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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2023)

올여름 블락버스터 영화로 기대를 모았던 (Indiana Jones and the Dial of Destiny)을 개봉하자마자 보았다. 정년퇴직한 지 5년이 된 입장에서 대학교수를 은퇴한 그가 무슨 모험(adventure)을 좇아 노년의 삶을 새로 개척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미리 예고편을 보고 갔음에도 영화를 보고난 소감은 '허황됨(absurdity)' 그 자체였다. 시나 소설, 영화는 아무리 실화를 바탕으로 할지라도 예술적 라이선스(Artistic license)라 하여 스토리 전개를 흥미롭게 하는 픽션을 가미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상상(fiction)과 사실(fact)의 거리는 과연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다. 이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 1편 (Raiders of the Lost A..

영화 2023.07.09

코시안 소년의 개망초 소원

국내외 詩를 소개하는 '한사람 시와 마음' 블로거 친구가 보내준 동시 "개망초 봉고"를 읽고 가슴이 울컥해졌다. 시인처럼 나 역시 엄마가 베트남에서 한국에 시집 온 다문화 가정의 한 소년으로 감정이입을 한 것이다. 요즘은 동남 아시아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를 '코시안(KOrean aSIAN)'으로 부른다고 한다. 여름철 들판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개망초[1] 꽃을 꺾어 계란처럼 생긴 꽃은 바퀴로, 길다란 줄기는 차체로 삼아 봉고차를 만들어 동생과 같이 논다. 그런데 그 봉고차는 개울을 건너 바다를 건너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베트남으로 날아간다. 엄마의 고향 니짱(=나트랑, Nha Trang) 에 가서 피부가 까만 외할머니를 뵙고 시원한 수박을 한 덩이 선물하기로 한다. 그러면 돈을 많이 모아서 베트남 고..

Talks 2023.07.05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

정부가 코로나 위기상황이 끝났음을 선언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했을 때 우리는 마스크를 벗고 잠시 행복을 느꼈다. 날도 더워지는데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를 써야 했다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얼마 전 아내가 심한 기침 감기를 앓았다. 코로나는 아니었지만 목소리가 거의 잠겨서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기를 여러 날, 마침내 목소리가 회복되어 정상적으로 대화를 하게 되었을 때 전에는 몰랐던 기쁨을 느꼈다. 나 역시 건강검진을 위해 며칠 금식을 하면서 생수 한 모금의 고마움을 절실히 깨달은 바 있다. 이런 일을 계기로 하여 지금까지 별것 아닌 것, 당연히 누리는 것으로 알았던 일상(日常)의 많은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가 매일같이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

Talks 2023.06.26

팬텀싱어4 결승 무대의 "Melody"

우리 한국 사람들은 흥겨우면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물론 다른 나라에도 전업 가수가 있고 그들의 등용문(登龍門)인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좀 유별난 것 같다. 장르도 트롯, 가요, 성악곡 등으로 나뉘어 있고 오디션도 전국 노래자랑 같이 제작진이 방방곡곡을 순회하면서 장기자랑처럼 진행하는 것도 있다. 수준이 높기로는 전문 심사위원과 방청객들 앞에서 가수(지망생)들이 콘테스트를 벌이기도 하고, 시청률이 높은 경우에는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스마트폰을 이용한 문자 투표로 우승자를 결정하는 프로도 있다. 노래 부르기 보다 듣기를 좋아하는 내가 주목한 프로는 이번에 시즌4를 마친 JTBC의 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은 여러 남성 4중창단이 배출되었거니..

공연 2023.06.05

증강현실(AR)에서의 Flower Show

강남 디자인 위크 2023 행사가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서 5월 26일(금) ~ 5월 30일(화) 닷새 동안 열리고 있다. 강남구 주최로 지하철 7호선 논현역과 학동역 사이의 여러 가구업체와 인테리어 전시장, 그리고 가두(街頭)가 행사의 무대이다. 주최 측에서는 행사기간 중 참가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QR 스탬프를 찍어 일정 갯수를 모으면 선물을 증정한다 하므로 먼저 주제관인 연빌딩(강남구 학동로 138)에 가서 사전예약 등록부터 하는 게 요령이라고 한다. 선물은 선착순으로 지급이 되므로 물량이 소진되기 전에 지도를 보며 관심있는 전시공간부터 찾아가볼 일이다. 여기서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전시공간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행사 참가 브랜드의 섭외 및 전시기획은 인..

전시 2023.05.27

영화 〈파벨만스〉(2022)와 스필버그 감독

지난 4월 하순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The Fabelmans를 보았다. '파벨만 씨의 가족'[1]이라는 의미의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영화라는 말을 들은 바 있기에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이어폰을 끼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E.T., 〈쉰들러 리스트〉, 〈인디아나 존스〉와 〈쥬라기공원〉 시리즈 같이 셀 수 없이 많은 흥행 대작을 만든 그의 저력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본래 이 블로그는 "영화 속의 법률 이야기"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법적인 논점(legal issue)을 찾을 수 없기에 다른 관점에서 이 영화를 분석해보기로 했다. 이 영화는 지난 1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제치고 제80회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 개봉된지 얼마 ..

영화 2023.05.22

세잔과 모네의 아틀리에

코로나가 풀리면서 3년만에 실행에 옮긴 이번 프랑스 일주 여행에서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는 프랑스의 대표적 화가인 폴 세잔(Cezanne, 1839-1906)과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아틀리에를 직접 가 보았다는 것이다. 비록 고인이 떠난지 오래고 관광객들의 관람을 위해 다소 변형되었다 해도 창작 현장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패키지 투어 일정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여러 관광객들 틈에 섞여 해설을 들으며 제대로 관람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그동안 몰랐던 그림 탄생의 비화를 비롯한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세잔의 스튜디오는 화가가 태어나 법과대학까지 다녔던 액상프로방스 외곽의 높은 언덕 위에 있다. 그가 60점 이상 즐겨 그렸던 생트빅트와르(Sainte Vic..

전시 2023.05.02

'님이 오시는지'를 영어로 번역?

G : '님이 오시는지'를 영어로 말해보라고요? P : 네, 우리 가곡요. 우리 시를 영어로 번역할 때의 문제점, 인공지능(AI) 번역기를 사용할 때의 유의점 등에 대해서는 얼마전에 다룬 적 있어요. 이번에는 우리 말의 특징과 AI가 이를 번역할 때의 애로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G : 요즘 YouTube 강의 채널을 보면 챗GPT나 영어로 된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 "Dont' worry, be happy."라고들 해요. 일단 우리말로 입력한 후 즉석에서 파파고 같은 AI 번역기로 고쳐서 입력하라는 안내를 해줍니다. P : 네, AI 번역기를 쓰면 언어장벽이 해소될 것처럼 이야기들 하지요. 그런데 실상을 보면 그 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아요. 소통이 잘 되기는커녕 오히려 오해와 불신만 조장할 가능성이..

공연 2023.04.14

늘 새로운 '예수' 칸타타와 뮤지컬

2023년 4월 9일 부활절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와 십자가 구속, 부활을 그린 특별한 공연 두 가지를 보았다. 서울 온누리교회에서는 부활주일이면 칸타타 공연을 하는 것이 오랜 전통으로 남아 있다. 교회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오후에는 지인들이 알려준 Sight & Sound의 뮤지컬 'JESUS'를 온라인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온누리교회는 성가대 합창단은 물론 체임버와 뮤지컬 무용 팀이 있으므로 부활절과 성탄절에는 특별 공연을 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유리판 위에 모래를 뿌려놓고 내러티브에 따라 손으로 예수의 생애를 변화무쌍하게 보여주는 샌드 아트(Sand art)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금년에는 성가대와 무지컬 팀이 칸타타 여러 곡을 합창과 무용으로 상연했는데 백색 깃발과 폭넓은 긴 천을 ..

공연 202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