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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결말을 AI가 맺는다면?

Whitman Park 2024. 6. 6. 07:00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 2000) 를 은퇴 후에 다시 보고 나름대로 결말을 추측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MS Copilot이나 Google Gemini 같은 인공지능(AI) 검색엔진은 나의 궁금증을 어떻게 풀어줄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왜냐하면 생성형 AI 검색기는 인터넷 상의 수많은 영화 스토리와 결혼ㆍ이혼 같은 인간관계의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해 학습했을 터이므로 영화 속의 주인공과, 그로부터 4년 만에 이혼서류를 전달 받은 텍사스 목장의 여주인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 영화 Cast Away에서 캡쳐. 이하 같음.

 

현재 경쟁관계에 있는 Copilot과 Gemini가 이 문제에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 알고 싶어졌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deep learning)을 한 후 AI 운영자가 수정(fine tuning)을 하게 마련이므로 그 과정에서 무슨 가치관이 주입되고 이것을 어떻게 표현하도록 훈련을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뭐라고 할까, 다소 성급하기는 해도, 오늘날 대표적인 이 두 개의 AI 검색엔진이 어떠한 개성(characteristic) 내지 경향(propensity)을 갖는지 추론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나로서는 이 영화의 속편이 나와도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바 있다. 그렇기에 다음 문제를 놓고서 인공지능 Copilot과 Gemini를 서로 비교해보기로 했다.

나의 관점은 세 가지 측면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쩨, 무인도에서 살아남은 비결에는 생존술 말고 무엇이 또 있을까. 주인공이 배구공에 묻은 핏자국을 보고 윌슨이라 이름 붙인 후 대화를 나눈 정서적 교감은 얼마나 중요한 작용을 하였을까?

둘째, 분초를 다투던 물류회사의 시간관리 전문가가 시간의 의미가 낮과 밤으로 바뀐 뒤에는 그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영화를 보면서 약혼녀인 헬렌 헌터가 더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것을 과연 이해할 수 있었을까. 또  치과 방문을 미룬 것을 얼마나 후회하였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셋째, 주인공이 만난 두 여인 - 한 사람은 항공기 사고로 실종된 그를 기다리다 지쳐서 새 남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었으니 영영 타인(他人)이 되었다. 또 한 여자는 이혼한 前남편과 달리 자기 일에 무한책임을 지려고 하는 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지를 만들어 Copilot과 Gemini에게 똑같이 던져 보았다.

그 동안 Copilot과 Gemini을 사용하면서 우리말로 질문해도 영어나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었으나 AI가 참고한 자료를 보면 우리말 질문의 경우 한글로 된 블로그나 인터넷 자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래서 영어권 전체의 데이터를 학습하였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영어로 질문을 하였음을 밝혀둔다.

 

[Questionnaire in Korean]

Copilot/Gemini는 인터넷 상의 수많은 영화 스토리와 현실과 픽션 속에서 결혼ㆍ이혼 같은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Cast Away (2000)가 어떤 확실한 결말을 내리지 않고 끝넨 민큼 다음 사항을 물어보고자 한다.

스토리의 전개에 비추어 영화의 엔딩 신에 등장하는 주인공 톰 행크스와 텍사스 목장의 여주인은 어떤 관계를 맺게 될 것인지 다음 사항에 유의하여 근거를 들어가며 추론을 해달라.

- 분초를 다투는 물류회사의 시간관리 전문가였던 주인공이 무엇을 계기로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떠난 그의 약혼녀를 이해하였으리라고 보는가.

- 그가 무인도에서 단지 생존술만 가지고 살아남은 게 아니라면 핏자국 묻은 배구공에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끝없이 대화를 나눈 것은 어떠한 영향을 미쳤으리라도 보는가.   

- 목장에 돌아가 현관에 놓여있는 서류박스를 열어보고 그 수신인인 목장 주인은 틀림없이 톰 행크스에게 연락을 했을 거라고 본다. 그때 그녀는 감사의 표시 외에 그에게 무슨 말을 하였으리라고 생각하는가.

* 영어 질문에서는 끝으로 주인공의 MBTI 성격유형을 물어보았다.

 

* 우연히 배구공에 손바닥 피가 묻었을 뿐인데 주인공의 고립감을 덜어주는 친구가 되었다.

 

Chat GPT-based Copilot answers

질문을 한지 3-4초 만에 Copilot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1. Understanding His Fiancée’s Marriage:

주인공 척 노우랜드(톰 행크스 분)는 세계적 물류회사 FedEx의 시간관리 담당자로서 항공기 사고 후 그가 생존했다는 아무 증거가 없었으니 캘리(헬렌 헌터)가 그를 단념하고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민 것을 충분히 이해했다. 헛된 기대나 희망은 시간낭비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Copilot는 질문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영화의 첫 장면에서 척이 연인과 크리스마스를 오붓하게 지내지 못하고 모스크바로 떠난 것을 켈리가 서운해 하였다는 답을 내놓았다. 다시 말해서 Copilot은 영화의 스토리를 이해한 것이 아니라 질문에 가장 잘 들어맞는 어휘를 나열할 뿐이라는 AI 분석기사가 떠올랐다.)

2. The Impact of Survival on Chuck’s Psyche and ‘Wilson’:

척이 무인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고독과 절망, 생존을 위한 투쟁을 위해 생명이 없는 배구공에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의 친구로 삼은 데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척이 그의 감정, 공포심, 생각을 윌슨에게 털어놓은 것은 일종의 대응기제(Coping Mechanism)로서, 또 윌슨이 그 대신 생존을 위해 분투한다는 상징주의(Symbolism) 관점에서 현명한 처사였다.

3. The Ranch Owner’s Call to Chuck:

목장의 여주인은 비록 시간은 4년이나 지체되었지만 중요한 서류 박스인 줄 알고 끝까지 전달해 준 것에 대해 응당 감사를 표했을 것이다. (Copilot은 여기서도 켈리가 목장의 주인인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켈리가 척의 생환을 축하하며 그의 건강상태와 무인도에서의 경험담을 물어보았을 거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4. Chuck's MBTI Personality Type:

척은 무인도에서 절대고독을 경험하면서 성격은 내성적으로 바뀌고 외부 사정을 파악할 때는 감각에 많이 의존하며 생각보다는 감정을 중시하며 판단을 내리는 ISFJ 타입이라고 보았다. 

 

* 비오는 날 前약혼녀의 집을 찾아간 주인공은 다시 눈물을 흘리며 헤어져야 했다.
* 주인공이 FedEx 서류상자를 들고 간 목장주는 남편과 이혼한 돌싱녀였다. .

 

Google Gemini answers

Gemini 역시 답변을 내놓기까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답안을 세 가지 내 놓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하는 점이었다. 문항별로 답지가 3개이므로 그토록 짧은 시간에  3×3=9개의 답을 취사선택할 수 있게 해놓았다니 놀라웠다. 여기서는 질문의 취지에 비추어 오류가 없고 가장 그럴 듯하게 답변한 것만 소개하기로 한다.

 

1. Forgiveness for Kelly's Abandonment:

살아서 고향에 돌아온 척은 약혼녀가 결혼한 것에 실망했지만 그가 무인도에서 겪었던 고난을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다. 그가 살아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 켈리로서도 언제까지나 그를 기다릴 수 없었으니 말이다. 척에게는 4년이었지만 캘리로서는 평생을 좌우하는 문제였다. 켈리가 오랫동안 비통함에 빠져 있다가 마침내 새 삶을 살기로 작정한 것을 이해하고 용서하기로 했다.

2. The Impact of Isolation and Wilson:

척은 고독과 싸우기 위해 배구공에 '윌슨'이라는 상표의 이름을 붙이고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비록 사람의 얼굴 모습을 한 배구공이지만 사람처럼 대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교류하는 능력을 잃지 않고 또 정신적 탄력성(mental resilience)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것은 심리적 대응기제(Coping Mechanism)로서도 타당하고 윌슨은 척의 세상살이를 상징하는 것이 되어 고립감을 완화시켜 주었다고 본다.

3. The Texas Encounter:

이 영화는 비록 지체되었지만 FedEx 서류를 전해준 척과 텍사스 목장주 사이에 무슨 결말을 맺어주진 않았지만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무인도에서 고립감을 떨치기 위해 윌슨과 계속 대화를 하였으며, 무인도에서 탈출한 후 풍랑과 싸우면서 연인관계(romantic relationships)도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약혼녀 켈리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했다. 

Scenario 1 - Reunion: 목장주가 책임감을 갖고 FedEx 서류를 전해준 척에게 연락하여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무인도에서 척의 생존 경험담과 생환 후의 여러 감정 기복은 그녀의 처지와 연관되어 대화 이상의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Scenario 2 - New Beginning: 목장주가 감사의 표시를 전하긴 했겠지만 직접 척에게 연락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것은 오로지 척이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할 문제이다.

4. Chuck's MBTI Type:

놀랍게도 Gemini가 비상한 관심을 보인 게 MBTI 성격유형이었다. 항공기 사고 전에는 척의 치밀한 성격을 반영하여 ISTJ 형이었으나 생환 당시에 보여준 그의 모습은 결단력과 지도력을 갖춘 ESTJ 형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다른 답안에서도 척의 성격을 감각을 활용하여 사고하고 판단을 내리는 ISTJ 타입으로 보았다.

 

* 이 서류박스가 생명을 구해줬다니 설명을 꼭 들어야 하지 않을까?
* 척은 우연찮게 텍사스 평원의 십자로에서 돌싱녀를 만나 그녀에게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묻는다.

 

In conclusion

이번 실험의 결과 다소 엉뚱한 발상에 질문 문항도 복잡했지만 의미 있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영화의 줄거리에 비추어 일반 관객이 생각하지 못했던 사항, 예컨대 무인도에서 척의 생존술은 심리적으로 대응기제, 상징주의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나, 이를 토대로 척의 MBTI 성격 유형을 추정한 것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생성형 AI라 해도 영화에서 보여준 것 이상을 상상하거나 추론하는 것, 이를테면 엔딩 신 이후 척과 텍사스 목장주의 관계는 답변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Copilot이나 Gemini 모두 여기서 질문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음에도, 서류박스 안에 척과 켈리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는 둥 그들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켈리를 언급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생성형 AI는 공부한 대로 추측(educated guess)을 할 뿐이었다.
아직은 AI가 텍스트 위주의 데이터를 가지고 공부를 할 테니 그러려니 싶었다. 위의 엔딩 신을 보면 두 남녀 사이의 눈빛 교환이 예사롭지 않고 둘 사이에 로맨틱한 전개가 충분히 예견되는 데도 말이다.


참조한 자료를 알려달라는 주문에 MS Copilot은 여러 가지 자세한 정보원(源)을 열거하였다.

이것만 가지고 Machine learning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웹사이트도 있었나 할 정도로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 본 기분이었다. 예를 들면 funtrivia.com은 영화를 비롯해 온갖 장르의 상식문제를 퀴즈로 풀어보는 영어권 사이트였고, quizlet.com은 무슨 분야든지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재미있게 낱말 학습 같은 퀴즈를 풀 수 있는 우리말로 된 사이트였다.

 

다음에는 Copilot과 Gemini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법과 둘 사이의 차이점을 설명할 차례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잠재력(potentiality)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답변할 때의 역할을 영화 논평 뿐만 아니라 결혼 및 이혼 문제 상담과 같이 명확히 정해줄 필요가 있었다.

문항은 요점식으로 가급적 세분(break down)하여 물어보면 좋은데 이 경우 Gemini는 복수의 답안을 내놓아 질문하는 사람을 당황케 만들었다. 사실 사람들이 생성형 AI를 이용하는 목적은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데이터를 모두 섭렵한 (것으로 여겨지는) AI가 알아서 최적의 답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비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 해도 Gemini가 이용자로 하여금 초이스하라는 것은 조금 피곤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답안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오류가 있으면 Copilot의 경우와 같이 '재작성'을 지시하는 것이 나을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