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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Someday

Whitman Park 2024. 12. 11. 19:00

연말이 되어 고동학교, 대학교 동창들이 모임을 가질 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때 이렇게 하면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하지 말자"는 다짐이다.

사실 우리 삶에 있어서 지금이 마음 먹은 일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가장 젊은 때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기에 해두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일들이 따져 보면 한둘이 아니다.

 

* 12월 초에 구경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단풍. 오사카 아사히 오야마자키 산장미술관의 정원에서

 

예컨대 조 은 시인은 다음과 같이 우리들에게 충고의 말을 건넨다.

퇴근 길에 타고 갈 버스가 언제 오나 기다리지만 말고 바로 버스 정류장 옆 화단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챙겨보는 여유를 가지라고 한다. 나중에 아예 버스를 기다릴 필요조차 없게 되었을 때 우리가 놓쳤던 것을 아쉬워하며 후회해 본들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그때가 되면 지금 이 자리에서 하지 못했던 것을 곱씹으며 그 기억 때문에 슬퍼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맞는 말이다.  

 

반대로 그때 하기를 참 잘했다 싶은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Once in a lifetime 이라 생각하고 사랑을 고백했다거나, 만난을 무릅쓰고 여행을 떠났는데 기막힌 경치를 구경한 경우 말이다. 

⇒ 12월 초의 교토 단풍여행,   교토 미술관 투어

 

* 실제로 저 터널의 끝에 이르자 무릉도원이 나타났다. 2024년 12월 교토 근교의 미호 미술관 입구에서

 

언젠가는  - 조 은

Someday    by Cho Eun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There will come a moment when I realize

that my life is around the corner.

And then, I'll be saddened

By the memory that

I was here at that moment.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어떻게 햇살을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I spent countless hours waiting for a bus that didn’t come.

How the flowers catch the sunlight,

How they get familiar with darkness,

I turned away from them looking at one spot.

At the memory of waiting for a bus that didn’t come

I’ll get choked up.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Sometimes angry, sometimes not even angry,

For the memory that I waited for something in vain,

I’ll get choked up.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순간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The things I really waited for

Came too late or never came at all.

There will come a moment when I realize that

There were many moments when their existence was forgotten.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When the thing I was waiting for came,

I've spent so many times

By recalling the broken heart.

Someday because of the memory

That my life dried up like water in a pud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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