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덕수궁 현대미술관은 개관 80주년을 맞아 지난 8월 15일부터 11월 9일까지 한국 근ㆍ현대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환기, 유영국, 도상봉, 손일봉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75인의 작품을 통해 ‘한국적 정서’와 ‘향수’를 주제로 한 미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필자(P)는 전 직장 상사이자 이크레더블 CEO를 역임하신 박찬성(G) 선배로부터 전시작품 중에 포함된 선배의 사돈 되시는 손일봉 (孫一峰) 화백의 풍경화와 인물화 여러 작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 올린 그림들은 박찬성 선배가 전시회에서 직접 촬영하여 제공한 것이다.
P : 이번 추석 연휴에는 고궁과 미술관의 입장료가 무료라고 하는데 좋은 전시회를 보고 오셨다고요?
G : 네, 내가 전에 펴낸 수필집 「변창한 축복」중 〈어린 시절의 수채화〉에 등장하는 영주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자 큰형수 되시는 손경란 선생님의 부친 손일봉 화백의 그림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나로서도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는 유년 시절 기억과 그 시절의 감정을 되돌아볼 수 있었지요.

G : 위의 그림을 한 번 보세요. 왕릉 위를 유영(游泳)하는 파란 하늘 위의 새하얀 구름!
여느 화가도 흉내낼 수 없는 神의 터치인 듯하지 않나요? 쳐다볼수록 빨려드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세상의 타이틀이란 보잘 것 없이 떠도는 한 점 구름에 불과한 것 아니겠어요!
P : 저는 위의 그림을 보고 연상되는 게, 바로 며칠 전 SNS를 통해 읽었던, 우리의 전 직장 동료였던 정봉렬 감사의 다음 시였어요.
가을 하늘 - 정봉렬
한 조각 흰구름도
청산에 넘겨준 채
아무 것도 갖지 않고
바다를 펼치는 손
가슴에 그리움만 품고
노을 속에 잠긴다

P : 청산 위의 한 조각 흰구름이라 ~.
다음 순간 올려다보면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결국 남는 것은 푸른 바다 같은 텅 빈 하늘 아니겠어요?
우리도 결국 저녁 노을처럼 잠시 빛나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릴 텐데 시인은 그리움(포르투갈어로 사우다지 'saudade')만이 가슴에 남는다고 말했어요.
Autumn Sky by Chung Bong-ryeol
Not a single white cloud remains
Left behind on the blue mountains.
With nothing to hold
The hand unfolds the ocean.
Holding only saudade in my heart
I sink into the sunset.
G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손일봉(孫一峰, 1906-1985) 화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더군요.
경주 출신. 1928년 경성사범학교를 졸업하였다. 재학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이 나타나 선전(鮮展: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 1회, 특선 3회를 기록하였으며,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서 동경 우에노미술학교(上野美術學校)를 졸업하였다.
일본에서는 제전(帝展)과 광풍회전(光風會展)을 중심으로 활약하였으며, 10여년을 북해도(北海道)에서 보냈다. 광복 후 경주에서 생활하는 동안은 고등학교 교사, 고등학교 교장을 지내 작가생활을 거의 하지 못했으며, 정년퇴직 후 세종대학교 회화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비로소 본격적인 작가생활로 접어들게 되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종군화가로도 활동했다.
그의 회화작품의 특징은 인물이나 정물, 풍경 등 구체적인 대상물을 선택하여 그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묘사의 범위를 최대한 축약시켜 빠르고 큰 붓으로 작업하는 데에 있다. 국전 초대작가, 신미술회(新美術會) 회원으로 활약하였다.
P : 저도 초등학교 시절 화판 메고 다니면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데요, 미술대학 나와 화가가 되었으면 손 화백 비슷한 풍경화를 그렸을 거예요.


G : 손 화백의 그림을 좋아하셨던 법정 스님은 다음과 같이 평하셨다고 해요.
“손일봉은 우리 나라 서양화가 도입된 초기부터 1980년대까 지 현대 회화의 산 증인으로, 뛰어난 묘사력과 완벽한 색조의 시각적 수법으로 자연주의 예술을 고집했어요. ‘그림은 나의 인격’이라고 하며 작품 하나하나에 엄격성을 강조했고, 자연에 대한 태도는 겸허해야 한다며 그 시간, 장소를 고집하는 걸 보았어요.”
P : 덕수궁 현대미술관의 큰 홀에서 다른 그림과 비교해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분의 풍경화에서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 그런게 느껴져요.
G : 나도 간접적으로 들었는데 손 화백의 그림 스타일은 이러했다고 해요.
"상세하게 그리면서 총체적인 것을 머리에 담고 그것을 한두 번 붓질에 팍, 처리를 하시곤 했어요. 그런 테크닉을 구사하는 화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잡초 한 포기에서도 창조주를 느끼게 하신 분이었지요. 선생님은 "예술이라는 것이 쉽게 재간을 부려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지론을 갖고 계셨어요.” (이창수 대담)
또 손 화백이 술이 거나해지면 이렇게 소리치셨다고 해요. "사실주의 그림은 내가 세계에서 최고다"며 자부심이 대단하셨어요.
그게 빈말이 아닌 것이 화단에서도 "서쪽에 오지호가 있다면 동쪽엔 손일봉이 있다"고들 말했어요.
P : 저도 손일봉 화백과 비슷한 경력을 가진 화가를 잘 압니다. '색채의 마술사'로 이름을 떨친 임직순(任直淳, 1921-1996) 화백이십니다. 광주의 무등산도 많이 그리셨지만 '꽃과 소녀' 가 그분의 시그너쳐 그림이었어요.
G : 손 화백의 작품 중에도 소녀상이 있는데 바로 큰형수님 되시는 손경란 선생님의 어릴 적 모습이예요. 10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P : 초상화의 주인공이 형제 많은 집안의 맏며느리로 들어왔으니 얼마나 애환(哀歡)이 많으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선배님은 집안의 막내 도련님으로 귀염을 독차지하셨을 거고, 더욱이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하셨다니 떨어져 살면서 '가을 하늘' 같은 그리움이 남으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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