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경험한 적이 없는 가황의 비대면 공연(2020)

Whitman Park 2022. 2. 21. 07:40

[Last night]
Trot singer Na’s concert
filled with sweats and tears
showed awesome performance.

가황(가수의 황제)의 공연
땀과 눈물에 젖은
열정의 무대

 

 

2020년 9월 30일 밤 트로트의 황제 가황(歌皇)이라고 불리는 나훈아(73)의 비대면 공연이 열렸다. KBS 2TV가 방영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쇼를 통해서였다. 나훈아는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공연에서 카리스마기 넘치는 총 30곡을 열창했다.

 

이 공연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특기할 만하였다.

* 엄청난 관객동원력을 가진 가황임에도 관중이 1명도 없었다. 다만 KBS가 사전에 모집한 1000명의 랜선(LAN線) 관중(아래 사진)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신청이 쇄도하여 KBC 서버가 다운이 될 정도였다. 

* TV 출연은 2006년 MBC의 나훈아 스페셜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었다. 작년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한 트로트 열풍에 비추어 그의 TV 등장은 마치 개선장군의 그것을 방불케 했다.

* 그가 부른 곡들은 전부 그의 창작곡이었다. 특히 새로 선보인 "공(空)"과 "테스형(Socrates兄, 가사는 아래 참조)"은 유행가 가사로서는 보기 드물게 철학적인 깊이를 갖고 있었다. 여느 가수와는 크게 다른 면모였다.

 

 

이날 공연에서 중간중간 그가 들려준 멘트는 어느 정치인보다 속 시원하게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나훈아는 국민들이 좋아하는 트로트의 황제답게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출연료 없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YouTube에서는 그의 소신발언만 따로 편집하여 다시 보여주기까지 했다.

-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 IMF 때도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습니까.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세계에서 제일 위대한 1등 국민입니다."

- "세월의 무게가 무겁고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도 무거운데 어떻게 훈장까지 달고 삽니까. 노랫말 쓰고 노래하는 사람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이 때문에 그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사전행사로 열린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에 나훈아가 참석하지 않았고, 이 점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의아(괘씸?)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 "KBS가 국민의 소리를 듣고 같은 소리를 내는, 여기저기 눈치 안 보는, 정말 국민들을 위한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KBS는 거듭날 겁니다." 제2부 공연에서 청바지에 통기타를 들고 등장한 나훈아는 그보다 나이가 많은 김동건 아나운서와 인터뷰 중에 공영방송 KBS를 에둘러 쓴소리를 한 것이다.

 

 

가황 나훈아(본명 최홍기)는 방송출연을 하지 않은 것은 신비주의 때문이 아니고 창작의 산고가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가사를 쓰고 작곡한 노래는 오랜 기간 사색과 독서의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그가 이번에 새로 내놓은 "테스형'의 가사 1절은 다음과 같다.

 

테스兄  Brother Tes  - 나훈아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Sometiimes I used to burst into laughter.
Then I intended to bury my agony in the laughter.
I feel thankful for the coming of Today to me.
But I'm afraid of the marching-on of Tomorrows.
Oh Socrates, tell me why the world is full of troubles.
Oh Socrates, would you tell me why love is like this?
Long time ago you said, "Know Thyself."
Worringly, I can understand little what you said.

 

가황은 이렇게 빨리 흐르는 세월에 쫒기듯 살지 말라고 보이지 않는 관객들을 향해 외쳤다.

자신이 세월을 붙잡고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전에 해보지 않은 일도 해보고 의지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법을 어기지 않았으면 경찰서 갈 일이 없지만 캔 커피라도 사들고 파출소 구경하러 왔다고 찾아가보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나 역시 그의 제안을 따라 유행가 가사이지만 그의 신곡 "테스형" 1절을 영어로 옮겨 보았다. 테스형이 나훈아처럼 이웃집 아저씨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라 당시 유행하던 델포이 격언)처럼 그동안 가슴에 밎힌 일이 있으면 객관화(objectification)시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여겨졌다. 그다지 중요한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 코메디 프로나 몰래 카메라 프로를 보고 한바탕 웃고 나서 묻어버리면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 74세의 나훈아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젊은이들 못지 않은 활격으로 열창을 하였다.

 

요즘 수많은 공연예술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하여 사실상 실직 상태라고 하는데 주일마다 예배봉사하던 교회의 성가대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교회의 성가대 소모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성가대의 연습이나 합창 활동이 전면 중단되었다.

온누리교회에서도 한동안 몇 명만이 마스크를 쓰고 찬송가를 불렀으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이마저도 중단되었다.

 

 

이에 따라 온누리교회 '주의빛' 찬양사역팀에서는 지난 9월 27일 화상회의 형식으로 각기 다른 장소에서 성부를 나누어 찬송을 부르고 이것을 한 개의 화면으로 통합한 랜선(LAN線) 찬양을 온라인을 통해 선보였다.

가황의 말을 빌린다면, 온누리교회 성가대원들은 코로나19 때문에 모여서 찬양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지만 않았다. 각자 파트를 나누어 열심히 찬양 연습을 하고 PC 카메라 앞에서 합심하여 찬송을 부르면서 색다른 은혜를 체험하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노력이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을 한탄하지 않고 세월의 목을 비끌어매고, 위대하진 않더라도 아주 의미있는 성취(achievements)를 이루는 게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