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2

감출 수 없는 세월의 무게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시를 한 편 읽었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주부가 이삿짐을 옮기다가 오래된 장롱을 보고 만져보며 지은 것이다.같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장롱에 얽힌 사연을 떠올리고 섬세한 필치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썼다. 시인은 그녀의 친구 같았던 장롱의 과거를 상상해본다. 어느 숲에서 큰 나무로 자랐을 것이다.방바닥에 뿌리를 내린 묵은 나무라 여기고 우듬지(줄기 꼭대기)로 오르는 물소리가 들리는 것같다고 말한다.그러는 사이에 시인 자신도 많이 변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나무에 빗대어 어느 숲 속에서 무성한 가지와 잎을 늘어뜨린 큰 나무를 상상하고 있다.  오래된 가구  - 마경덕Old Furniture  by Ma Kyung-deok 짧은 다리로 버티고 선 장롱 두 장정의 힘에 밀려 끙..

Talks 2025.02.10

The End of August

8월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시달렸기에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소슬바람이 반갑기 그지없다.그러나 내 기억 속에 8월의 마지막은 반갑기보다 아쉬움과 쓸쓸함으로 남아있다. 그것은 야니(Yanni)의 명곡 "The End of August" 때문이다.1994년 미국 유학생활을 거의 마칠 때쯤 그 연주 실황을 미국의 공영방송 PBS 채널에서 아주 인상깊게 보았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의 야간 공연,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열띤 청중의 반응, 감미로운 바이올린 연주가 영화배우 같은 야니의 제스처와 함께 가슴 속에 각인되었다. 만학(晩學)에 힘들었던 로스쿨 공부가 끝나간다는 아쉬움과 함께 또 언제 이렇게 자유로운 학창생활을 해볼 것인가 하는 상념에 젖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스가 낳은 세계적인 ..

공연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