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金 의혹 사건과 故 최종길(崔鍾吉) 교수의 의문사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대공(對共)관련 사건으로 국가정보원이 깊이 관여되어 있으며, 냉전(冷戰)체제 하에서는 진상이 가려져 있다가 정권보위 차원의 안보는 더 이상 인권제약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고조되면서 클로즈업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수지 金 사건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전 치안청장을 구속하는 사태마저 몰고 왔는데, 신문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李 전청장의 행동이 국가기관의 고유 권한을 포기한 중대한 국기(國基)문란인 데다 국가의 인권중시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된 행위이고 이 전청장에게 반성의 빛이 전혀 없어 처벌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인권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조차 이런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고 미국의 CIA도 이런 혐의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듯 하다. 최근 TV에서 방영된 1996년 파라마운트 제작,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에서는 CIA가 전직 요원을 잡기 위해 그의 모친을 마약사범으로 무고하게 구속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가슴이 섬찟해진다.
영화의 줄거리
소 연방의 해체와 동구권 국가들의 체제전환으로 동유럽에서 활약하던 미국 CIA 첩보원들은 체제경쟁이 아니라 무기밀매 첩보, 산업정보의 수집에 열을 올린다. 구소련이나 동구권으로부터의 무기수입을 획책하는 무기상들에게는 CIA 첩보원들이 눈엣가시이므로 그들의 명단을 빼내 무기상에 돈을 받고 팔아 넘기려는 음모가 진행된다. 이를 막기 위해 짐 펠프스(존 보이트)가 이끄는 CIA 최고의 팀 '미션 임파서블' 팀이 비밀거래의 현장인 체크 프라하에 투입된다.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프라하 주재 미 대사관 파티에 참석한 외교관의 밀매 현장을 덮치려던 미션 임파서블 팀의 계획이 탄로 나면서 펠프스 팀장을 비롯한 요원들이 모두 살해 당하는 참사가 빚어진다. 여기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CIA 유럽 본부에 연락을 취하여 킨드리지 부장을 만나는데 그로부터 이번 작전이 CIA 내에 침투한 이중첩자를 체포하기 위한 것이었고,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받고 있음을 알아채고는 재빨리 피신한다. 그러나 과연 누가 동고동락을 함께 한 동료들을 살해하고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이단 헌트는 무기밀매상에게 접근하여 비밀요원의 암호명(code name)이 아닌 실명(true name)의 명단을 넘겨주기로 하고 逆으로 그에게 명단을 팔아넘기려 한 배신자를 잡기로 한다. 이단 헌트는 새로 팀을 구성하여 CIA 본부에 있는 컴퓨터로부터 파일을 빼내려고 한다. 그러나 CIA의 전산망이 이중삼중의 엄중한 보안감시를 받고 있는 까닭에 일단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으로 위장하여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CIA 본부 건물에 침투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는 CIA 컴퓨터실이 음성인식 방식으로 문이 열리고 화씨 72.9도(22.7℃)의 온도변화에 민감하게 작동하는 보안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 까닭에 천정의 환기통을 통하여 컴퓨터실로 들어가기로 한다. 물론 컴퓨터실의 요원이 마시는 커피에 구토설사약을 몰래 타 넣어 자리를 비우게 한 다음에 작전을 개시한다.
이단 헌트는 마치 곡예를 하듯이 아슬아슬하게 줄에 매달려 CIA 컴퓨터를 조작한다. 그리고 동구권 지역 비밀요원의 실명 리스트를 디스크에 다운로드 받은 다음 영국 런던으로 장소를 옮겨 무기밀매상과의 접촉을 시도한다. 그리고 자기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어머니와 삼촌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CIA의 킨드리지 부장에게 자신이 런던에 있음을 넌지시 알린다. 그런데 이중첩자의 칼에 맞아 프라하의 강에 빠져 죽은 줄로만 알았던 펠프스가 기침을 하는 쇠약해진 몸으로 홀연히 그의 앞에 나타나는 게 아닌가!
이단 헌트는 비밀요원의 명단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이중첩자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므로 명단이 유출될 리 없고 범인이 외부로 탈출할 수 없는 런던발 파리행 논스톱 유로스타 TGV 열차 안을 접선장소로 택한다. 킨드리지 부장에게도 유로스타 열차표를 보내 틀림없이 돈을 받으러 나타날 범인을 현장에서 체포하도록 조치한다.
전에 이중첩자로부터 비밀요원들의 암호명을 입수해놓은 무기밀매상이 이단 헌트로부터 건네받은 나머지 반쪽의 실명(實名)요원 명단이 담긴 디스크가 진짜임을 확인하고 1천만 달러의 돈을 지급하기로 한다. 그러는 사이에 미션 임파서블의 다른 요원은 무기밀매상이 넘겨받은 특급정보를 본부에 전송하지 못하도록 무선전화의 교신을 방해하는 전파를 발사한다. CIA 킨드리지 부장이 무기밀매 혐의자(뜻밖에도 귀부인 차림이다)를 적발해낸 사이에 무기밀매상으로부터 대가를 받기로 하고 화물칸으로 간 이단 헌트는 범인과 맞닥뜨린다. 그는 바로 펠프스 팀장이었던 것이다. 헌트는 펠프스 팀장이 미국에서 가져온 성경책에서 단서를 포착하여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펠프스는 다른 위장요원 크리거(장 르노)를 시켜 헬리콥터를 대기해 놓고 있었다. 초고속으로 달리는 TGV 열차 지붕 위에서 펠프스와 헌트는 격투를 벌이고 이내 TGV는 유로 터널 안으로 들어간다. 터널 속까지 뒤따라온, 아니 줄에 매여 끌려온 헬리콥터로 옮겨탄 펠프스와 크리거 일당을 특수 폭약으로 처치하고 이단 헌트는 극적으로 TGV로 옮겨 탄다. 그는 일약 CIA의 영웅이 되고 그의 모친과 삼촌은 무혐의로 풀려난다.
감상의 포인트
이 영화에서 제기되는 법률적인 이슈는 영화 대사에도 나오지만 함정수사와 관할권 다툼이다. 마약범죄와 같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범죄의 경우 범죄현장을 포착하거나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 매우 어려운 만큼 수사기관에서는 종종 범죄혐의자에게 범죄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죄를 유발하는 수사를 벌이는데 이를 함정수사라고 한다. 영화 속에서 무기밀매상은 처음부터 CIA 요원이 먼저 비밀요원 명단을 팔겠다고 제안을 하여 사게 된 것이므로 CIA 요원(agent provacateur)이 자신에게 범의(犯意)를 유발시킨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원에서는 "함정수사라 함은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죄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방법을 말하는 것이므로 이미 범의를 가지고 있는 자에 대하여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함정수사라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서울고판 1998.3.11. 97노2971 마약법위반 사건).
다만, 함정수사는 인권침해의 우려가 크므로 다음과 같은 상당한 이유와 조건하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① 함정수사의 대상이 된 상대방이 범죄를 행하고 있다고 의심할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② 오로지 수사목적에 한하되, 수사 전후에 상사에게 함정수사의 내용을 정확히 보고하여야 하며, ③ 강제수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자유의사결정에 따라 범죄를 실행하도록 하고, ④ 함정인 유인행위보다 무거운 범죄를 수사하는 경우에 국한하여야 한다.
둘째로 영불해협 해저의 유로 터널 안에서 체포된 범인은 영국과 프랑스 어느 나라에서 사법관할권(jurisdiction)을 갖고 있느냐가 문제될 수 있다. 본래 유로터널은 영국과 프랑스 양국에 설립된 회사(two project companies)에 의하여 건설되었고, 열차 운행과 관련하여 각종 외교상의 프로토콜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그에 따르면 될 것이다.
필자가 실제로 유로스타를 이용한 경험에 의하면 다른 유럽 국가(EU 회원국)에서의 철도여행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파리 노르드역(北驛)에서 유로스타를 탈 때 그냥 플랫홈에서 탑승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2층에 따로 마련된 출입국장에서 항공기 탑승 때처럼 철저한 보안검색과 출입국 심사를 받아야 했으며, 런던의 워터루역에 도착해서는 입국신고서(Landing Card)를 제출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또 비EU 회원국의 여권을 가진 여행자는 형식적이지만 통관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이 영화의 무대가 된 프라하의 카를 다리에는 각종 성상(聖像)으로 꾸며진 다리난간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고, 톰 크루즈가 뛰어 오르내렸던 석조계단도 실제 카를 다리 부근의 몰다우 강변에는 없다. 배경만 프라하로 한 것일 뿐 모두 오픈 세트에서 촬영한 까닭이다. 그러나 프라하가 영화에서처럼 중세 고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유럽 최고의 관광명소임은 분명하다.
또 하나의 옥의 티는 유로터널이 소형 헬리콥터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다고는 하지만(현재 르 셔틀이라는 화물열차는 한 칸에 대형 버스를 여러 대 싣고 다닌다), 시속 300km가 넘는 기차 뒤를, 더욱이 터널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헬기가 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차 뒤엔 엄청난 난기류(turbulence)가 발생하고, 또 밀폐된 공간에서 난기류는 몇 배로 증폭이 될 터이므로 헬리콥터는 균형을 잃고 금방 터널 벽에 쳐박히고 말 것이다. 이 영화는 4분의 5박자인 주제곡(OST) CD가 베스트 셀러가 되고, 톰크루즈가 주연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하여 7천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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