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 2

홍유손, 모래밭에 누워 (題江石)

얼마 전 강릉 경포대 바닷가에 놀러 갔다.백사장에는 폭염이 작열하고 있어서인지 비치 파라솔 아래나 바닷물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나도 바람이 살랑거리는 솔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하늘과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물멍 때리기를 하고 있었다.사고(思考)의 정지 - 그 순간 현재와 과거, 미래를 잊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런데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속세을 벗어나 칠언절구로 사고의 정리를 한 선인(先人)이 있었다.  題江石  -  篠叢 洪裕孫 濯足清江臥白沙心神潛寂入無何天敎風浪長喧耳不聞人間萬事多 강가의 돌에 적다  - 소총 홍유손 맑은 강에 발을 씻고 모래밭에 누우니 심신이 고요해지며 무아지경이 되었네바람 소리 물결 소리만 귓전에 울릴 뿐속세의 부질없는 일은 들리지 않는구나 홍유손(洪裕孫 호는 篠叢, 狂..

Talks 2024.08.13

The Place Where Course of Life Shifted

필생의 각오라 할까 인생의 행로를 바꿀 만큼 새롭게 결심을 한 장소가 어디 있었던가? 동해의 일출을 지켜보던 어느 해변가? 제주도 산방굴사 앞? 스위스 알프스 산자락의 빙하호? 미국 그랜드 캐년의 전망대? 영어로 번역하면 이런 말이 될 것이다. "Would you tell me the place where your course of life has shifted?" 8월 말 동해 바다의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똑 같이 푸르지만 수평선 아래는 짙푸르고 가끔 흰 포말을 이고 해변으로 파도가 밀려와 투명해 보이는 하늘과 차이가 날 뿐이었다. * 동해안 강릉 연곡 해변 여름의 끝자락, 해수욕장도 문을 닫았고 백사장에는 사람들의 어지러운 발자국만 남긴 채 갈매기만 몇 마리 앉아 있을..

Talks 2022.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