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독서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할까?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도들은 반드시 성당에 가야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언제 어디서든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를 하면 그곳이 바로 교회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마찬가지로 독서도 서재나 도서관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이가 들어 노안이 오면 집안 여기저기에 돋보기를 놓는 것도 그곳에서 신문이든 잡지든 활자매체를 보기 위해서 아닌가!
마침 조선일보 News English 윤희영 에디터가 독서를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여러가지 팁(tried-and-true tip)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원문의 주요 구절에는 ( ) 안에 영어 실력을 절로 키워주는 영문이 병기되어 있지만 여기서는 영문은 생략한다.
“책 읽는 걸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 누군가가 온갖 재료로 듬뿍 한 상 차려주는 대접 받는 것으로 생각하라.”
“권위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떨쳐라. 지식인들이 떠벌리는 고전, 웬만한 사람은 읽어봤다는 베스트셀러를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 없다. 어떤 책이든 내가 관심 있는 걸 선택하면 된다."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 가질 이유 없다. 독서에는 일단 시작한 건 끝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못해 읽던 책에서 꾸물거리며 느낀 자괴감이 관심 있는 책 읽는 것까지 망설이게 할 수 있다. 짧은 글을 모은 단편 선집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하나 읽다가 재미·감흥 못 느끼면 꾸역꾸역 읽을 필요 없이 그냥 다음으로 넘어가면 된다."
"집 안 여기저기 책을 놓아 둔다. 침실, 응접실, 화장실, 눈에 띄고 손이 닿는 곳에 있으면 펼쳐 보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디를 돌아다니든 책을 꼭 들고 다닌다."
"책 한 권에 시종일관 얽매일 필요 없다. 한꺼번에 여러 권 동시다발적으로 읽는 것도 유익하다. 지루함을 덜고 신선함을 더한다."
"책을 읽다가 잠시 중단하거나 아예 중도 포기하는 것에 자책감·무력감 느끼지 않아도 된다. 구태여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도 되고, 목차만 보고 덮어도 된다."
"읽어야 할 책의 숫자나 목록을 정하는 건 오히려 주눅 들게 해서 방해된다. 거꾸로 자신이 어떤 책을 읽어봤는지 알량하나마 기록해 보는 건 동기부여가 되고 성취감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독서는 어디에든 갈 수 있는 할인 티켓이다.” - Mary Schmich (미국 언론인)
“오늘의 Reader가 내일의 Leader가 된다.” - Margaret Fuller (미국 작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거창하게 고전을 읽는 것만이 독서가 아니다. 요즘의 인기 도서, 하다 못해 광고전단지를 보고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다시 말해서 활자매체를 읽거나 오디오로 청취하는 것도 모두 독서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News English에서 참고자료로 소개한 Reader's Digest Book Club의 담당자 Sarah Jinee Park의 18가지 팁도 들어보자.
# Remind yourself why you enjoy reading
# Regard reading as a treat, not a chore
# Join a community of bookworms
# Read before bed
# Curate your social media feed by following book lovers
# Get a library card
# Stop worrying about “important” books
# Don’t like the book? Don’t feel pressured to finish it
# Read short story anthologies
# Try different kinds of books
# Strategically place books around the house
# Carry a book everywhere
# Don’t shy away from audiobooks
# Be open to reading multiple books at once
# Read or listen to author interviews
# Attend book readings
# Keep track of every book you read
# Don’t be afraid to take breaks from reading
너무 바쁘고 할 일이 많아서 한가롭게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며 푸념하는 사람에게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시를 한 편 소개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과 함께 수많은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서점에 달려가게 만든 한강 작가의 "괜찮아" 라는 시다(문학동네 2004 여름호). 당초 시인으로 등단했던 그녀가 갓난아기 아들을 키우면서 느꼈던 육아의 부담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들려주는 이야기같다.[1] 노벨위원회로부터 수상 통보 전화를 받고 첫 소감이 "오늘밤 아들과 차를 마시며 조용히 자축하겠다" 였으니 그 아이의 성별은 확인이 된 셈이다.[2]
괜찮아 - 한강
It's Okay by Han Kang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 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When he was two months old,
My baby cried every evening.
Not because he was hungry,
Not because he was sick,
For no reason at all,
For three hours straight, from dusk to night.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I was afraid that the bubbly child would die.
I hugged him with my two arms
I circled the house countless times and asked
What's wrong.
What's wrong.
What's wrong.
My tears fell
and mixed with his tears.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Then one day
I suddenly said,
No one taught me this,
It's okay.
It's okay.
It's okay now.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n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Like a lie,
The child's crying woudn't stop.
It was rather
It was my crying, but it was just
Coincidence.
A few days later,
He stopped crying in the evening.
서른 넘어서야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I didn't realize it until I was over thirty
When you inside of me sobbed,
What should I do.
Like looking into the face of a crying baby,
Toward the salty bubble-like tears,
It's okay.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Not what's wrong, but
It's okay.
It's okay now.
* 해변에서 쉼없이 파도가 밀려오고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진정된다.
Note
1] 우는 아기를 젊은 엄마가 어를 때에는 "왜 그래", "괜찮아" 많이 쓸 것이다. 그런데 말뜻을 모르는 갓난아기는 그 의미의 차이보다 발성의 주파수와 어조에 반응하게 된다. 갓난아기가 직감적으로 느끼는 "왜 그래"에는 놀람과 당황, 짜증이 섞여 있을 테니 아기는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울음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반면 "괜찮아"에는 안도와 진정, 위로가 담겨 있을 테니 말뜻을 모르는 아기도 자연히 울음을 멈출 것으로 생각된다.
2] 위의 "괜찮아" 시를 AI 번역기에 초벌 번역을 맡겼다. 신뢰도는 50%도 못되지만 일단 몇 초 만에 번역을 끝내주기 때문이다.
DeepL과 Papago를 썼는데 둘 다 한강을 Han River라고 번역했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본문에서 아이의 성별은 지시대명사 he와 she를 혼동했다. 인공지능으로서 한국 시에서 생략되기 일쑤인 주어나 목적어의 성별은 식별 불가이니 이것 역시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왜 그래"는 둘 다 'What's wrong'이라 했으나 "괜찮아"는 'It's okay' 또는 'I'm fine'이라고 서로 다르게 옮겼다. 주 1]에서 말한 것처럼 '괜찮아'는 내가 좋다는 게 아니라 아기가 더 이상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다독이며 한 말이므로 'It's okay'가 문맥에 더 적합할 듯하다. 그렇다면 마지막 연도 'What's wrong with you? No / I'm fine.'이 아니라 'Not what's wrong, but / It's okay' 가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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