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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처럼 여겨지는 人生 詩

Whitman Park 2022. 10. 26. 17:45

KoreanLII에 올리기 위해 우리나라와 외국의 시인들이 인생(人生)을 노래한 시를 찾아본 적이 있다.[1]

제일 먼저 눈에 띈 게 롱펠로우의 그 유명한 인생찬가 A Psalm of Life 였다. 에머슨은 What is Success 를 통해 성공한 인생을 소박하게 정의했고, 샬롯 브론테는 생명이라고 옮길 수도 있는 Life 시를 통해  사신(死神)이 사랑하는 이를 먼저 데려가더라도 씩씩하게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노래했다. 또 우리나라의 천상병 시인은 이승의 삶을 소풍(picnic) 가는 것으로 비유하여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이런 환경 속에서 사는 것도 정녕 축복이다.

 

정말로 많은 시인들이 자기 또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관조하는 자세로 인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에 관한 시를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래 시의 원문과 번역문이 없는 것은 KoreanLII의 해당 항목, 블로그의 제목을 탭하면 들어가 볼 수 있다.[2]

* 나희덕, 오분간 (Five Minutes)
* 노천명, 구름같이 (Like Clouds)
* 문병란, 희망가 (Song of Hope)
* 복효근, 명편 (名篇, Masterpiece)
* 서홍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Life is Short, Art is Long)
* 이어령, 생명! (Life!)
* 정봉렬, 인생사 (What is Life)
* 정연욱 작사ㆍ작곡, 고성현 노래, 인생이란 (Life is)

* 김시습, 乍晴乍雨 (잠깐 갰다 잠깐 비 오고, Transience of Life)
* 맹자, 告子章句下15章 (큰 인물론, How to be a Great Man)
* 키플링, If (만약에)
* 푸시킨, Should this life sometime deceive you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나짐 히크메트, A True Travel (진정한 여행)
* 프랭크 시나트라 노래, My Way (마이 웨이)

 

이제 칠순을 갓 넘긴 동기동창들의 부음을 들을 때면 마음이 울적해지곤 한다. 그러던 차에 단톡방에 한국 시를 많이 올리고 있는 김상문 친구가 여러 편의 시를 소개한 가운데 그 중에서 어쩌면 내가 살아온 삶이나 내가 느끼는 심정과 닮은 꼴(decalcomanie)를 이루는 시가 다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길이에 관계없이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간략한 코멘트와 함께 여기에 옮겨놓기로 한다.

 

 

인생 시  - 윤성택

Life Poem    by Yoon Seong-taek

 

햇볕이 유리창에 착 붙어

온기가 전해지는 아침

In the morning when
Warm sunbeam is stuck to the window glass,

노인은 무릎에 파스를 붙이며

외출을 준비하고 있다.

An old man prepares himself for going out
By putting a pain relief patch on his knee.

고무줄로 묶인 파스다발이

약상자에서 솔솔 냄새를 낸다

A bundle of pain relief patches in a medicine box
Disseminate mint-like fragrance.

우표 한 장의 힘으로

편지가 배달되듯

As one piece of stamp has
A letter delivered to its addressee,

파스 한 장의 힘으로

가뿐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One piece of pain relief patch would
Make him stand up and walk painlessly.

세월의 내력이 적혀진 몸에

겉봉 같은 외투를 걸치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Upon his body inscribed with history of his life,
He wears a coat like an envelope,
Ready to go anywhere.

어쩌면 아름다운 그녀를 위해

그리움을 봉하고 제 몸에

우표를 붙였는지 모른다

Presumably, for a beautiful lady in his youth,
He was willing to seal the envelope filled with longing.
And I guess he put many pieces of stamps on it.

중절모 쓰고 지팡이 짚고

대일파스 후끈후끈하게

He wears a felt hat and holds a stick in his hand,
With a piece of pain relief patch becoming effective.

붙은 봄날, 환한 골목에서

노인 걸어 나오고 있다

On a warm spring day, from a bright alley,
A gentleman walks out in a stately manner.

 

시인은 외출하는 노인이 아픈 무릎에 붙이는 파스를 수신자한테 편지를 전해주는 우표로 비유하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입는 옷은 삶의 이력이 적혀 있는 겉봉이 아니던가! 그 내용물 중에는 젊은 날 그녀를 향한 그리움도 들어 있다는 표현에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마침 오늘 아침엔 클래식 FM 방송에서 김경미 시인의 "경춘선을 타다"는 오프닝 시를 들었다.

 

*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용담호의 추경. 사진출처: 해오라비의 정원 티스토리.

 

시인이 말한 것처럼 왜 이맘 때면 춘천에서 그리운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그것은 젊은 시절의 내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대학 시절 경춘선을 타고 춘천에 가서 가을빛 짙어가는 호수의 물안개를 바라보며 미래에 대해 아득하고 불안해 하던 '내'가 그곳에 있었다.

 

50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 모르고 있었던 것을 얼마나 더 알게 되었을까? 그를 만날 수 있다면 무슨 인생의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먼저 간 친구들처럼 우리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현상수배범이 감옥으로 가는 것처럼 저승으로 갈 거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시인 브라이언트는 Thanatopsis (죽음에 관하여)에서 "확고한 믿음으로 위로받고 견뎌내면서 / 그대의 무덤을 향해서 가라. / 마치 침상 위에 이부자리를 펴고 / 자신에 대한 즐거운 꿈을 꾸려고 눕는 사람처럼"이라고 노래한 바 있다.

 

* 부릅뜬 눈이 아닌 이런 매력적인 여성이라면? 사진: Popappstic의 앱

 

수배전단을 보고  - 윤성택

Glancing at Wanted Poster    by Yoon Seong-taek

 

귀갓길에 현상수배 벽보를 보았다

얼마나 많은 곳에 그의 자유를 알려야 하는지

붉은 글씨로 잘못 든 생의 내력이 적혀 있다

어쩌다 저리 유명해진 삶을

지켜 봐달라는 것일까

어떤 부릅뜬 눈은

생경한 이곳의 나를 노려보기도 한다

On the way home, I saw a Wanted Poster on a bulletin board.
It’s said that they are still at large at so many places.
Their wrong life histories are written in red ink.
How can they ask their notorious life stories
to be seen and watched in public?
Some angry eyes often glare at
lookers-on at various strange places.

어쩌면 나도

이름 석 자로 수배 중이다

납부 마감일로 독촉되는 고지서로

열 자리 숫자로 배포된 전화번호로

포위망을 좁혀오는지도 모른다

Maybe I would also be
posted by name on the Wanted Poster.
By means of notices with due date thereon, or
by ten-digit telephone numbers,
a formidable dragnet seems to be closer than before.

칸 속의 얼굴은 하나둘 붉은 동그라미로

검거되어 가는데, 나를 수배한 것들은

어디서 잠복 중일까

While criminals on the poster disappear one by one
with red circles on those arrested, I’m curious
where my chaser hides himself.

무덤으로 연행되는 남은 날들,

그 어딘가

잡히지 않는 희망을

일망타진할 때까지

나는 매일 은신처로 귀가하는 것이다

My remaining days are close to the grave.
Until the untouchable hope becomes
prey to a roundup,
to certain hiding places wherever,
I come back home everyday.

 

* 안나 게르만, "가을의 노래" M/V에서 캡쳐.

 

10월도 거의 끝날 즈음 여러 지인들이 "가을 가을"하면서 애조띤 가락의 가을 노래를 들려주었다.

러시아 로망스 "나 홀로 길을 가네"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안나 게르만(Анна-Виктория Герман-Тухольская/Anna German, 1936~1982)의 "가을의 노래"(Osennyaya Pesnya)도 들어 있었다. 이렇게 주로 구슬픈 노래를 부르다가 폴란드인 남편과 아들을 두고 세상을 일찍 떠났나 생각하던 차에 김상문 친구가 작자 미상이라며 계절에 맞는 시를 또 한 편 소개해 주었다.

시인은 자기의 인생을 드러내 놓고 말하진 않았서도, 그의 삶이 한때는 빛나는 사랑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오늘 아침 가을바람에 세월이 흐르며 잊혀진 줄 알았던 그리움에 눈물 짓는다는 감성 충만한 시였다. 

 

가을, 낙엽 / 꽃처럼 화려했던 / 우리의 이야기!

Autumn, fallen leaves,
Our life stories were
More beautiful than those leaves!

 

 

 

오늘 아침 가을 바람에~  - 작자미상

To the Seasonal Cool Wind of This Morning  by Unknown Poet

 

꽃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

When flowers were falling down,
At first, I guessed it was 'cause of wind.
Later, I found out it was the days gone by.

차창 바람 서늘해
가을 인가 했더니
그리움이더라

When I felt cool outside,
At first, I guessed it was 'cause of autumn.
Later, I found out it was longing.

그리움 이 녀석
와락 안았더니
눈물이더라

When I embraced it hard,

Longing was almost forgotten.
Later, I found out it was tears.

세월 안고
그리움의 눈물 흘렸더니
아~ 빛났던 시랑이더라

When I embraced the days gone by,

I sheded tears of longing.
Ah, I found out it was the splendid love.

 

*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 로비의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사진제공: 박영철.

 

 

나 세상 떠날 때  - 정현종

When I Pass Away  by Chung Hyeon-jong

 

나 세상 떠날 때
나는 내 뒤에
태양을 남겨놓으리.
그 무슨 말 무더기
무슨 이름
그 무슨 기념관 같은 거 말고
태양을 남겨놓으리.
그러니, 해가 뜨거나
중천에 있거나
하늘이 석양으로 숨넘어가며
질 때, 그게
내가 남겨놓은 것이라고
기억해주시기를!

When I pass away,
I'll leave
the Sun behind.
No more heaps of words,
nor whatever names,
nor a so-and-so memorial,
the Sun will be left behind.
Therefore, when the Sun rises,
the Sun stays high up in the sky, or
the Sun goes down
as if it finishes with a last breath,
It must be the remains of mine.
Please, remember me like that!

 

Note

1] KoreanLII는 본래 로스쿨에 외국 학생을 위한 LL.M. 과정이 설치될 경우에 대비해 강의자료 용으로 만든 Wikipedia 식 사이트이다. 온라인 법률백과사전에 전혀 무관해 보이는 Poetry 코너를 마련한 것은 국내 독자보다 외국의 독자들이 더 많이 들어와 보는 실정임을 감안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법률항목이 법률용어 사전 수준으로 갖추어진 상태인 만큼 다목적 댐 같은 변신을 도모하기로 했다. 마치 삼국유사가 단군신화와 향가, 민간설화를 담아 한국의 국보(National Treasure)가 된 것처럼 법률항목과 관련이 있는 아름다운 詩를 찾아 영어로 번역해 올리고 있다.

그러던 중 너무나 아름다운 시, 외국인들에게 꼭 읽혔으면 하는 시가 많은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KoreanLII의 법률항목과 직ㆍ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국내ㆍ외를 막론하고 한ㆍ영, 영ㆍ한 대역(對譯)으로 지속적으로 올리게 된 것이다. 페르시아의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가 영국의 피츠제럴드 손을 거쳐 아름다운  4행시로 탈바꿈하고 세계문학에 일대 돌풍을 일으 것을 모델로 한다. 물론 필자에게는 에베레스트 산 같이 험준한 고봉(高峰)이지만 감히 이를 목표 삼아 한 걸음씩 오르고 다.

 

2] 인생 시 말고 우리의 아름다운 시와 노랫말을 영어로 옮긴 것을 더 많이 보시려면 이곳을 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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