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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로운 '예수' 칸타타와 뮤지컬

2023년 4월 9일 부활절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와 십자가 구속, 부활을 그린 특별한 공연 두 가지를 보았다. 서울 온누리교회에서는 부활주일이면 칸타타 공연을 하는 것이 오랜 전통으로 남아 있다. 교회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오후에는 지인들이 알려준 Sight & Sound의 뮤지컬 'JESUS'를 온라인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온누리교회는 성가대 합창단은 물론 체임버와 뮤지컬 무용 팀이 있으므로 부활절과 성탄절에는 특별 공연을 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유리판 위에 모래를 뿌려놓고 내러티브에 따라 손으로 예수의 생애를 변화무쌍하게 보여주는 샌드 아트(Sand art)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금년에는 성가대와 무지컬 팀이 칸타타 여러 곡을 합창과 무용으로 상연했는데 백색 깃발과 폭넓은 긴 천을 ..

공연 2023.04.09

화가 세간티니의 극적인 삶

G : 라흐마니노프처럼 화가 세간티니(Giovanni Segantini, 1858 – 1899)도 아주 드러매틱한 삶을 살았다고요? 어느 나라 화가인가요? 이름이 생소해서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무슨 관련이 있나요? P : 세간티니와 세렝게티에 공통점이 있다면 자연 그대로의 풍광(風光)이라고 할까요. 그는 무국적자였고, 사후에야 스위스 국적을 얻었던 참으로 기구하면서도 극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생모리츠(독일어 장크트모리츠, St. Moritz)에 그의 미술관이 있어요. G : 국적이 없었다니요? 아나키스트(anarchist, 무정부주의자)였다는 말인가요? 화가라면 무슨 작품으로 유명한가요? P : 저도 이번에 "알프스의 봄"[1]이라는 아주 평화로운 그림을 보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

전시 2023.04.06

라흐마니노프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

금년 3월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Vasilyevich Rachmaninoff, 1873. 4. 1, 舊曆 3.20 – 1943. 3. 28)의 탄생 150주년이자 서거 80주년이 되는 달(month)이다. KBS 제1 FM에서도 개국 44주년 기념으로 4월 2일(일)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다양한 '라흐마니노프' 특집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마침 용산에 있는 국립박물관 용(龍) 극장에서도 를 4월 1일부터 개막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KBS FM방송의 일부 코너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여의도에 있는 신영 홀에서 청중을 모아놓고 라이브로 진행되었다. 특히 피아니스트 김주영 씨가 진행하는 프로에서는 라흐마니노프가 수학한 모스크바 음악원(Moscow Concervatory) 출신 피아..

드라마 2023.04.03

벚꽃 나무 아래: 고성현 노래

2023년 봄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등 시차를 두고 개화하던 봄꽃들이 전국적으로 일제히 피었다. 2월과 3월의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높아 전국적으로 봄이 2주일 정도 빨리 온 것이라 한다. 꿀벌들이 채비도 하기 전에 꽃들이 피어버려 양봉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도처에 벚꽃이 만발했다가 비라도 오는 날이면,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어 비가 어서 흠뻑 내려야 하건만, 큰일이다. 비바람이라도 치면 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져 버릴 텐데 ······. 가는 봄이 아쉬워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게 생겼다. 그런데 마침 김상문 친구가 계절에 맞는 시를 노래와 함께 그의 블로그 '한사람 시와 마음'에 올렸음을 전했다. 김동현의 시에 이원주가 곡을 붙인 "벚꽃 나무 아래" 가곡을 바리톤 고성현의 독창, 송지원ㆍ김선덕..

공연 2023.03.30

클라라 슈만의 리트와 우리 가곡 '마중'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로마와 베네치아, 밀라노는 여러 번 가보았다. 그때마다 피렌체는 로마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 밖으로 잠깐씩 보는 것에 그쳤다. 물론 피렌체도 가보고 싶은 여행지 1순위였다. 그러나 토스카나(영어 Tuscany) 지방을 포함해 플로렌스(영어식 표기 '꽃의 도시')를 꽃피는 계절에 여러 날 돌아다닐 작정을 했기 때문에 여태껏 그 꿈이 실현되지 못한 것이다. 대신 여행기나 소설, 영화 속에선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가보았다.[1] 최근 라디오를 청취할 때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 1819-1896)은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과의 법정으로까지 비화됐던 로맨스는 물론 슈만 내외가 발굴한 브람스(Jo..

공연 2023.03.26

챗GPT와 운명론

어느날 잠자리에 누워 애써 잠을 청하던 중 문득 뇌리를 스친 생각이 있었다. "사람마다 타고난 운명이 있는가, 이것이 한번 정해지면 바꿀 수 없는 것인가?" 영어로 번역[1]하기에 앞서 질문의 요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챗GPT는 이에 대해 뭐라고 할까? 1. 동서고금 인간의 지식과 지식을 통틀어 운명이란 과연 존재한다고 보는가? 이를테면 태어난 시간에 따라 무슨 에너지가 어떻게 그 사람에게 작용한다는 것인가? 2. 운명론을 떠나 어떤 사람이 누구를 부모로 하여 그곳, 그 시간에 태어난 것이 오로지 그가 짊어져야 할 그만의 책임인가? 이것을 누가 결정하고 지배한다고 보는가? 3. 동양 특히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태어난 시각(생일생시)이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음양오행에 기초한 사주팔자를 ..

Talks 2023.03.05

AI가 좁혀주는 법률가와 시인의 거리

오늘 블로그의 주제는 심리학의 이슈가 아니다. 12년째를 맞은 온라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에 우리의 아름다운 시를 번역 소개하기 시작한 것은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해외에도 자랑하고 싶은 우리의 서정시와 가곡의 가사를 영역하는 데서 출발했다가 K팝이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면서 그밖의 유행가 가사와 민요, 동시에까지 손을 뻗쳤다. 이렇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지금은 양적으로 시집 몇 권의 분량에 이르렀다. 그러나 삼국유사가 향가와 같은 시가(詩歌)를 담고 있어서 국보(National Treasure)가 된 것이라고 주장할지라도 줄곧 법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외도(外道)를 한 것 같은 자격지심(自激之心)에 다음과 같은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1. 일반적으로 말해서 法과 詩는 어..

Talks 2023.02.17

AI의 사고 능력과 도덕 수준

은퇴 후에 굳이 시간에 매인 생활을 할 필요가 없음에도 일정한 모닝 루틴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니 정해진 시간대를 놓침으로써, 이를테면 헬스 운동이나 아침 산책을 거르게 되면, 마치 숙제 안한 초등학생처럼 마음이 찜찜해진다. 그때 마침 FM 방송에서 이런 말(名言)을 들었다. 첫 술에 배부르기를 꿈꿔서는 안 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사고방식이 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이를 통해 생각과 감정, 행동 다스리는 능력을 키우면 우리의 행동은 원하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 영국의 과학 작가인 데이비드 롭슨(David Robson)이 '인간의 의지력'에 대해 쓴 글의 한 부분이다. 롭슨에 의하면 그 동안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의지를 일종의 배터리 같다고 판단했었다. 많이 쓰면 쓴 만큼 고갈되고 비워진다는 거다...

Talks 2023.02.02

사실과 픽션의 차이: 교섭(2023)

설 연휴 기간 중에 영화 을 보았다. 식구들 사이에 무슨 영화를 볼지 설왕설래가 있었다. 사건의 전말을 다 아는데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 황정민과 현빈 게다가 애드립의 명수로 소문난 강기영의 연기대결이 볼 만하지 않겠느냐, 한국 영화 사상 처음인 요르단 로케이션(헐리우드 영화에선 , 등 사례가 많다)이라니 궁금하다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결론은 임례순 감독이 어찌보면 뻔한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신묘한 연출로 관객몰이(손익분기점은 350만명)를 할지 직접 확인해보기로 하고 영화관으로 갔다. 우선 영화의 무대인 아프가니스탄(영화 에서는 월터 미티가 아프가니스탄과 히말라야 산지를 찾아간다)과 지형과 인물이 흡사한 요르단에서 촬영을 한 것이 볼거리였다. 여성 감독이 연출을 했음에도 멜로적 요소는 모조리 배제하고..

영화 2023.01.25

미련이 많은 미련퉁이

작년 11월 분변검사 결과 대장암 검사를 받으라는 의사소견이 나와서 동네 가까운 병원에 예약을 하러 갔다. 평소 혈압약과 함께 복용하는 어린이 아스피린을 며칠 전부터 끊고 갔는데 대장내시경 검사 사흘 전부터는 삼가야 할 음식이 수도 없이 많았다. 한 마디로 내시경 검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섬유질이 많은 채소류와 잡곡, 해조류, 씨있는 과일, 견과류 등이다. 이틀 후에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어제부터 식이조절을 했어야 했다. 생각해 보니 김치와 견과류 외에는 딱히 문제될 만한 게 없어 13일 금요일 아침으로 예약을 했다. 주말에는 식사 약속이 잡혀 있는 점도 고려했다. 또한 금년은 홀수 해로 위장 내시경검사도 예정되어 있던 터라 진정(수면) 대장 내시경검사를 할 때 동시에 위 내시경검사까지 받기로 하니 모..

Talks 2023.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