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홈페이지와 다음 블로그에 단편적으로 올려놓았던 영화와 공연 기사에 대한 검색과 방문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을 알았다. 주지하다시피 Google Search가 어려운 이들 사이트는 검색의 용이성, 프로모션 효과 면에서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앞서 말한 대로 영화와 공연, 전시회에 관한 콘텐츠를 지인이 추천해준 Tistory로 옮기는 아주 단순반복적(boring)인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공개발행 기사는 하루 15개로 제한되어 이전(移轉)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던 차에 뜻밖에 ‘로그인 이용제한’ 경고를 받았다.
이유를 알아보니 바로 전날 올린 영화 <유스(Youth)>에 나오는 한 장면의 스틸 사진이 ‘음란’ 청소년유해물로 문제가 된 모양이었다.
문제의 신은 스위스 호텔에 투숙 중인 두 노인이 구내 스파의 온탕 안에 몸을 잠그고 있는데 그 호텔에 머물고 있던 미스유니버스가 홀연히 나타난 장면이었다. 스위스도 독일처럼 남녀혼탕이 허용되는데 스파에 들어간 두 노인 역시 미스유니버스 일행이 온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새벽에 그녀가 스파에 오리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올 누드로 입욕하는 미스유니버스를 보고 두 노인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저게 누구지?”
“우리를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이야.”
그후 각본을 마친 영화의 크랭크인을 준비하고 있던 노장(老將) 영화감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을 보고 은퇴한 음악가인 노인은 절규한다.
전라의 미녀를 보고 천사라고 말했던 친구를 절망에 빠트린 것은 무엇인가. 왜 다른 사람에게서 굳이 삶의 열정을 찾으려(他者依存的) 들고 그게 안 되면 죽어야 한단 말인가!
프레드는 호텔에서 바이올린으로 “심플 송” 연습을 하는 소년에게 다가가 친절하게 지도를 해준다. 그리고 호텔을 떠나 베니스의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아내 왕년의 名소프라노였지만 몰골이 추해진 아내를 몇 년 만에 찾아가 회한에 잠긴다. 마침내 런던으로 날아가 여왕 탄신 축하연주회의 지휘대에 오른다.
런던 초청 제안을 한사코 뿌리치던 老음악가가 마음을 고쳐먹은 것은 위의 장면이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음란한 생각은 벌거벗은 여자 같은 그 대상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것에 자극을 받는 자기의 심리적 메카니즘이 원인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당국에서 등급심사를 할 때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 누드 장면이 포함한 채 “15세 이상 관람가”로 판정이 났다.
그럼에도 Tistory 운영팀에서는 위 장면의 스틸 사진에 ‘청소년유해’ 판정을 내렸다. 2011년 7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블로그에 올린 남성 성기 그림을 삭제하도록 명한 것에 대해 같은 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고려대 로스쿨의 P 교수가 래리 플린트를 언급하며 그에 반대했던 일화가 생각났다.
미국에서 법학을 공부한 P 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앞세운 래리 플린트가 미 연방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것을 소개했다. 아울러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는 쿠르베의 “세상의 원천(Origin of the World)”이라는 그림이 버젓이 걸려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나도 전직 법학교수로서 P 교수처럼 Tistory와 싸울 마음은 없었으므로 내가 한 발 물러서기로 했으나 다음과 같은 추론이 가능했다.
o 관련법 준수(compliance)를 위해 청소년 유해 콘텐츠 검열이 상당히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포털 운영자의 단속실적으로 표시될 것임
o 이 작업을 기본적인 판단능력만 있는 인공지능(AI) 클린봇에 맡겨 우리나라 대법원판결의 음란성 판단기준인 "보통사람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가",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그 사회의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랐는가”는 판단기준에서 제외함
o 같은 콘텐츠임에도 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Tistory에서는 포스팅 직후 워닝을 보낸 것은 AI 클린봇의 검색능력이 뛰어나다는 반증이기도 함
이용제한을 당한지 1주일 만에 단순무지 멍청한 AI Censor가 지적질한 문제의 사진이 들어간 콘텐츠는 전부 삭제(티스토리 방침상 문제되었던 파일은 반송 불가)된 채로 다시 로그인 할 수 있었다. (얼마나 멍청한지 같은 ID로 log-in했음에도 매번 로봇 아님을 입증하라고 한다. 이럴 수가!) 그 뒷모습 사진이 ‘밀로의 비너스(Aphrodite of Melos)’보다 얼마나 더 음란해 보이는지 고개가 갸웃해졌다. 70대 두 노인은 바로 눈앞에서 그녀의 누드를 보고 성욕을 품기는커녕 숭배할 만한 여신의 강림이라고 신음하듯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에서 ‘공연음란성’이 문제가 되었던 그림은 고야의 “옷 벗은 마야(Naked Maya)”였다(대법원 1970.10.30. 선고 70도1879 판결).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한때 가정과 업소의 필수품이었던 유엔성냥통의 도안으로 사용되어 밀로의 비너스처럼 아주 유명해진 서양의 명화이다.
사실 그리스・로마 시대의 조각 작품은 남녀 모두 대부분 누드였다.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역대 교황 중에 그레고리우스 1세(540~604)는 우상을 배척하라며 로마의 신상들을 모두 티베르 강에 버리도록 명령했다. 그후 기독교적 도덕관념이 투철했던 교황들은 음란한 마음을 일으키는 남성의 성기라든가 여성의 음부를 무화과잎 등으로 가리도록 했다. 심지어 비오 4세는 1857년 교회의 관할 하에 있던 남성 조각상의 성기를 모두 제거할 것을 명했다. 비근한 예로 신앙심이 투철했던 베네치아의 두게 모로시니는 1687년 베네치아 군대가 아테네에 진입할 때 왕년엔 비너스 신을 모셨고 지금은 터키군의 화약고로 쓰이는 파르테논 신전을 포격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의 애국심이나 신앙심은 아프간의 바미얀 석불에 대놓고 포격 훈련을 했던 텔레반 못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무지막지한 반달리즘인가!
<참고> 대법원 2017.10.26. 선고 2012도3352 판결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제1항 제1호, 제74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하는 ‘음란’이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 음란성에 관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형성·발전되어 온 사회 일반의 성적 도덕관념이나 윤리의식 및 문화적 사조와 직결되고, 아울러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추구권 및 다양성과도 깊이 연관되는 문제로서,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적절한 분야가 아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특정 표현물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음란 표현물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표현물이 단순히 성적인 흥미에 관련되어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통념에 비추어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한 것으로서, 과도하고도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함으로써,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왜곡한다고 볼 정도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를 판단할 때에는 표현물 제작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전체적인 내용을 관찰하여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2] 음란물이 그 자체로는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더라도, 음란성에 관한 논의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그에 관한 논의의 형성·발전을 위해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표현 등과 결합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음란 표현의 해악이 이와 결합된 위와 같은 표현 등을 통해 상당한 방법으로 해소되거나 다양한 의견과 사상의 경쟁 메커니즘에 의해 해소될 수 있는 정도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러한 결합 표현물에 의한 표현행위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어서,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3]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고 한다) 심의위원인 피고인이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위원회에서 음란정보로 의결한 ‘남성의 발기된 성기 사진’을 게시함으로써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음란한 화상 또는 영상인 사진을 공공연하게 전시하였다고 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게시물은 다른 블로그의 화면 다섯 개를 갈무리하여 옮겨온 남성의 발기된 성기 사진 8장(이하 ‘사진들’이라 한다)과 벌거벗은 남성의 뒷모습 사진 1장을 전체 게시면의 절반을 조금 넘는 부분에 걸쳐 게시하고, 이어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 제1호를 소개한 후 피고인의 의견을 덧붙이고 있으므로 사진들과 음란물에 관한 논의의 형성·발전을 위한 학술적, 사상적 표현 등이 결합된 결합 표현물로서, 사진들은 오로지 남성의 발기된 성기와 음모만을 뚜렷하게 강조하여 여러 맥락 속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성적인 각성과 흥분이 존재한다는 암시나 공개장소에서 발기된 성기의 노출이라는 성적 일탈의 의미를 나타내고, 나아가 여성의 시각을 배제한 남성중심적인 성관념의 발로에 따른 편향된 관점을 전달하고 있어 음란물에 해당하나, 사진들의 음란성으로 인한 해악은 이에 결합된 학술적, 사상적 표현들과 비판 및 논증에 의해 해소되었고, 결합 표현물인 게시물을 통한 사진들의 게시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 간의 법익균형성이 인정되어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원심이 게시물의 전체적 맥락에서 사진들을 음란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본 것에는 같은 법 제74조 제1항 제2호 및 제44조의7 제1항 제1호가 규정하는 ‘음란’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결론적으로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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