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 미술 전시장은 사람들이 여유가 생기면 많이 찾는 곳이다.
나 역시 은퇴하면 한 달에 적어도 한두 번 찾아가보기로 작정했으나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난 후에도 인터넷 예약을 제때 하지 못해 귀중한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 이건희 컬렉션,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 등 알면서도 전시기간을 지나쳐 버렸다.
아마도 가족이나 지인이 인터넷으로 예약했다며 연락을 해왔으면 만사 제치고 찾아갔을 거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ARTE 채널에서 우연찮게 대전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 전시회 안내를 볼 수 있었다.
대전역 부근 옛 동양척식회사 자리에 있는 헤레디움 미술관에서 가을을 주제로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초대작가는 독일의 신표현주의 거장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로서 그가 라이너 릴케의 "가을날(Herbst)" 시를 모티브 삼아 제작한 그림 등 18점을 2023. 9. 8 ~ 2024. 1. 31 기간 중에 전시하고 있는 중간 중간 미니 음악회도 열린다고 한다.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풀어 놓아주소서.
막바지 열매들을 영글게 하시고,
하루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베푸시어,
영근 포도송이가 더 온전하게 무르익게 하시고,
짙은 포도주 속에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해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 이상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오래도록 그렇게 남아,
잠자지 않고,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낙엽이 떨어져 뒹굴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Herbsttag - Rainer Maria Rilke
Herr; es ist Zeit. Der Sommer war sehr groß.
Leg deinen Schatten auf die Sonnenuhren,
und auf den Fluren laß die Winde los.
Befiehl den letzten Fruechten voll zu sein;
gieb ihnen noch zwei suedlichere Tage,
draenge sie zur Vollendung hin, und jage
die letzte Suesse in den schweren Wein.
Wer jetzt kein Haus hat, baut sich keines mehr.
Wer jetzt allein ist, wird es lange bleiben,
wird wachen, lesen, lange Briefe schreiben
und wird in den Alleen hin und her
unruhig wandern, wenn die Blaetter treiben.
- Aus: Das Buch der Bilder(1902)
인터넷에서 찾아 본 릴케의 시를 영어로 옮긴 것도 아래에 소개한다.
골웨이 킨넬(Galway Kinnell)과 한나 리프만(Hannah Liebmann) 공저 "The Essential Rilke" (Ecco)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Autumn Day by Rainer Maria Rilke
Lord: it is time. The summer was immense.
Lay your shadow on the sundials
and let loose the wind in the fields.
Bid the last fruits to be full;
give them another two more southerly days,
press them to ripeness, and chase
the last sweetness into the heavy wine.
Whoever has no house now will not build one anymore.
Whoever is alone now will remain so for a long time,
will stay up, read, write long letters,
and wander the avenues, up and down,
restlessly, while the leaves are blowing.
릴케의 시를 모티프로 한 이 계절에 맞는 전시회를 구경하였기에, 비슷한 성향의 독일 시인 헤르만 헤세가 쓴 "Das treibende Blatt"에 대해서도 비슷한 작업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챗GPT3.5에게 물어 보았다.
흩날리는 낙엽 - 헤르만 헤세
마른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실려 내 앞을 스쳐 날아가네.
내 젊은 시절 방랑도 사랑도 그때뿐
모두 사라지고 마네.
저 잎도 궤도를 잃은 채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숲이나 두엄더미에서 간신히 멈춰서네.
나의 여로(旅路)는 언제 어디서 과연 끝날까?
Das treibende Blatt – Hermann Hesse
Vor mir her getrieben
Weht ein welkes Blatt.
Wandern, Jungsein und Lieben
Seine Zeit [und sein]1 Ende hat.
Das Blatt irrt ohne Gleise
Wohin der Wind es will,
Hält erst in Wald und Moder still . . .
Wohin geht meine Reise?
The drifting leaf
Propelled before me
A wilted leaf is blown.
Wandering, being young, and loving
Have their end.
The leaf strays about without a path
Whither the wind wishes,
It only comes to rest in forest and mould . . .
Where shall my journey end?
* Translated by Sharon Krebs
챗GPT는 독일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가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안젤름 키퍼가 릴케의 시를 바탕으로 창작을 한 것과 같은 사례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헤세가 그의 시를 직접 영어로 쓴 게 있다고 소개했다.
The Drifting Leaf
From the tree of autumn
it dreams on the vast sea.
It dances and sings,
and the waves gaze in wonder.
The birds sing to it,
the breezes play with it,
the moon looks into its heart.
O blissful leaf,
you dream and dance,
you sing and play,
you glide and rest.
In your silent dream
the whole wide world is mirrored.
위의 영역 시는 챗GPT가 헤르만 헤세 자신이 쓴 것이라고 하는데 구글로 검색해 보면 그의 소설 《싯다르타(Siddhartha)》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인용되어 있을 뿐이다.
이것도 챗GPT의 일종의 환각현상(hallucination)인지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Most people are like a falling leaf that drifts and turns in the air, flutters, and falls to the ground.
But a few others are like stars which travel one defined path:
no wind reaches them, they have within
themselves their guide and path."
사람들은 대부분 대기 중에 날리고 뒤집히고 팔랑이며 땅에 떨어지는낙엽과 같아.
하지만 소수의 사람은 어떤 정해진 길을 찾아가는 별과 같지. 그들에게는
바람도 미치지 못해. 왜냐하면 그들은 속에 길잡이를 품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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