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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듣는 피아졸라의 음악

G : 안녕하세요. 손에는 음악회 팜플렛을 들고 남부터미널 역에서 지하철을 타셨다면 예술의 전당에서 무슨 공연 보고 오시는 길인가요? P : 네, 오늘(2024.01.27) 서울 예술의 전당 IBK홀에서 열린 송영훈의 4 첼리스트 연주회를 보고 나오는 길입니다. 부제가 "부에노스 아이레스 겨울"이었어요. G : 그럼 송영훈 씨를 비롯한 네 명의 첼리스트가 겨울 분위기 나는 탱고 중심의 레퍼토리를 연주했겠군요. P : 잘 아시는군요. 피아졸라의 '항구의 사계' 중 겨울을 비롯하여 클래식의 여러 명곡을 편곡해서 첼로만으로 멋지게 연주해주었습니다. G : 송영훈 첼리스트는 연주솜씨도 뛰어나지만 인물 좋고 언변 좋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Young Song 팬들이 많잖아요? P : 네, 맞습니다. 저는 송영훈..

공연 2024.01.27

트럼펫 연주와 No More Art

아침 기상 나팔도, 군대의 진격 나팔도 트럼펫이 맡는다. 그렇기에 트럼펫 소리를 들으면 벌떡 일어난다거나 힘차게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조건반사적으로 들곤 한다. 내 경우 어려서부터 루이 암스트롱의 재즈곡, 김인배의 "밤하늘의 트럼펫" 같은 경음악을 들으며 한때 트럼페터(trumpeter)를 동경하기도 했다. 전에 직장에서 모셨던 상사가 고등학교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불으셨기에 평소에 트럼펫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영향도 있었다. 트럼펫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히 국내외의 트럼펫 연주자들도 눈여겨 보게 되었다. 트럼펫은 여러 관악기 중에서도 입술과 호흡의 강약으로 음의 높낮이, 아티큘레이션을 조절하는 만큼 연주하기 힘든 악기로 알려져 있다. 그런 까닭에 특히 여성 연주자들은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특히..

공연 2024.01.11

어느 60대 老부부의 이야기

성탄절 새벽 서울 방학동에서 일어난 아파트 화재로 어린 딸을 안고 뛰어내린 젊은 아빠의 이야기가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뉴스가 연상이 되어서일까, 때마침 TV조선의 트롯 오디션 프로에 나온 9세 소녀가 부른 "울 아버지 보고 싶어요"라는 노래가 이 나라 부모 특히 남성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한다. 아무리 시절을 타는 유행가라 해도 개인적인 이벤트와 결부되면 시간을 뛰어넘는 명곡이 되기 마련이다. 내가 64세가 되었을 때 결혼기념일을 맞아 시내 호텔에서 가족회식을 하고 들었던 노래가 비틀즈의 "내 나이 예순넷이 되면" 이었다. 비틀즈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놀랍게도 61세가 아닌 16세 때 작사하고 존 레논과 함께 만든 곡이다. 이 노래는 1967년 'Sgt. Pepper's Lonely Hear..

드라마 2024.01.05

月山大君의 내려놓는 지혜

요즘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아라", "당대표 직을 내놓아라", "[탄핵을 할 테니] 장관/검사 직을 내놓아라" 등 사퇴를 요구하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그것이 그 동안 정치권의 그릇된 관행과 잘못된 사회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정풍(整風) 운동이라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다. 그 결과 물러난 사람의 빈 자리에 새로운 혁신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앉아야 할 것이다. 며칠 전 풍류를 즐기는 친구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며 월산대군(月山大君 李婷, 1454-1488)[1]의 시조 한 수를 보내왔다. 우리 시에서는 아주 드물게 각 행이 고어체이긴 해도 'ㆍㆍ노매라'로 끝나는 아름다운 시조였다. 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들이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 ..

Talks 2023.12.28

광주 아시아 문화의전당 기획전시회

12월 22일부터 광주 아시아 문화의 전당(ACC)에서 아주 특별한 국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온 인류가 집중호우, 폭염과 폭설 등 '기후변화'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ACC가 라는 제목으로 특별전시회를 기획한 것이다. 내년 2월 25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4관에서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수, 토는 저녁 8시까지 연장)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가이아(Gaia)'란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의 여신'을 말한다. 카오스가 혼돈 상태에서 낳은 딸이다. ACC는 이번 전시회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하여,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양한 각도로 조망하는 전시"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2023 ACC 사운드 랩' 공모를 통해 선정된 한 팀의 작품을 포함하여 한국, 중국, 일..

전시 2023.12.26

양인자 작사, 킬리만자로의 표범

오래 전 회사법 시간에 학생들에게 앞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cash flow)을 얻으려면 노래 작사를 해보라고 권한 적이 있다. 음원 저작권료가 상당하므로 히트곡 몇 곡만 나오면 평생 어지간한 월급쟁이보다 나은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바브라 스트레이전드의 '메모리' 예를 들어주었다. 작곡은 음악적 재능을 요하지만, 노래 가사는 자기의 진솔한 감정을 표현할 줄 안다면 몇 번이고 고치고 다듬을 수 있으니까 누구나 쓸 수 있는 거라고도 했다. 물론 실력있는 작곡가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모든 작사가(지망생)들의 우상인 양인자 씨가 모 일간지와 인터뷰를 했다. 자신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소장품을 공개하는 자리였는데 자필로..

공연 2023.12.13

꽃 한 송이 드리리다

연말연시를 맞아 친한 친구나 지인들에게 보낼 연하장에 새해 복을 빌어주는 어구(Season's greetings)는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친구가 황금찬(1918~2017) 시인이 임술년(壬戌年 1982)을 맞아 독자들에게 축복을 전하였던 시 한 편을 소개해 주었다. 처음엔 말 그대로 생화(生花) 한 송이를 선물 받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영어로 옮기면서 곱씹어 볼수록 내가 받고 싶은 꽃 한 송이는 과연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꽃 한 송이 드리리다 - 황금찬 A Flower for You by Hwang Geum-chan 꽃 한 송이 드리리다. 복된 당신의 가정 평화의 축복이 내리는 밝은 마음 그 자리 위에 눈이 쌓이듯 그렇게 -- A flower for you. Blessed be yo..

전시 2023.11.29

어느 가을날의 서정

11월이 되었구나 했는데 벌써 중순에 접어들었다. 이맘 때면 Yanni의 아주 경쾌하면서도 웬지 쓸쓸한 'November Sky'를 즐겨 듣곤 한다. 함께 감상하는 YouTube 뮤직비디오에서는 황홀하리만치 온통 붉은 단풍으로 물든 가을 풍경이 배경으로 펼쳐진다. 모임이 있어 찾아간 경복궁 옆 자하문로에도 은행나무 가로수가 아름다운 새 옷을 입었다. 아니 절정이 지난 후였다. 이 거리는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난 후 수많은 관광객들로 시내에서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거리가 되었다. 주말이면 북한산 오르는 컬러풀한 등산복 차림의 시민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Season of Abundance 이러저러한 이유로 가로숫길에서 은행나무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 모처럼 풍성한 노란 은행잎을 보니 아주 반가웠다. 게다가..

Talks 2023.11.14

가을날 집을 짓지 못 하는 사람

콘서트장, 미술 전시장은 사람들이 여유가 생기면 많이 찾는 곳이다. 나 역시 은퇴하면 한 달에 적어도 한두 번 찾아가보기로 작정했으나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난 후에도 인터넷 예약을 제때 하지 못해 귀중한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 이건희 컬렉션,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 등 알면서도 전시기간을 지나쳐 버렸다. 아마도 가족이나 지인이 인터넷으로 예약했다며 연락을 해왔으면 만사 제치고 찾아갔을 거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ARTE 채널에서 우연찮게 대전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 전시회 안내를 볼 수 있었다. 대전역 부근 옛 동양척식회사 자리에 있는 헤레디움 미술관에서 가을을 주제로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초대작가는 독일의 신표현주의 거장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로서 그가 라이너 릴케..

전시 2023.11.05

조간을 읽다가 龍湖를 떠올리다

나에게 새벽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새벽에 배달되는 조간 신문을 읽는 것으로 모닝 루틴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은퇴 후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는 외부 정보의 대부분을 신문에 의존했던 터라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현관 앞에 놓인 조간 신문부터 집어들게 된다. 제1면이 정치면이니 아무리 정치에 관심을 끊으려 해도 국내 정치 헤드라인부터 읽게 된다. 11월의 첫 날 1면을 훑어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면서 작년과 달리 낮은 자세로 협조 요청을 했다는 기사가 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에게는 "부탁드립니다" 먼저 손 내밀고 하루 3차례 악수를 나누었다며 두 사람이 악수하는 사진도 실려 있었다. 며칠 전 카톡방 친구 소개로 읽었던 한시(漢詩)가 생각났다. 17세기 조선 최고의..

Talks 202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