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Picturesque 봄의 수채화

Whitman Park 2024. 3. 15. 11:50

내가 좋아하는 영어 단어에 'Picturesque'가 있다.

마침 친구가 보내준 '봄'에 관한 여러 편의 시(詩) 중에 그림을 보는 듯한 시 한 편(A picturesque poem)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수채화 같은 봄 풍경"을 검색해 보니 아래의 그림을 찾을 수 있었다.

봄 풍경을 상상하며 시를 우리말과 영어로 차례로 읽어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시인은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과 들을 배경으로, 아니 청중으로 여기고 인생 곡을 연주하라고 한다.

 

 

봄의 수채화 - 양봉선

 

복사꽃

화사한 봄날

어스름 해질 무렵

어머니

젖무덤처럼

완만한 능선 따라

쉼없이 거닐 때

먼 발치

언뜻언뜻 보이는

형형색색 절경

수채화

물감 풀어 놓은

흐드러진 산야 벗삼아

인생을 연주하리라

 

* 출처: Naver 블로그 꽃 앞의 계절, "수채화 봄 풍경"

 

Watercolors of Spring

by Yang Bong-seon

 

Peach blossoms bloom

on a bright spring day

at dusk near sunset.

Along the gentle ridge

like Mother’s

bosom,

I walk along without rest.

At your distant feet,

one or two glances catch

colorful landscape

with watercolor

paint stuff released.

With hills and fields in the background,

I will play my life song.

 

* 출처: YouTube 석숭의 MV Norman Candler, "Kleine Traummusik"에서 캡쳐

 

봄을 맞으려면 산이나 들로 나가야 한다.

하다 못해 앞뜰의 매화나무나 목련, 라일락이라도 들여다 볼 일이다.

 

무채색 오솔길에서

손짓하는 붉은 꽃망울

On a colorless trail,
pink buds of azalea
flowers greeted me.

다가서 보니 여기저기

펼쳐진 연두빛 새싹

I've found out
green grass are sprouting anew
here and there in the forest.

 

* 서광처럼 비치는 봄 기운. 출처: 위의 YouTube 석숭의 MV와 같음
* 전남 광양시 섬진강 매화마을. 2024.3.10.

 

24절기 중 입춘 두 달 후에 오는 청명(淸明) 날에는 봄 기운이 완연해진다. 자고로 춘삼월(春三月)이라고 일컬었다. 여기저기서 봄꽃들이 피고 새잎이 돋기 시작한다. 태양력 상으로는 4월 4일 또는 5일이고 아래 시에도 나오지만 동짓날 후 105일 또는 106일 만에 온다.

조선 시대의 문신, 문장가였던 서거정(徐居正 호는 사가정/四佳亭, 1420~1488)은 청명을 학수고대 기다리며 다음과 같은 한시를 남겼다.

발을 걷어도 될 정도로 바람결이 부드러운 날씨, 꽃이 피기 시작한 봄 동산, 비까지 내리니 책을 읽고 있던 그가 좋아하는 술을 아니 마실 수 없다고 노래하고 있다. 맛있는 술 10 x 1000 잔이라고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 같은 과장된 표현을 써서 그의 기분을 묘사하였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淸 明 - 徐居正

청 명 - 서거정

 

又値淸明百六日

更傾美酒十千杯

曲闌西畔鉤簾看

躑躅半開山雨來

[동짓날 후] 백육일 만의 청명날을 또 만나니

다시 좋은 술을 일만 배나 마시고

굽은 난간 서쪽으로 발을 걷고 보니

진달래꽃 반쯤 핀 산에 비가 내리는구나

 

One hundred and six days [after the winter solstice] I see the Clear Day again.

I’ve drunk ten thousand glasses as much good wine again.

Lifting the window curtain, I see westward on the curved railing.

It's raining on the mountain with half-bloomed azalea flowers.

'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길만 걸으세요  (0) 2024.04.15
강릉 솔올미술관 개관 전시회  (0) 2024.03.30
잠실 금아(琴兒) 피천득 기념관  (0) 2024.02.18
광주 아시아 문화의전당 기획전시회  (0) 2023.12.26
꽃 한 송이 드리리다  (0) 202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