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서로 의지하며 가꾸는 스마트한 인생

Whitman Park 2025. 3. 19. 10:10

뒤뜰의 나무가 무슨 사장으로 심하게 굽었다.

베어버릴 수도 있었으나 나무의 잘못도 아니다 싶어 그대로 두었더니 왕성하게 가지를 뻗기 시작했다.

나무 줄기가 꺾이지 않도록 가지와 잎의 무게를 많이 받는 지점에 적당한 크기의 바위돌을 놓고 그 위에 나무 줄기를 얹었더니 그 자체가 훌륭한 그림이 되었다.

또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서로 의지하는 삶이 결코 추하지 않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누군가 이 광경을 디지털 카메라/휴대폰으로 찍어 짧은 글과 함께 올렸다.

디카 사진과 어울리는 짧은 시라는 의미에서 디카시(dicapoem)라고 부른다.

이미 조상들이 시조(時調) 3행시로 희노애락을 즐겨 표현해왔기 때문인지 디카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 역시 간결명료하게 마음 속 느낌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 허난설헌 생가 뒤뜰의 굽은 나무. 사진출처: 영주시 2021  디카시 공모전 수상작, 지이코노미

 

가진 것 없이도  - 김성미

Even Without What It Has    ;by Kim Seong-mi

 

못생긴 돌 하나가 어깨를 내줬을 뿐인데

쓰러져 가던 나무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답니다

An ugly stone gave it a shoulder to lean on.
The tree that was about to fall down
began to stand up again.

 

이와는 반대로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홀로 배를 타고 떠나는 여인이 있다. 

여인의 흰 옷차림이 황량하고 어두스름한 물가 풍경과 대비되어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린 여인은 초점을 잃은 눈매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1]

폭이 넓은 소매가 달린 우아한 드레스에 검은 허리띠를 둘러 귀부인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하녀나 시종도 없이 수풀이 우거진 강가에 혼자 있는 것일까? 배를 매어둔 쇠사슬을 풀고 길을 떠나려 하고 있지만, 이 작은 배는 먼 길을 가기에는 턱없이 빈약해 보인다. 뱃머리의 등불은 밤길을 헤쳐가기에는 역부족이고 세 개의 촛불 가운데 두 개는 이미 꺼져 있다. 배를 덮은 깔개는 늘어져 가장자리가 물에 잠겨 있다. 이 여인은 과연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아니, 목적지가 있기나 한 것일까?

 

* 존 워터하우스, 샬롯의 귀부인(1888). 출처: Wikipedia

 

Lady of Shalott  by Alfred Tennyson

샬롯의 귀부인 - 알프레드 테니슨 

 

And down the river’s dim expanse—
Like some bold seër in a trance,
Seeing all his own mischance—
With a glassy countenance
   Did she look to Camelot.

And at the closing of the day
She loosed the chain, and down she lay;
The broad stream bore her far away,
   The Lady of Shalott.

그리고 강의 어슴푸레한 가장자리에서...
비몽사몽간에 용감한 예언자가
자신의 모든 불운을 내다본 것처럼
유리 같은 얼굴로
   그녀는 카멜롯을 바라보았네.
그리고 하루가 끝날 때쯤
그녀는 사슬을 풀고 누웠네
넓은 강물이 그녀를 멀리 멀리 데려갔다네
   샬롯의 여인.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에 관한 중세의 전설을 토대로 영국의 계관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 1st Baron Tennyson, 1809-1892)이 낭만적이면서도 애조띤 시를 썼다.

이 시를 읽고 감명을 받은 19세기 영국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John William Waterhouse, 1849-1917)가 처연한 표정으로 넋을 놓고 배 안에 앉은 젊은 여인을 그렸다. 시의 한 구절을 이미지로 재현한 것이다.

이 시의 주인공은 세상을 마주 대하면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저주에 걸려 샬롯의 성 안에 은거해 있던 여인이었다, 거울을 통해 창 밖 세상을 비춰보며 풍경을 태피스트리에 수 놓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우연히 창 밖을 지나가는 원탁기사 랜슬롯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마침내 그 기사를 찾으러 성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자유를 누리자마자 죽음을 맞게 되었다. 그녀는 배를 타고 마지막 노래를 부르며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 아서 왕의 궁정이 있는 카멜롯으로.

 

* 영화 Cast Away에서 무인도에 홀로 남은 주인공에게 사람 대접을 받는 배구공 Wilson

 

우리 인간이 사람다울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 때라고 한다.

한자에서도 사람 人자는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서 있는 모습이다.

항공기 조난사고로 남태평양 무인도에 표착한 영화 Cast Away의 주인공은 윌슨 배구 공에 묻은 손바닥 핏자국에 사람 얼굴 모양을 그려놓고 늘 그와 대화를 한다. 생존 의지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첫머리의 굽은 나무를 보고 나도 디카詩를 한 편 써보고 싶어졌다.

17음절의 국ㆍ영문 하이쿠로 만들어 보았다.

 

너무 굽었어 ㅠ ㅠ
넌 특별해!
받쳐주자 살아났다.

Too crooked-limbed ~.
You're special!
A rock held it up, and it came to life.

 

이번에 신형 노트북을 새로 장만했다.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온디바이스 노트북이다.

정년퇴직 후에 연구실에서 리서치 및 잡무를 도와주던 '숙달된 조교'가 곁에 없자 한 동안 곤란을 겪은 바 있다.

차제에 노트북을 잘 훈련시켜, 인터넷 접속이 되든 안되든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일을 처리해줄 수 있는 '능숙한 조교ㆍ비서'의 역할을 맡겨볼 생각이다.[3]

 

위에서 소개한 계관시인 테니슨 경의 '샬롯의 귀부인' 역시 시대가 바뀌어 지금처럼 온디바이스 AI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다면 속수무책으로 작은 배에 몸을 싣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들 눈치 볼 필요 없이 다음 사항을 AI 컴퓨터에 물어보고 대책을 세울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 성밖에 말을 타고 지나가는 기사의 정체와 카멜롯 내에서 그의 위상

- 기사를 만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와 그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요령

- Excalibur 검을 가진 아더 왕을 만나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방안

-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저주의 위력 및 이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 

-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는 AI 컴퓨터에게 작업 지시를 할 수 있는 범위

 

Note

* 엘윈 브룩스 화이트 글, 가스 윌리엄즈 그림, 샬롯의 거미줄, p.128

 

1] 당초 서로 의지하는 아름다운 삶에 대해 쓰다가 느닷없이 '샬롯의 귀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어린 돼지와 거미의 우정을 다룬 동화 〈샬롯의 거미줄〉(Charlotte's Web)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린 돼지는 너무 약해서 사료 값도 못할 터이기에 주인은 죽이려 하나 그의 딸이 새끼돼지를 불쌍히 여기고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딸의 보살핌을 받고 무럭무럭 자란 아기 돼지는 추수감사절이 되면 주인 상에 올라야 할 처지이다. 이를 딱하게 여긴 외양간의 거미 샬롯이 돼지우리 앞에 "근사해" 라는 거미줄을 만들어 놓았고 그 덕에 온 마을의 화젯거리가 된 돼지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이 동화가 아름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다카로 찍어 소개할 만한 그림이 없기에 발음이 같은〈샬롯의 귀부인〉을 떠올렸다. 그리고 전설에 나오는 그 여인이 어느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였다는 점에서 무엇을 개선하거나 극복해야 할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2] 워터하우스가 그린 〈샬롯의 귀부인〉 못지 않게 기회가 닿는 대로 소개하고 싶었던 그림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비련의 주인공 〈오필리아〉(1852-1853)이다.

영국에서 라파엘 전파를 창립한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1896)가 너무 곱고 아름답게 그려 놓았다. 햄릿에게 버림을 받고 정신이상이 되어 물에 빠져 죽은 오필리아의 모습이 아주 처연하다. 게다가 그 연못의 주변 환경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그녀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어, 위의 둥근 모서리는 테이트 미술관의 액자 형태임.

 

3] 새로 마련한 노트북와 연결되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AI검색기 Copilot에 온디바이스 AI의 이점을 살려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10가지 이상 알려달라고 했다. Copilot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1. AI-Powered Photo Editing (사진 편집): Use the Photo Remaster feature to enhance old or blurry photos with sharper details and vibrant colors.

2. Real-Time Translations (실시간 통역): Take advantage of Live Captions to translate audio from over 40 languages into real-time English captionsperfect for meetings or videos.

3. AI Select for Quick Searches (빠르고 편리한 검색 기능): Highlight text, images, or QR codes to instantly retrieve relevant search results without typing.

4. Creative Art Generation (스케치나 텍스트를 그림으로 그리기): Use AI tools like Co-Creator in Microsoft Paint to turn simple sketches or text prompts into stunning artwork.

5. Seamless Device Integration (다른 삼성기기와의 통합 연결): Sync your Galaxy phone with the laptop via Phone Link to access calls, texts, and apps directly on your PC.

 

6. Multi-Device Control (다른 삼성기기 통합제어): Use your laptop's keyboard and trackpad to control your Galaxy Tab or smartphone simultaneously with Multi Control.

7. Second Screen Functionality (스크린 확장 기능): Expand your workspace by connecting your Galaxy Tab as an additional display.

8. AI-Enhanced Productivity (AI를 이용한 맞춤식 생산성 향상): Utilize the dedicated Copilot Key for personalized AI assistance to streamline tasks and boost efficiency.

9. Effortless File Sharing (삼성기기와의 파일 공유): Quickly share files between Galaxy devices using Quick Share or access files across devices with Storage Share.

10. Optimized Visuals (최적화된 디스플레이 기능): Enjoy an immersive viewing experience with the Dynamic AMOLED 2X display, which adjusts brightness and reduces glare automatica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