening"까지 말하고 단에서 내려왔다. 저 혼자 생각해 냈다고 하는데 지구를 돌던 달님이 너무 심심한 나머지 금성이나 화성 옆으로 갔다가 빛을 잃어버리자 후회를 하고 지구 옆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다소 철학적인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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