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영어 단어에 'Picturesque'가 있다.
마침 친구가 보내준 '봄'에 관한 여러 편의 시(詩) 중에 그림을 보는 듯한 시 한 편(A picturesque poem)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수채화 같은 봄 풍경"을 검색해 보니 아래의 그림을 찾을 수 있었다.
봄 풍경을 상상하며 시를 우리말과 영어로 차례로 읽어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시인은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과 들을 배경으로, 아니 청중으로 여기고 인생 곡을 연주하라고 한다.
봄의 수채화 - 양봉선
복사꽃
화사한 봄날
어스름 해질 무렵
어머니
젖무덤처럼
완만한 능선 따라
쉼없이 거닐 때
먼 발치
언뜻언뜻 보이는
형형색색 절경
수채화
물감 풀어 놓은
흐드러진 산야 벗삼아
인생을 연주하리라
Watercolors of Spring
by Yang Bong-seon
Peach blossoms bloom
on a bright spring day
at dusk near sunset.
Along the gentle ridge
like Mother’s
bosom,
I walk along without rest.
At your distant feet,
one or two glances catch
colorful landscape
with watercolor
paint stuff released.
With hills and fields in the background,
I will play my life song.
봄을 맞으려면 산이나 들로 나가야 한다.
하다 못해 앞뜰의 매화나무나 목련, 라일락이라도 들여다 볼 일이다.
무채색 오솔길에서
손짓하는 붉은 꽃망울
On a colorless trail,
pink buds of azalea
flowers greeted me.
다가서 보니 여기저기
펼쳐진 연두빛 새싹
I've found out
green grass are sprouting anew
here and there in the forest.
24절기 중 입춘 두 달 후에 오는 청명(淸明) 날에는 봄 기운이 완연해진다. 자고로 춘삼월(春三月)이라고 일컬었다. 여기저기서 봄꽃들이 피고 새잎이 돋기 시작한다. 태양력 상으로는 4월 4일 또는 5일이고 아래 시에도 나오지만 동짓날 후 105일 또는 106일 만에 온다.
조선 시대의 문신, 문장가였던 서거정(徐居正 호는 사가정/四佳亭, 1420~1488)은 청명을 학수고대 기다리며 다음과 같은 한시를 남겼다.
발을 걷어도 될 정도로 바람결이 부드러운 날씨, 꽃이 피기 시작한 봄 동산, 비까지 내리니 책을 읽고 있던 그가 좋아하는 술을 아니 마실 수 없다고 노래하고 있다. 맛있는 술 10 x 1000 잔이라고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 같은 과장된 표현을 써서 그의 기분을 묘사하였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淸 明 - 徐居正
청 명 - 서거정
又値淸明百六日
更傾美酒十千杯
曲闌西畔鉤簾看
躑躅半開山雨來
[동짓날 후] 백육일 만의 청명날을 또 만나니
다시 좋은 술을 일만 배나 마시고
굽은 난간 서쪽으로 발을 걷고 보니
진달래꽃 반쯤 핀 산에 비가 내리는구나
One hundred and six days [after the winter solstice] I see the Clear Day again.
I’ve drunk ten thousand glasses as much good wine again.
Lifting the window curtain, I see westward on the curved railing.
It's raining on the mountain with half-bloomed azalea fl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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