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s

Rest in Peace

Whitman Park 2022. 11. 1. 11:17

핼러윈 축제가 뭐라고

그들은 왜 그곳으로 몰려 갔을까?[1]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10.29 서울 남산 둘레길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젊은 남녀들

 

[대부분이 20대인]

이태원 희생자들
이렇게 빛나는
젊음인 것을

Itaewon victims
mostly in their 20s
Collapsed with
Bright youth left behind!

 

있어서는 안 될 일에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그 곳에서 무사히 빠져 나왔기를,

사람 많은 곳에는 안식이 없고,

참된 즐거움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하는 법이니.

 

* 사진출처: Naver 귀공자의 블로그
* 평택강의 갈대밭. 강가에는 갈대, 산골짜기에는 억새. 사진제공: 김은수.

 

갈대   - 신경림

Reed  by Shin Kyeong-nim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At some point, reeds were
weeping inside quietly.
Some day at night, reeds got to know
their whole bodies were swayed.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It was neither wind nor moonlight.
Reeds did not know at all
it was their quiet weeping that swayed their bodies.
-- To live is to weep like this
inward quietly.
They had no such idea.

 

* 남산 서울도성 둘레길의 하얀 쑥부쟁이와 갈대밭
* 우리 아파트 단지의 곱게 단풍이 든 느티나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소한 일상의 평온함과 행복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2]

느티나무의 낙엽은 치우는 이에게는 고역이지만 

아파트 단지에도 가을이 사뿐히 내려왔다.

 

Note

1] 예전에 우리 시니어 세대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명동에 가야 했고 제야(除夜)의 타종을 보러 보신각 앞으로 몰려 갔었다. 젊은 세대가 이젠 글로벌 축제가 된 한강 불꽃놀이를 보러 가고, 핼러윈 때는 서울에서도 아주 이국적인 이태원, 홍대 앞으로 구경 가는 게 당연하다. 핼러윈 때 도쿄의 시부야 거리는 훨씬 더 소란스럽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릴 예견가능성이 있음에도 관련 입법, 매뉴얼, 경비, 비상시 안전대책 등 대비를 소홀히 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

 

2] 10월 29일 이태원에서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후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5일까지 1주일간 전국민애도기간(National Mourning Period)을 선포하고, 서울시청 앞 등 전국 주요도시에는 합동시민 분향소가 설치되었다. 출퇴근 인파로 혼잡이 극심하던 지하철역과 환승구간은 특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다.

일반 시민들은 아무쪼록 이러한 큰 사고가 일어나질 않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17음절의 국영문 하이쿠를 지어보았다.

 

큰일 겪을수록

소소한 일상(日常)이 최대의 행복

Whenever big incidents occur,
We've realized
Small routine is g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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