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44

빈 심포니를 지휘한 장한나

지금까지 장한나 하면 11살에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로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은 첼리스트로 알고 있었다. 전에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는 말은 들은 적도 있다.[1] 그러나 그가 세계적인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은 처음 보았기에 놀라웠다. 5월 30일 하나금융그룹이 주최하는 행사의 티켓을 얻어 잠실 롯데 콘서트홀에 갔다.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빈 심포니가 인천과 부산, 서울에서 3차례의 내한 공연을 갖는데 그 사이에 하나금융그룹이 소폰서가 되어 특별 이벤트로 마련한 공연이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의 랜드마크인 고층건물에 호텔이나 백화점 말고 이런 고급 문화공간이 있다는 게 가슴 뿌듯했다. 전면에 세계 최고수준의 파이프오르간이 시야를 압도하는 것 ..

공연 2022.05.31

마에스트라 여자경의 토요 콘서트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클래식 공연은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2022년 들어서는 공연이 재개되는 듯하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친(親)푸틴 음악가들이 무대에서 배제되면서 일부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5일 뉴욕 카네기 홀에서 비엔니 필하모니와의 협연이 예정되어 있던 러시아 피아니스트가 공연에서 배제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대타로 나서게 되었다.평소 암보(暗譜)로 피아노를 연주하던 조성진은 이날 리허설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거의 완벽하게 연주했다고 극찬을 받았다. 조성진은 빈 필과의 협연, 카네기 홀 데뷔 무대 둘 다 성공적으로 마치고 북미 투어에 돌입하게 되었다.  3월 19일 비와 눈이 ..

공연 2022.03.20

바리톤 흐보로스톱스키를 기리며(2021)

성악가 중에는 어느 배역을 위해 태어났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여럿 있다. 푸치니의 오페라 에 나오는 "Nessun Dorma" 하면 파바로티가 떠오른다. 로마 월드컵 전야제 때 쓰리 테너의 합동공연에서 손가락에 흰 손수건을 감고 그가 길게 뽑는 하이톤의 미성(美聲)에 관객들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모차르트의 에 나오는 "밤의 여왕 아리아" 하면 단연코 우리나라 소프라노 조수미라 할 수 있다. 조수미와 동갑인 러시아의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Dmitri Hvorostovsky, 1962-2017)는 러시아 로망스를 부르기 위해 태어난 성악가가 아니었나 생각된다.[1] 지난 11월 22일은 디마(흐보로스톱스키의 애칭)가 커리어의 절정기인 55세에 세상을 떠난지 4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2017년 뇌종..

공연 2022.02.28

가을이 되면 들려오는 노랫소리(2021)

계절이 바뀌면서 풀벌레 소리가 커졌다. 영화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의 OST도 많이 들려온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이 영화(1994)는 브래드 피트, 안소니 홉킨스, 줄리아 오몬드가 출연하여 미국 몬태나 주의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러드로우 가족의 애증과 성쇠를 보여준다. 본래 원제는 한 가족의 몰락이 그 고장의 전설이 되었다는 의미였는데 한국에서는 산악지형인 몬태나 주의 가을풍경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그냥 '가을의 전설'이 되어버렸다. 영화의 주제가 같은 "집으로 가는 길"은 OST에는 없는 가사의 노래로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이 불러 크게 인기를 끌었다. 강직하고 근엄한 러드로우 예비역 대령과, 성격이 각기 다른 3형제가 광활한 대자연의 몬태나에서 우애좋게 살다가 막내의 ..

공연 2022.02.28

존 다운랜드 뮤비(John Downland MV)

영국의 존 다운랜드(John Downland, 1563~1626)는 셰익스피어와 함께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대에 살았던 류트 연주가, 작곡가, 음유시인이었다. 서양의 바로크 시대와 겹치는 영국 르네상스 古음악 시대의 궁정음악가였다. 그의 대표곡 "흘러라 나의 눈물이여(Flow My Tears)"는 스팅의 노래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우연찮게 그의 또 다른 곡 "나의 비탄이 열정을 움직일 수 있다면(If My Complaints Could Passions Move)"을 비올라 연주로 들어본 후에는 묘한 감동을 받았다. 그것은 Complaints(뭔가 잘못된 것을 불평하고 호소하는 것)와 Passions(열정과 의욕)의 인상(impression)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었다. 다만, 첫 줄의 영어 문장에서 동사와..

공연 2022.02.28

시크릿 가든과 명상음악

북구의 혼성 그룹 '시크릿 가든'의 앨범을 들으며 명상음악의 세계로 들어가본다. 여러 차례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는 시크릿 가든은 노르웨이의 작곡가 롤프 뢰블란(Rolf Løvland)와 아일랜드 태생의 바이얼리니스트 피오뉼라 셰리(Fionnuala Sherry)를 주축으로 한 그룹이다.[1] 우리나라에서 특히 가을철 국민가곡이 되다시피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시크릿 가든이 본래 "Serenade to Spring"(봄의 소야곡)으로 발표한 곡을 성악가 김동규 씨가 개사를 하여 우리의 애창곡이 된 것이다. 또 시크릿 가든의 "You Raise Me Up"은 찬송가처럼 불리기도 한다. 2005년 10월 시크릿 가든의 서울 공연 때 아일랜드의 유명한 시에 곡을 붙였다는 설명과 함께 직접 연주를 들었..

공연 2022.02.28

기타 듀오의 드뷔시 "달빛"(2021)

G: 4월 27일 밤에는 금년에 가장 큰 핑크빛 슈퍼문이 떴다고 하죠. 서울에선 구름이 낮게 깔리고 빗방울까지 떨어져 볼 순 없었지만요…… P: TV 뉴스 시간에 이스탄불 등 세계 각지의 보름달 뜨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저는 오늘 오전에 이미 음악으로 달빛을 감상하고 황홀경에 빠졌답니다. 오전에 KBS 1FM에서 우리나라의 세계 정상급 기타리스트 박지형과 김진세 듀오가 드뷔시의 달빛(Claire de Lune)을 라이브로 들려주었거든요. 조성진의 YouTube 피아노 연주도 유명하지만 기타 듀오 연주는 처음 접했는데 눈을 감고 감상하니 정말로 달빛 아래 길을 거니는 느낌이 들었어요. G: 저도 그 느낌을 알 것 같습니다. 달빛이 눈부시지 않고 시선이 가는 곳의 사물을 부드럽게 감싸줄테니까요. P: 기타..

공연 2022.02.21

미스트롯2 - 인생곡 "붓"(2021)

G: TV조선의 오디션 프로 (2021. 3. 4) 보셨습니까? P: 네, 다 보진 못했지만 하도 여러 군데서 문자투표하라고 성화여서 하이라이트 장면은 보았어요. 전국민 문자투표에 5백만 명이 넘게 참가했다니 TV시청률을 떠나서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다시 한 번 확인한 사실이지만 중국 사람이 보기에[1]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노래 부르며 놀기 좋아하는 흥겨운 민족이었답니다. 출연자들 모두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요~ 더욱이 요즘은 코로나 방역 때문에 노래방에도 못가니 오죽 답답했으면 오디션 프로를 보면서 대리만족[2]을 구할까 생각했지요. G: 저는 다른 식구들 덕분에 처음부터 죽 보았는데요, 마지막에 미스트롯 진(眞)이 된 양지은 씨는 12명을 뽑는 준결승전에서 떨어졌거든요. P: 네, 그 일이 여..

공연 2022.02.21

경험한 적이 없는 가황의 비대면 공연(2020)

[Last night] Trot singer Na’s concert filled with sweats and tears showed awesome performance. 가황(가수의 황제)의 공연 땀과 눈물에 젖은 열정의 무대 2020년 9월 30일 밤 트로트의 황제 가황(歌皇)이라고 불리는 나훈아(73)의 비대면 공연이 열렸다. KBS 2TV가 방영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쇼를 통해서였다. 나훈아는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공연에서 카리스마기 넘치는 총 30곡을 열창했다. 이 공연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특기할 만하였다. * 엄청난 관객동원력을 가진 가황임에도 관중이 1명도 없었다. 다만 KBS가 사전에 모집한 1000명의 랜선(LAN線) 관중(아래 사진)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

공연 2022.02.21

엔니오 모리코네 추모 콘서트(2020)

8월 1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지난 7월 6일 영면한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를 추모하는 콘서트가 열렸다. 세계 최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겨레 시네21, 예술의 전당이 발빠르게 공동 개최한 추모공연이었다. 영화 의 OST인 "가브리엘 신부의 오보에"는 우리나라 TV 방송(KBS )에서 "넬라 판타지아"라는 합창곡으로 소개되어 큰 인기를 끌었었다. 해설자인 오동진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영화를 보진 않았어도 모리코네의 선율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할 정도로 영화의 분위기와 느낌을 잘 전달해준다. 그러나 과연 그것뿐일까? 코로나가 아직 진정되지 않아 손소독, 발열체크, QR코드에 의한 관람자 등록, 한 자리씩 떨어져 앉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면서까지 많은 팬들이 그의 음악을 듣기 위해 몰려..

공연 2022.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