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31

가을이 되면 들려오는 노랫소리(2021)

계절이 바뀌면서 풀벌레 소리가 커졌다. 영화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의 OST도 많이 들려온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이 영화(1994)는 브래드 피트, 안소니 홉킨스, 줄리아 오몬드가 출연하여 미국 몬태나 주의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러드로우 가족의 애증과 성쇠를 보여준다. 본래 원제는 한 가족의 몰락이 그 고장의 전설이 되었다는 의미였는데 한국에서는 산악지형인 몬태나 주의 가을풍경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그냥 '가을의 전설'이 되어버렸다. 영화의 주제가 같은 "집으로 가는 길"은 OST에는 없는 가사의 노래로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이 불러 크게 인기를 끌었다. 강직하고 근엄한 러드로우 예비역 대령과, 성격이 각기 다른 3형제가 광활한 대자연의 몬태나에서 우애좋게 살다가 막내의 ..

공연 2022.02.28

존 다운랜드 뮤비(John Downland MV)

영국의 존 다운랜드(John Downland, 1563~1626)는 셰익스피어와 함께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대에 살았던 류트 연주가, 작곡가, 음유시인이었다. 서양의 바로크 시대와 겹치는 영국 르네상스 古음악 시대의 궁정음악가였다. 그의 대표곡 "흘러라 나의 눈물이여(Flow My Tears)"는 스팅의 노래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우연찮게 그의 또 다른 곡 "나의 비탄이 열정을 움직일 수 있다면(If My Complaints Could Passions Move)"을 비올라 연주로 들어본 후에는 묘한 감동을 받았다. 그것은 Complaints(뭔가 잘못된 것을 불평하고 호소하는 것)와 Passions(열정과 의욕)의 인상(impression)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었다. 다만, 첫 줄의 영어 문장에서 동사와..

공연 2022.02.28

시크릿 가든과 명상음악

북구의 혼성 그룹 '시크릿 가든'의 앨범을 들으며 명상음악의 세계로 들어가본다. 여러 차례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는 시크릿 가든은 노르웨이의 작곡가 롤프 뢰블란(Rolf Løvland)와 아일랜드 태생의 바이얼리니스트 피오뉼라 셰리(Fionnuala Sherry)를 주축으로 한 그룹이다.[1] 우리나라에서 특히 가을철 국민가곡이 되다시피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시크릿 가든이 본래 "Serenade to Spring"(봄의 소야곡)으로 발표한 곡을 성악가 김동규 씨가 개사를 하여 우리의 애창곡이 된 것이다. 또 시크릿 가든의 "You Raise Me Up"은 찬송가처럼 불리기도 한다. 2005년 10월 시크릿 가든의 서울 공연 때 아일랜드의 유명한 시에 곡을 붙였다는 설명과 함께 직접 연주를 들었..

공연 2022.02.28

기타 듀오의 드뷔시 "달빛"(2021)

G: 4월 27일 밤에는 금년에 가장 큰 핑크빛 슈퍼문이 떴다고 하죠. 서울에선 구름이 낮게 깔리고 빗방울까지 떨어져 볼 순 없었지만요…… P: TV 뉴스 시간에 이스탄불 등 세계 각지의 보름달 뜨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저는 오늘 오전에 이미 음악으로 달빛을 감상하고 황홀경에 빠졌답니다. 오전에 KBS 1FM에서 우리나라의 세계 정상급 기타리스트 박지형과 김진세 듀오가 드뷔시의 달빛(Claire de Lune)을 라이브로 들려주었거든요. 조성진의 YouTube 피아노 연주도 유명하지만 기타 듀오 연주는 처음 접했는데 눈을 감고 감상하니 정말로 달빛 아래 길을 거니는 느낌이 들었어요. G: 저도 그 느낌을 알 것 같습니다. 달빛이 눈부시지 않고 시선이 가는 곳의 사물을 부드럽게 감싸줄테니까요. P: 기타..

공연 2022.02.21

미스트롯2 - 인생곡 "붓"(2021)

G: TV조선의 오디션 프로 (2021. 3. 4) 보셨습니까? P: 네, 다 보진 못했지만 하도 여러 군데서 문자투표하라고 성화여서 하이라이트 장면은 보았어요. 전국민 문자투표에 5백만 명이 넘게 참가했다니 TV시청률을 떠나서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다시 한 번 확인한 사실이지만 중국 사람이 보기에[1]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노래 부르며 놀기 좋아하는 흥겨운 민족이었답니다. 출연자들 모두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요~ 더욱이 요즘은 코로나 방역 때문에 노래방에도 못가니 오죽 답답했으면 오디션 프로를 보면서 대리만족[2]을 구할까 생각했지요. G: 저는 다른 식구들 덕분에 처음부터 죽 보았는데요, 마지막에 미스트롯 진(眞)이 된 양지은 씨는 12명을 뽑는 준결승전에서 떨어졌거든요. P: 네, 그 일이 여..

공연 2022.02.21

경험한 적이 없는 가황의 비대면 공연(2020)

[Last night] Trot singer Na’s concert filled with sweats and tears showed awesome performance. 가황(가수의 황제)의 공연 땀과 눈물에 젖은 열정의 무대 2020년 9월 30일 밤 트로트의 황제 가황(歌皇)이라고 불리는 나훈아(73)의 비대면 공연이 열렸다. KBS 2TV가 방영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쇼를 통해서였다. 나훈아는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공연에서 카리스마기 넘치는 총 30곡을 열창했다. 이 공연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특기할 만하였다. * 엄청난 관객동원력을 가진 가황임에도 관중이 1명도 없었다. 다만 KBS가 사전에 모집한 1000명의 랜선(LAN線) 관중(아래 사진)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

공연 2022.02.21

엔니오 모리코네 추모 콘서트(2020)

8월 1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지난 7월 6일 영면한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를 추모하는 콘서트가 열렸다. 세계 최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겨레 시네21, 예술의 전당이 발빠르게 공동 개최한 추모공연이었다. 영화 의 OST인 "가브리엘 신부의 오보에"는 우리나라 TV 방송(KBS )에서 "넬라 판타지아"라는 합창곡으로 소개되어 큰 인기를 끌었었다. 해설자인 오동진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영화를 보진 않았어도 모리코네의 선율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할 정도로 영화의 분위기와 느낌을 잘 전달해준다. 그러나 과연 그것뿐일까? 코로나가 아직 진정되지 않아 손소독, 발열체크, QR코드에 의한 관람자 등록, 한 자리씩 떨어져 앉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면서까지 많은 팬들이 그의 음악을 듣기 위해 몰려..

공연 2022.02.20

'미스터 트롯' 오디션의 이변(TV조선, 2020)

TV조선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열세 살 초등학생이 우리가 잘 아는 "이 풍진세상"을 너무나 구슬피 불러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위축되어 있던 온 국민을 울린 것이다. 2월 15일자 조선일보는 어릴 때부터 트롯 신동 정동원 군을 키워준 할아버지가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할아버지가 즐겨 부르시던 "희망가"를 13세 소년이 세상 초연한 듯 천진한 목소리로 슬프게 불렀다고 평했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의 유전체(DNA)에는 근대사의 파란곡절을 겪으면서 맺혀 있는 한(恨)이 켜켜이 쌓여 있음에 틀림없다. 기독교 신자라면 다 아는 창세기의 야곱이 겪었던 인생의 신산(辛酸)도 그와 비슷할 것이다. "야곱이 바로에게 아뢰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

공연 2022.02.20

뮤지컬 라이온 킹(Lion King, 2019)

이 뮤지컬은 뉴욕과 런던에서 인기가 너무 좋아 예약을 하고도 몇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바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먼저 소개된 Lion King이다. 누구에게서나 다음과 같은 찬사가 쏟아졌다. - 디즈니 프로덕션의 탄탄한 스토리 구성 - 에니메이션 못지 않은 컬러풀한 무대 - 엘튼 존의 아름답고 박진감 넘치는 음악 - 아프리카 동물들의 리얼한 생태 묘사 - 유색인 배우들의 다이너믹한 연기 우리도 라이언 킹 뮤지컬의 인터내셔널 투어 서울 공연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예약을 마쳤다. 드디어 3월 15일 저녁 불금에 우박 비가 내리는 날이어서 예술의 전당까지는 평소 차로 5분 거리임에도 30분 이상 걸렸다.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20만원 가까이 하는 티켓인데도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다. 로비에서는 이 뮤..

공연 2022.02.20

태양의 서커스 Kooza (상자, 2018)

11월 23일 저녁 가족행사의 하나로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잠실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서커스 ('상자'라는 뜻)를 보았다. 우리 가족은 2007년 여름 내가 UCLA 방문교수로 가 있는 동안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에서 태양의 서커스 쇼를 본 적이 있다. 미국자동차여행자협회(AAA)를 통해 쇼와 저녁식사 패키지 티켓을 사서 즐겁게 구경을 한 기억이 있다. 중식당 Jade에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분수 쇼를 보면서 저녁식사를 할 때는 황홀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며늘아이는 어렵사리 라스베가스에 갔다가 그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 했다. 결혼 전에 태양의 서커스 쇼를 예약을 하고 갔는데 마침 그 전날 호텔 부근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 모든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

공연 2022.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