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서울 도심은 월드컵 대회에서 연승을 거둔 한국 축구선수들을 응원하는 길거리 응원단으로 넘실거렸다. 집에서 TV 중계방송이나 보고 앉았을 사람들을 길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든 것은 중심가 요로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전광판과 여럿이 모여 응원하면 선수들에게 그 파워(念力)가 전해질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 그리고 굿판과 같은 축제 분위기에 동참하려는 군중의식 때문이었다. 똑같이 붉은 티샤쓰를 입은 '붉은 악마들'(Red Devils)의 질서정연한 응원 모습은 국내외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15년 전 같은 장소에서 벌어졌던 '6월 민주화 항쟁'을 떠올렸다. 현행법상 보통 사람들이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장치는 투표를 통해 그들의 의사를 대변해줄 사람을 선출하는 일뿐이다.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