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26

화가 세간티니의 극적인 삶

G : 라흐마니노프처럼 화가 세간티니(Giovanni Segantini, 1858 – 1899)도 아주 드러매틱한 삶을 살았다고요? 어느 나라 화가인가요? 이름이 생소해서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무슨 관련이 있나요? P : 세간티니와 세렝게티에 공통점이 있다면 자연 그대로의 풍광(風光)이라고 할까요. 그는 무국적자였고, 사후에야 스위스 국적을 얻었던 참으로 기구하면서도 극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생모리츠(독일어 장크트모리츠, St. Moritz)에 그의 미술관이 있어요. G : 국적이 없었다니요? 아나키스트(anarchist, 무정부주의자)였다는 말인가요? 화가라면 무슨 작품으로 유명한가요? P : 저도 이번에 "알프스의 봄"[1]이라는 아주 평화로운 그림을 보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

전시 2023.04.06

조형물을 이노베이션한다면?

12월 14일 오후 논현동 소재 토브 홀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 콘텐츠 기획사 FLOW의 '유연한 공존'(Flexible Coexistence)이라는 주제의 이색(異色) 전시회를 보러 갔다. 토브 홀은 잡지출판사인 더북컴퍼니의 지하에 마련된 다목적 복합문화 공간이다. 성경 창세기에서 천지를 창조하신 여호와가 하신 "보기에 좋았다"는 히브리어의 영어 표기 Tobe에서 따왔다고 한다. 아쉬운 점은 12월 15일이 전시 마지막 날이기에 더 이상 토브 홀에서의 관람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자리를 빌어 전시장에서 큐레이터에게 설명을 들은 대로 여러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올리고자 한다. 전시품은 홍성철 작가의 다채로운 'String hands'와 은판을 망치로 두들겨 여러 모양으로 만드는 강웅기 작가의 '조..

전시 2022.12.15

고향 산천의 골짜기와 돌

시인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면서 고국을 그리워 했다. 재미 의사 마종기 시인은 어느 해 고국을 다녀간 후 강원도 골짜기의 수석을 떠올리며 시를 썼다. 고향산천은 골짜기의 물 냄새도 다른가보다. 그래서 연어는 그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모천(母川)으로 회귀한다지···. 그래서 마종기 시인도 미국 대학병원에서 의사를 하다가 은퇴 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강원도의 돌 - 마종기 The Stone of Gangwon-do by Mah Chonggi 나는 수석(水石)을 전연 모르지만 참 이쁘더군, 강원도의 돌. 골짜기마다 안개 같은 물 냄새 매일을 그 물소리로 귀를 닦는 강원도의 그 돌들, 참, 이쁘더군. Tho’ I have no idea about viewing stones (suiseki..

전시 2022.11.15

한 대학동기의 사부곡(思父曲)

대학동기인 구충서 변호사가 시집을 한 권 보내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부장판사를 하다가 퇴직한 후 정부법무공단에서 소속 변호사들을 지휘하면서 서울대학교에서 국제법 전공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까진 알고 있었다. 나와 같이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고, 특히 언론매체를 통해 귀환 국군포로와 전시 납북자 유가족의 북한 상대 손해배상 소송,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벌여온 것으로 전해듣고 있었다. 얼마 전 10여년 전에 돌아가신 그의 부친 송랑(松郞) 구연식(具然軾, 1925~2009) 시인의 시집을 한 데 모아 엮었다면서 《영원을 넘어》라는 제목을 붙인 800쪽이 넘는 두툼한 책 한 권을 보내 온 것이다. 두꺼운 시집(詩集)을 보는 것도 처음이려니와 고인이 펴낸 시집 한 권, 시 한 수까지 소중하..

전시 2022.09.18

'색채의 마술사' 임직순 전시회

※ 광주시립미술관은 2022. 4. 19부터 6. 23까지 광주미술 아카이브전(Archive展)의 일환으로 운창 임직순(雲昌 任直淳, 1921~1996) 화백의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다. 빛고을의 미술 발전에 큰 획을 그었던 임직순 화백의 회화작품은 물론 드로잉, 사진, 비디오, 전시회 방명록과 리플렛, 신문기사, 편지까지 소장가와 유족의 협조를 얻어 작가의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하 젊은 세대의 궁금증을 덜어주기 위해 인터뷰 형식으로 이번 전시회의 의미와 미술사적 가치 등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Foreign lovers of Korean fine arts are cordially invited to visit the article of the same cont..

전시 2022.06.19

칠십에 부르는 꽃 피는 4월의 노래

3월 하순부터 카톡 친구들이 여기저기 꽃이 만발해 있는 사진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진달래, 개나리, 벚꽃을 비롯한 수많은 봄꽃과 야생화의 사진들이었다. 코비드19로 집콕하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또 내년에도 이 꽃을 볼 수 있으리라 기약할 수 없어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친구들의 배려와 아쉬움 가득한 마음[1]이 느껴졌다. 코로나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바뀐다고는 하지만 우리들 연령대는 일단 걸렸다 하면 치명률이 높은 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이다. 꽃구경 하러 멀리 가서 인파와 교통체증에 시달릴 것을 감안하면 좋은 화질로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감상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따지고 보면 나 역시 국내외로 좋다는 곳을 많이 돌아다녀 보았다. 무엇보다도 봄철에 벚꽃과 목련화가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20년을 보냈기에 ..

전시 2022.04.11

고성의 조각 미술관 바우지움과 아야진 해변(2021)

강원도에 있는 '고성'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세대별로 다르다. 나이 많은 세대는 '통일전망대', '금강산관광'을 연상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바우지움' 조각 미술관, '아야진 해변' 같은 관광명소를 떠올린다. 동해안 해변을 찾아갈 때에도 나이든 이는 화진포, 송지호 같은 해수욕장, 젊은이는 서핑할 수 있는 곳, 바다 전망 좋은 카페로 키워드가 엇갈린다. 동해고속도로가 끝나는 속초 IC에서 행선지를 정할 때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명소 두 군데를 골랐다. 처음 찾아간 바우지움은 바위의 강원도 방언인 '바우'와 '뮤지엄'의 합성어라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저 멀리 설악산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조각전문 미술관이었다. 고향이 춘천인 조각가 김명숙 씨가 치과의사인 부군 안정모 박사와 함께 고성군 토성..

전시 2022.03.01

渡美 만학도 화가의 세상 보는 눈(2021)

며칠간 늦더위에 비까지 뿌리던 꾸무럭하던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다. 2021년 10월 13일부터 인사동 마루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김소연 개인전》을 보러 갔다. 여느 때 같았으면 차 없는 인사동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을 텐데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거리는 매우 한산했다. 덕분에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곳 저곳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와 기념품 가게의 쇼윈도우를 구경하며 느긋하게 걸을 수 있었다. 산은 입사동기회 홍기용 회장의 개인전 "축하 인사말"이 우리가 간간이 들었던 그 간의 홍 회장 개인의 히스토리를 전해 주었다. 예순이 넘었어도 '청춘의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53세에 미국 유학 길에 올라 필라델피아에 있는 유서 깊은 펜실베니아 미술 아카데미(PAFA)에서 ..

전시 2022.02.28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2021)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Encounters between Korean Art and Literature in the Modern Age, 2021. 2. 4 ~ 5.30)를 보러 갔다. 언론 보도나 전시를 보고 온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보면 1920년대 이후 국내 화가들의 활동을 문학에 접목시킨 아주 참신한 기획이라고 해서 코로나19를 무릅쓰고 찾아간 것이다. 봄비가 내리는 화요일 오후 고궁은 고즈넉했으나 석조전 오른편의 미술관 입구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소정 인원만 시간제로 입장시키고 있었다. 미리 예약한 사람과 밖에서 대기표를 받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렸다.[1] 전시실로 들어가보니 일제 강점기였던 1920~40..

전시 2022.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