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TV 채널을 돌리다가 어느 방송에서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 2000) 를 재방영하는 것을 보았다.전에 이 영화의 감상평을 쓴 적도 있어서 등장인물의 상호관계, 스토리는 대강 알고 있지만 미심쩍은 대목이 여럿 있었기에 다시 한 번 주의해서 보게 되었다.
첫째는 주인공 처크 놀랜드가 절망한 나머지 산에 올라가 목 매달고 죽으려 하다가 다시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데 그 계기가 무엇이었나 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천신만고 끝에 귀중해보이는 서류상자 하나를 들고 와서 텍사스 랜치의 수신인 집 앞에 두고 오는데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도 궁금하였다.
끝으로 마지막 장면에 상당한 시퀀스가 지속되는 십자 교차로에서 만난 여인과는 어떠한 관계가 맺어질까 하는 점이었다.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는 주인공이 생존만큼은 보장되는 무인도에서 언제까지 지내기보다는 모험을 택하였다고 생각했다. 확률적으로 극히 낮은 구조가능성을 기대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큰 바다로 나간다고 보았다. 말 그대로 해안을 떠날 용기를 가진 자만이, 그 과정에서 파도에 휩쓸려 생명을 잃을 가능성도 있지만, 대양(大洋)으로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나이를 더 먹고, 막상 은퇴하고 보니, 그것만이 충분한 동기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주인공이 생환 후에 전 약혼녀 켈리와 나누는 대화 속에 나왔다.
"무인도에서 깨끗이 삶을 마감하기로 결심하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 테스트해 보았어. 그런데 목을 매기로 한 절벽 위의 나무가 부러지는 걸 보고 이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했지. 이성은 살아남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 다음날 아침 폭풍우가 그친 후 해변에 돛대로 쓸 수 있는 알미늄 판자가 밀려온 것을 보고 희망을 되찾았어. 이제는 이성이 아니라 운명을 믿고 해류에 몸을 맡겨보자는 결심이 섰던 거야."
결국 주인공은 1500일 만에 섬에서 탈출하여 수백 km를 표류한 끝에 지나가던 화물선에 구조되었다.
두 번째 의문도 마지막 장면의 주인공과 랜치 여주인의 표정, 그리고 그들의 대화 속에서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것은 열린 결말이 아니라, 극작가(우리 삶 속에서는 절대자/Creator)가 대본에 쓴 대로, 아니 주인공들이 연기한 것처럼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난감해 하는 주인공에게 다시 운명처럼 여인이 나타나 손을 잡아 끄는 것으로 결말이 날 것임에 틀림 없었다.
이 영화 작중 인물들의 실제 삶은 '해피엔딩'이 될 것으로 세 번째 의문은 해결이 되었다.
랜치의 간판에서 남자 이름이 잘려 있었으니 두 번째 의문인 문제의 서류박스 안에는 아마도 이혼서류가 들어있었을 것이다. 그 서류를 고의는 아니지만 4년씩이나 지체하여 전달하러 온 사람은 이혼녀(Divorcee)의 고충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을까! 그는 과연 물류회사의 간부직원답게 책임감이 강해 보였다.
왜냐하면 상처입은 사람들끼리 "운명의 힘"에 순응하며 서로 위로하는 법을 잘 알고 있을 터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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