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한 복판 - 봄꽃이 지고 모란과 장미 같은 초여름의 꽃이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미국 주재원 시절부터 이웃으로 지냈던 지인의 한강변 양평 집에 다녀왔다.
나는 88서울올림픽이 끝난 후 뉴욕 주재원으로 발령이 났다. 그래서 맨해튼의 허드슨강 건너편 듀몬트 숲속에 싸인 별장 같은 집에서 3년간 살았었다.
정원 잔디밭 저쪽으로 강물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하늘에 구름 몇 점뿐인 쾌청한 5월의 주말 먼 산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리고 강물 위로는 흰 새가 날아다녔다.
먼산 뻐꾸기 소리
고요한 강물에
반사되어
졸다가 깬
차임벨 소리가
자장가로 들리네
Cuckoo's song from distant mountains
Is reflected on the still river.
Upon hitting a wind bell at the eaves,
It becomes a lullaby.
처마에 달려 있는 윈드 차임벨(풍경)[2]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은은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크로스오버 노래를 잘 불러 막강한 팬덤을 갖고 있는 존노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지난 2월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플래티넘을 기록한 NSQG2: The Other Side 앨범에 수록된 곡을 영어로 옮겨보니[3] '딱' 들어맞았다.
우리 아이들도 어렸던 그 시절의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칠순 나이의 '딱' 절반에 해당하는 시기의 온갖 추억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바람이 불어올 때면
– 존 노 노래, 조은희(Joni), ZigZag Note 작사, ZigZag Note 작곡
When the Wind Blows
sung by John Noh, written by Joni &
ZigZag Note, and composed by ZigZag Note
모아진 사진 속에
가득한 아련함 따라
한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난 그곳에
우 ~
Following a sentiment of longing
filled in the photo album,
I walked along ceaselessly,
and arrived there, not knowing it.
Woo ~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슬러 가
바람이 불어올 때면
그곳으로 돌아가
I know well that I can’t restore
the past while still going back.
When the wind blows,
I’ll be back to the place.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붙잡을 수 없는 시간
그저 넓은 저 하늘에
기억을 그려본다
I can’t help but do anything.
I can’t catch the flying time.
I can only try to draw memories
in the vast sky.
오 아름다운 우리 추억들은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워지기만 해
Oh, beautiful memories of ours
become more and more unforgettable
whenever I try to draw it.
숨이 찰 듯이 앞만 보고
달려오기만 했던 날들에
그때의 그 추억들과 기억이
나를 잠시나마 쉬게 하네
The memories and remembrance of
those days when we ran forward
until getting out of breath
have made me have a rest for a while.
바람이 불어올 때면
그곳으로 돌아가
아 ~
When the wind blows,
I’ll be back to the place.
Ah ~
오 아름다운 우리 추억들은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워지기만 해
그리워지기만 해
Oh, beautiful memories of ours
become more and more unforgettable
whenever I try to draw it.
They become more and more unforgettable.
우 ~
그때 우리
바람이 불어온다
Woo ~
Then toward us
the wind blows in.
청아하고 감미로운 존 노의 노래는 YouTube에서 감상할 수 있다.
Note
1] 조금 나이든 세대는 '풍경소리' 하면 이은상 작시 홍난파 작곡 "성불사의 밤"을 연상케 된다.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 . . . . .
뎅그렁 울릴 제면 더 울릴까 맘 졸이고
끊일 젠 또 들릴까 소리 나기 기다려져
새도록 풍경소리 데리고 잠 못 이뤄하노라
하지만 풍경은 사찰 뿐만 아니라 사대부집 사랑채의 처마 끝이나 원림(園林) 정자의 처마에도 달려 바람이 불 때면 운치를 더 했다. 여기 사진은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 사랑채 처마 밑의 풍경(風磬)과 지리산 아래 섬진강변의 풍경(風景)이다.
2] 위 동영상의 차임벨에 관심 있는 분은 Amazon.com을 통하면 아주 다양한 차임벨을 기호에 맞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3] 영어로 번역된 아름다운 우리 시를 더 많이 읽어 보려면 이곳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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