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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唱 신광수의 관산융마(關山戎馬)

요즘 블랙핑크 로제가 YouTube에 올린 "아파트" 뮤직 비디오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미국의 인기 가수 브루노 마스와 콜라보를 하여 더욱 반응이 좋은데 우리 세대에게 익숙한 윤수일의 "아파트" 곡조와 박자가 사이사이 들어 있어 7080 AZ(아제) 세대가 듣기에도 크게 거북하지 않다. 그 동안 한국의 아파트는 영어권에서 apartment, condominium, co-op을 이르는 말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했던 것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었다.  이 뮤비를 처음 접한 외국의 젊은이들도 로제-브루노 마스의 노래와 율동을 따라 하다가 "Apt가 뭐지?", "오리지널 곡이 있었다고?" 관심이 바뀌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곡 덕분에 대도시 뿐만 아니라 농촌 마을까지도 점령한 한국..

공연 2024.11.01

합성사진과 딥페이크 논란

내가 갖고 있는 갤럭시폰 S-22에도 인공지능(AI)의 여러 기능이 새로 추가되었다.그 전에도 트리밍, AI지우기 등을 즐겨 사용했는데 사진 속의 인물만 빼내는(抜/ぬき) 기능을 써서 다른 배경사진 속에 넣는 콜라주(photo collage) 만드는 재미에 빠져들었다.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많이 찍어놓았음에도 거기에 어울리는 피사체(사람이나 반려동물)가 없어 어디 내놓지 못하고 있던 사진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위의 사진도 아름다운 풍경 사진이지만 여인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비교해보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해지는 들녘 풍경이 왠지 스산해 보이다가도 묘령의 여인이 등장함으로써 갑자기 활기를 띠고 오만 가지 스토리가 상상이 되기 때문이다. What's interesting?지난 8월 해운대..

전시 2024.10.17

독서와 책 읽기, 괜찮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그러나 독서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할까?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도들은 반드시 성당에 가야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언제 어디서든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를 하면 그곳이 바로 교회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마찬가지로 독서도 서재나 도서관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나이가 들어 노안이 오면 집안 여기저기에 돋보기를 놓는 것도 그곳에서 신문이든 잡지든 활자매체를 보기 위해서 아닌가!  마침 조선일보 News English 윤희영 에디터가 독서를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여러가지 팁(tried-and-true tip)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원문의 주요 구절에는 (  ) 안에 영어 실력을 절로 ..

Talks 2024.10.15

말러의 '가을에 고독한 자'

늦더위 뒤에 찾아온 가을이어서인지 사방에서 가을을 그리워하고 기다렸다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KBS 1FM에서도 말러의 교향곡 "대지의 노래"(Das Lied von der Erde) 제2악장에 나오는 가곡 "가을에 고독한 자"(Der Einsame im Herbst)를 음악과 함께 소개했다.그리고 "대지의 노래"에 들어 있는 여섯 곡의 노래가 모두 이백의 비가행(悲歌行) 같은 중국 당시(唐詩)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가을에 고독한 자"는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전기(錢起, 722~780?)의 효고추야장(效古秋夜長)이 원전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한시(漢詩)의 제목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效古'란 옛것을 본 받는다는 뜻이니 아마도 그 전에 내려오던 '긴 가을밤(秋夜長)'이란 시를 조금 ..

공연 2024.10.06

나이듦과 은둔, 천산둔(天山遯)

대학 동창회(회장 김종인 변호사)에서 2025년이면 졸업 50주년이라면서 몇 가지 행사를 기획했다.처음엔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추진했으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여행은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그래서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고 우리의 나이에 걸맞는 문화ㆍ예술 이벤트를 곁들인 국내여행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또 회장단이 준비한 것은 동창회 기금을 가지고 회원들에게 기념품과 선물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회원들의 주소록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였다.회장 비서가 연락을 취하니 보이스 피싱으로 오인을 받아 통화 자체가 안된다는 말에 허무정 동기가 자원봉사를 하여 주소록을 만들게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우리 회원들의 반응이었다.물론 그간 동창 모임과의 소통 연락에 소홀했다면서 서로의..

Talks 2024.09.24

시민 덕희 (2024)

이 영화는 2024년 초에 개봉되었는데 한예종 영화과 출신의 신예 박영주 감독이 보이스 피싱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하여 여러 가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같은 해 9월 추석 특선영화로 KBS 2TV에서 방영되었다.이 영화는 경찰은 물론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에서도 보이스 피싱 피해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전화금융사기 사건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찌보면 과거 보이스 피싱 수사를 하는 경찰의 무능을 고발하고 피해자가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했던 현실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보이스 피싱을 당하지 않고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대허해야 하는지 교과서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어린 자녀를 키우며 세탁소를 운영하던 덕희(라미란 扮)는 화재 사건으로 인해 ..

영화 2024.09.16

부산 해운대의 버스커와 1만 시간의 법칙

8월 말 간만에 부산 해운대에 놀러갈 일이 있었다.부산시에서 폭염 경보를 내릴 정도로 더위가 계속되자 해운대 해수욕장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바닷물 속에 뛰어드는 내외국인 수영객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가을 절기가 시작되어서인지 아침 저녁으로는 소슬바람이 불었다.밤이 되자 백사장에 마련된 버스커 공연무대에서는 여기저기서 버스킹을 하는 가수들이 공연을 하여 산책로를 오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기타를 치며 혼자 또는 듀엣으로 노래하는 가수도 있고 MR 반주음악을 틀어놓고 간이 드럼을 두드리며 신나게 부르는 가수도 있었다. 흥겨운 나머지 청중석에서 뛰어나와 모래밭에서 함께 춤을 추는 관광객들도 있었다.한국의 제일 유명한 피서 관광지에서 한여름밤에 일어날 수 있는 유쾌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

공연 2024.08.31

The End of August

8월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시달렸기에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소슬바람이 반갑기 그지없다.그러나 내 기억 속에 8월의 마지막은 반갑기보다 아쉬움과 쓸쓸함으로 남아있다. 그것은 야니(Yanni)의 명곡 "The End of August" 때문이다.1994년 미국 유학생활을 거의 마칠 때쯤 그 연주 실황을 미국의 공영방송 PBS 채널에서 아주 인상깊게 보았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의 야간 공연,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열띤 청중의 반응, 감미로운 바이올린 연주가 영화배우 같은 야니의 제스처와 함께 가슴 속에 각인되었다. 만학(晩學)에 힘들었던 로스쿨 공부가 끝나간다는 아쉬움과 함께 또 언제 이렇게 자유로운 학창생활을 해볼 것인가 하는 상념에 젖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스가 낳은 세계적인 ..

공연 2024.08.26

얼마나 맛있을지 사진만으론

언제부터인가 음식점에 가면 내 앞에 놓인 음식 사진을 찍는 버릇이 생겼다.인스타그램은 하지 않아도 간혹 블로그에 음식 사진을 올려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그보다는 언제 어디서고 마음놓고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 덕분이라고 생각한다.폰 갤러리에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사진 중에서 따로 표시를 해놓은 것도 아닌데 '음식' 사진만 골라내는 AI 기능이 신기하기조차 했다. 마침 내가 즐겨먹는 호박죽에 관한 시를 영어로 옮기게 되었다.이 시의 마지막 구절이 감동적이었다."아직 돌아오지 않은 식구들 몫까지 / 식탁 가득 붉은 호박죽 / 우주로 창을 낸 저녁이다"잘 익은 단내와 구수한 맛을 풍기는 호박죽을 이 자리에 없는 식구들 뿐만 아니라 창문을 통해서는 우주의 생명체들과도 공유한다니 얼마나 자비롭고 스케..

전시 202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