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뮤지컬 영화 〈웡카〉 (Wonka, 감독: 폴 킹, 제작: 데이빗 헤이먼, 촬영감독: 정정훈)를 보고나서 이 영화의 매력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보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해리 포터> 같은 판타지 영화이므로 법적인 이슈를 분석하기 보다는 〈웡카〉 속에 깃들어 있는 순전히 상상(pure imagination) 속의 재미난 요소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영화를 함께 본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 MS Copilot에게 이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와 로알드 달(Roald Dahl)의 원작 소설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1964)과 무엇이 다른지 물어보았다.
영화의 줄거리
이 영화는 소설의 주인공인 윌리 웡카가 쇼콜라티에(chocolatier)가 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1971년판과 2005년판의 프리퀄인 셈이다.
초콜릿을 만들던 어머니를 여의고 뱃사람이 되었던 웡카가 마술처럼 최고로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어 팔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초콜릿의 도시로 간다. 달콤 백화점(The Galéries Gourmet)에 그의 이름을 붙인 초콜릿 숍을 차리는 것이 목표이지만 그의 수중에 있던 12 소버린[1]도 인정 많은 성격 탓에 바로 바닥이 나버린다. 싸구려 여관인 줄 알고 들어갔지만 무시무시한 위약벌을 과하는 세탁소 겸영 숙박업소이다.
웡카는 새로운 메이커의 진입(new entry)을 방해하는 기존 사업자들(cartel)의 방해, 당국의 챠별적인 규제 같은 역경에 처하고 만다. 그렇지만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그의 이름을 붙인 신제품을 가지고 마침내 성공을 거둔다.
기본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원작이나 전작 영화에 없는 두둥실 쵸크(hoverchoc)가 등장하고, 원작에 비해 웡카가 부모와의 사이가 좋고 파트너인 누들과의 관계가 아주 순박하게 묘사가 된 점이 다르다.
무엇보다도 2023년판(북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한 달 앞서 2023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되었음) 새 영화는 다음과 같은 매력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판타지가 가미된 뮤지컬 코메디라는 점이다.
마술처럼 영화 속 장치나 소품이 예쁘고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주인공이 직접 부르는 노래와 춤도 아주 볼만하다.
두 번째로는 등장인물의 배역과 그 상호관계이다.
무엇보다도 요즘 드 카프리오 이래 가장 어필한다는 헐리우드 청춘 스타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 1995~ )[2]가 주인공 웡카를 맡아 춤과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개봉한 영화 〈듄 2〉의 PR을 위해 서울을 다녀가기도 했거니와 때 맞춰 재개봉한 영화 〈Rainy Day in New York〉의 주연이었기에 그가 주인공인 3편의 영화가 서울에서 동시에 상영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의 조력자는 소공녀(Little Princess)를 연상케 하는 흑인 소녀 누들과 전직 회계사 애버커스 크런치, 배관공 파이퍼 벤츠, 희극배우 처클스워스, 교환원 로티 벨 등이다. 다들 여관주인 스크러빗 부인에게 막대한 채무를 지고 지하 세탁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각자 특기를 살려 웡카가 위기를 극복하고 사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웡카가 코코아 열매를 빼돌렸다며 그가 만든 초콜릿을 훔쳐가는 요정 움파 룸파(휴 그랜트가 小人으로 분장)도 극적인 순간에 그를 구해준다.
세 번째는 전작과 함께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상력(imagination)과 함께 창의성(creativity)도 필요하고 시장에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발휘하여 시장 수요(market needs)가 많은 제품을 제때 만들어 팔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웡카는 맛있는 초코렛의 필수 성분인 기린 우유를 구하기 위해 동물원 속의 기린이 좋아하는 아카시아 민트 초콜릿을 만들어 가지고 간다.
웡카는 또 날지 않고 호숫가에 모여 있는 홍학 무리를 보고서는 지도력(leadership)을 갖춘 우두머리 새가 없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감상의 포인트
이 영화에서 눈쌀이 찌뿌려지는 것은 값싼 여관인 줄 알고 투숙했다가 꼼짝 없이 빚을 지고 지하 세탁공장에 붙잡히게 된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 모습이다. 물론 판타지 영화이니까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고 치부하면 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자본주의 사회와 불공정한 시장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몇 가지만 적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웡카의 시장 진입과 공정경쟁(Anti-Competitive Regulations)을 방해하는 기존 초콜릿 메이커의 카르텔 구성 및 방해 공작
② 웡카의 사업을 방해하기 위해 상행위 단속 권한을 가진 경찰서장에게 뇌물을 제공(Illegal Bribes)하고 여관 주인 스크러빗 부인을 매수하여 웡카의 제품에 독을 타는 행위(Sabotage)
③ 기존 사업자들이 경찰서장에게 뇌물을 주고 웡카의 사업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교회 신부(미스터 빈을 맡은 희극배우)에게 고해성사를 가장한 뇌물을 바치고 웡카를 몰아내려 한 공권력 및 종교적 권위의 오ㆍ남용(Manipulation of Power and Authority)
④ 형식적으로는 도제식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부채를 완제할 때까지 저임금의 노역에 종사할 수 밖에 없는 불공정한 저임금 노동(Indentured Servitude)
⑤ 이중 장부를 만들어 뇌물 리스트, 탈세 등 탈법 행위를 은폐한 회계장부의 작성(Unfaithful Illegal Book-keeping)
여기에 맞서는 웡카와 그 동료들의 노력도 눈물 겹도록 놀라웠다.[3]
웡카는 끈기를 갖고 새로운 모양과 맛의 초콜릿 제품을 개발했으며, 규제가 심해질 수록 단속을 피해 게릴라 식으로 초콜릿을 팔았다. 그리고 그를 시장에서 몰아내려는 카르텔의 약점을 찾아내 그들이 경찰관에게 뇌물을 주고, 이중 회계장부를 만들어 불법을 자행했음을 폭로했다.
이 영화의 매력(attractive points)은 감칠 맛 나는 대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세상에서 좋은 것은 항상 꿈에서 시작한단다. 그러니 너의 꿈을 붙잡아야 해. - 웡카의 모친
(Every good thing in this world, started with a dream. So you hold on to yours.)
○ 나는 지난 7년 동안 세계를 누비며 초콜릿 제조기법을 완성했어요. - 웡카
(I’ve spent the last seven years traveling the world, perfecting my craft.)
○ 초콜릿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 그 다음에 일어날 일도 싫을 거요. - 웡카
(If you thought the chocolate was weird, you’re gonna hate what happens next.)
○ 두 번씩 오~이! 기대해 봐요. 희망이 있다니까. - 웡카
(Double huh! That’s not nothing. That’s a silver lining.)
○ 난 대단한 사람이 될 거요. 마술을 하는 발명가, 초콜릿 장인 말이요. - 웡카
(I’m something of a magician, inventor and chocolate maker.)
○ 내 말 새겨들어요. 이곳은 세상에서 제일 가는 초콜릿 가게가 될 겁니다. - 윙카
(Mark my words, this is going to be the greatest chocolate shop the world has ever seen.)
○ 욕심쟁이가 가난뱅이를 이겨.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야. - 누들
(The greedy hurt the needy. That’s the way of the world.)
○ 비방이란 . . . 초콜릿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나누어 먹고자 하는 사람에게 있단다. - 웡카의 모친
(The secret is…it’s not the chocolate that matters. It’s the people you share it with.)
○ 너는 그같은 악당에 맞서야 해. 원투 펀치를 먹이라구. 그게 움파 룸파가 하는 식이지. - 움파 룸파
(You should stand up to those bullies. Give them the old one-two. That’s what an Oompa Loompa would do.)
Note
1] 소버린은 1800년대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영국에서 통용되었던 금화로 1소버린이 하룻밤 숙박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여러 지명이나 등장인물로 미루어볼 때 판타지 영화의 무대가 런던이라고 특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 티모시 샬라메는 뉴욕 태생이지만 그의 이름이 시사하듯이 부계가 프랑스인이며 미국과 프랑스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르 파리지엥의 뉴욕 특파원을 하다 UNICEF에서 근무했다. 어머니는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계 유태인으로 예일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했고 브로드웨이 댄서와 불어 교사를 했으며 부동산 중개인으로도 일했다. 티모시의 누나 폴린 샬라메도 프랑스에서 여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티모시는 컬럼비아 대학 문화인류학과를 1년 다니다가 영화 <Interstellar>에 출연한 후 컬럼비아 대를 중퇴하고 영화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뉴욕대학으로 옮겼다. 어려서부터 광고와 단편영화, TV 드라마에 출연하였던 그는 2015년 <Spider Man> 오디션의 결선까지 올랐으나 톰 홀랜드에게 양보해야 했다. 대신 그는 2017년 영화 <Call Me by Your Name>에서 처음 사랑에 눈뜬 청소년 역을 열연하여 수많은 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상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후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후보에 오르고 수상도 하며 대표적인 헐리우드 20대 남자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2020년 영화 <Dune>에서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 역을 맡았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도 <French Dispatch>, <Don't Look Up> 같은 영화에서 비중 있는 연기활동을 계속하였다.
3] 웡카가 마술 같이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면 그의 친구들이 달콤 백화점 앞에서 수레에 싣고 다니며 팔다가 경찰관 단속에 걸려 이리저리 쫓겨다닌다. 체포가 임박하면 웡카는 심지어 맨홀 속으로 몸을 숨겨야 한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되었을 때 Pacific Legal Foundation 라는 공익 법률지원단체에서 미국 각처에서 웡카와 비슷한 불필요한 과잉 규제 사례가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Ethan Blevins, "Wonka Fights the Candy Cronies", reason.com, January 12, 2024.
이것은 판타지 영화 속의 장면만은 아니고 우리나라 소상공인들도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라 할 수 있다. 특히 음식을 취급하는 소상공인, 개인영업자들은 보건위생 및 안전관리를 위해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시설에서 음식을 조리할 것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우선 생계유지를 위해 음식부터 팔아야 하고 웬만큼 돈이 모여야 소정 시설도 갖출 수 있는 것 아닌가! 당장 푸드 트럭이 그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전면 시행으로 위험한 도구나 장비를 사용하는 음식점 주인이나 고기잡이배 어부들이 그러하다. 누군가 안전보건관리를 챙겨주거나 관련서류 작성을 도와주지 않으면 그들은 도저히 법정 요건을 갖출 수 없고, 만일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처벌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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