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2000)

Whitman Park 2022. 2. 16. 09:50

오늘날 우리는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다분히 스스로 초래한 시간의 속박이다. '빨리빨리'는 한국인의 경제건설 구호가 아니라 국민성 그 자체라고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보통우편보다는 빠른우편, 그것도 모자라 택배와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크게 늘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듯한 휴양지의 일탈을 동경한다. '무인도에서의 로빈슨 크루소' 같은 생활을 꿈꾸기도 한다. 만일 이러한 일들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당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일컬어지는 톰 행크스가 기획, 제작, 주연(감독은 로버트 저멕키스)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시간의 의미, 고독과 의사소통의 의미,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살아 돌아왔을 때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이미 다른 남자와 가정을 꾸민 약혼녀와 재결합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지만, 우리가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 때 보았듯이 사망한 것으로 처리한 가족과의 호주승계, 재산상속 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

미국의 특송회사(courier) FedEx의 시스템 엔지니어인 척 놀랜드(톰 행크스)는 전세계 지점을 돌아다니며 배송 시스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배달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자신이 멤피스 본사에서 부친 작은 포장화물이 모스크바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을 재면서 "제한된 시간 내에 분류 및 발송 작업을 끝내지 못하면 해고"라고 직원들을 닦아세운다. 크리스마스 시즌임에도 솔선수범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약혼녀 켈리(헬렌 헌트)와의 크리스마스 파티도 뒤로 미룬 채 해외출장을 떠난다. 곧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그러나 페덱스 화물기는 남태평양 상공에서 악천후에 휘말려 바다에 추락하고 만다. 구사일생으로 인근 무인도에 표착한 놀랜드는 이내 그 섬에서는 자기 혼자만이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로빈슨 크루소 식 생존법을 터득해 간다.

주인공이 코코넛 열매를 먹는 법, 물고기를 잡는 법, 불을 피우는 법, 치통을 해결하는 법, 뗏목을 만드는 법을 시연해 보이는 것은 문명세계에서 고립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나 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초 단위로 살았던 놀랜드이지만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시계만으로 바위 위에 날짜를 표시해가며 지내야 한다. 무인도에서는 분초를 다투는 것이 전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그곳은 시간의 흐름이 멈춰버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비슷한 자연의 상황이 반복되는 세계가 아닌가!

놀랜드가 바위 위에 1,500여 날을 표시하였을 때 그는 뗏목을 완성하고 큰 파도를 헤치며 바다로 나간다. 운 좋게도 망망대해에서 화물선을 만나 구조된다. 고향에 돌아와 성대한 환영식을 받았지만 그는 너무 허전하다. 회사에서 사고 전의 신분과 재산을 회복시켜 주었다 해도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둔 켈리와의 재결합은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놀랜드가 페덱스 고객(사업차 모스크바에 가 있는 남편과 이혼한 농장주)에게 그가 보관하고 있던 탁송화물을 전하러 갔을 때 텍사스 광야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가 남태평양 무인도에서 탈출할 때 그러했듯이 생존하려면 하나로 방향을 정해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감상의 포인트

이 영화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비교해보면서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두고 살아야 하는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배구 공 '윌슨'이 단적인 예이다. 켈리로부터 선물로 받았던 회중시계는 시계로서의 기능은 상실하고 그녀의 미소짓는 사진만 보여줄 뿐이다. 그보다는 상처난 손바닥의 핏자국으로 웃는 모습을 한 윌슨(배구공 상표)이 만져볼 수도 있고 더 친근하다. 놀랜드는 무슨 일을 하든지 윌슨에게 말을 걸고 그와 상의를 한다. 비록 일방적이기는 해도 그가 혼자가 아니라는 실존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뗏목을 타고 망망대해로 나갔을 때에도 윌슨(배구공)이 조류에 휩쓸려가자 목숨을 걸고 공을 찾으러 바닷물에 뛰어 든다.

 

놀랜드는 절망한 나머지 절벽 위에서 목을 매달고 뛰어내리려 하다가 그 용기를 갖고 무인도를 탈출하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로서 생존만큼은 보장되는 무인도였지만 확률적으로 극히 낮은 구조가능성을 기대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대해로 나가는 것이다. 말 그대로 해안을 떠날 용기를 가진 자만이, 그 과정에서 파도에 휩쓸려 생명을 잃을 가능성도 있지만, 대양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특송회사의 간부사원으로서 고객의 탁송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놀랜드에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준다. 어느 탁송물은 내용이 중요해 보여 무인도를 탈출할 때에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데 바로 그 정성으로 인해 남편을 모스크바 현지처에게 뺏긴 텍사스 여인의 사랑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항공기 사고로 죽은 것으로 치부되었던 사람이 살아서 돌아왔을 때 종전의 관계를 원상회복시키는 방법이다. 회사에서는 집 마련, 복직, 은행계좌 모든 것을 책임지고 되살려준다. 그러나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 약혼녀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우리 민법 제29조 제1항을 보면 "실종자의 생존한 사실 또는 [실종선고에 의하여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는 시기와] 상이한 때에 사망한 사실의 증명이 있으면 법원은 본인,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실종선고를 취소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종선고 후 그 취소 전에 선의(善意)로 한 행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민법은 1984년에 개정될 때 특별실종에 '추락한 항공기 중에 있던 자'의 생사가 항공기 추락 후 1년간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를 추가하여 사고발생 후 1년이 지나면 실종자는 [실종선고에 의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게 된다. 놀랜드의 경우 무인도에서 4년 이상 살아 있었지만, 우리 민법에 의하면 추락사고 후 1년이 경과한 때에 사망한 것으로 보게 될 것이다.

놀랜드가 실종선고를 받았다 하더라도 실종선고 취소를 통하여 그의 사망을 전제로 한 권리변동은 소급하여 무효가 된다. 그러나 실종선고 후 그 취소 전에 선의로 한 행위는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 영화 속에서 놀랜드는 켈리와 약혼관계에 있었지만, 사고해역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의 결과 생존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켈리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 신분관계를 원상회복시킬 도리는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분단상황으로 인해 특별히 제기되는 문제는 미수복지구(북한)에서 월남한 취적자(就籍者)가 미수복지구에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하여 '부재선고'를 받았거나(1967년 부재선고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법률1867호), 6·25 동란 중 미수복지구 이남지역(남한)에서 주소를 떠난 후 생사(生死)가 분명치 아니하여 '특별실종선고'를 받은(1968.1.17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 사람이 호적에서 제적되고 호주승계·상속·혼인에 관하여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었는데(동법 4조, 학설은 이 경우 사망시기를 부재선고의 심판이 확정된 때로 보고 있음), 나중에 살아있는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법원은 본인·가족·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부재선고를 취소하여야 하며(동법 5조1항 본문), 그 효과는 민법상 실종선고 취소의 효과와 같다(동법 5조1항 단서, 2항).

민법의 원칙에 따르면 이산가족에 대한 실종선고·부재선고의 취소로 인한 신분관계는 이미 형성된 것은 (선의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가급적 존중하고, 재산관계는 이미 상속이 개시되었으므로 재산취득이 악의인 경우가 아니라면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반환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다만 장기간 분단과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인하여 현존이익을 실사하여 금액을 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오랜만에 상봉한 가족들간의 불화를 막고 在北가족의 생활을 지원하는 의미에서 입법적으로 그 기준과 방법을 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상속회복청구권도 3년, 10년의 제척기간으로 소멸하게 되어 있어(민법 999조2항) 북한의 이산가족은 전혀 보호받을 길이 없으므로 역시 특별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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