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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사고 능력과 도덕 수준

Whitman Park 2023. 2. 2. 09:30

은퇴 후에 굳이 시간에 매인 생활을 할 필요가 없음에도 일정한 모닝 루틴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니 정해진 시간대를 놓침으로써, 이를테면 헬스 운동이나 아침 산책을 거르게 되면, 마치 숙제 안한 초등학생처럼 마음이 찜찜해진다. 그때 마침 FM 방송에서 이런 말(名言)을 들었다.

 

첫 술에 배부르기를 꿈꿔서는 안 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사고방식이 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이를 통해 생각과 감정, 행동 다스리는 능력을 키우면 우리의 행동은 원하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

 

영국의 과학 작가인 데이비드 롭슨(David Robson)이 '인간의 의지력'에 대해 쓴 글의 한 부분이다.

롭슨에 의하면 그 동안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의지를 일종의 배터리 같다고 판단했었다. 많이 쓰면 쓴 만큼 고갈되고 비워진다는 거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면서 크게 의지력을 발휘하고 난 다음에는 휴식과 재충전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롭슨은 그 주장이 이젠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의지력은 쓴 만큼 소모되는 배터리가 아니라 언제든지 자동 충전되는 무제한의 에너지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굳센 의지를 발휘해야 하는 어려운 일도 얼마든지 연속해서 해낼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그 사람 본인이 인간의 의지력은 제한이 없다, 인간의 의지력은 쉽게 고갈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새해 들어 새로운 계획이나 목표를 달성하려고 힘과 의지를 너무 많이 소모했다며 은근슬쩍 포기하려는 마음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의지와 인내심을 발휘하기도 전에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다고 물러서는 건 아닌지, 오늘은 의지력에 대한 생각과 행동양식을 한 번 점검해 보아야겠다. 의지력을 발휘하여 끈기 있게 추구하다 보면 어떤 어려운 목표도 관철해낼 수 있지 않겠는가!  출처: KBS 1FM, <김미숙의 가정음악> 김경미 작가의 "문장의 풍경들" 2023.1.17.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건대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또 중요한 과제의 마감일이 다가와 억지로 의지력[1]을 발휘해 책상에 앉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아침 가쁜하게 일어났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것은 내 생각과 감정을 추스려 그랬던 것만은 아니었다.[2]  내 스스로 가치있다고 생각한 일을 했을 때 마음 뿌듯했던 것이 잠자는 동안 머리 속과 마음을 새롭게 정리정돈(reset)하여 아침에 일어났던 것 같다.

그렇다면 롭슨이 말한 것처럼 마음 수양만 강조할 게 아니라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 진안 산골에 사는 유양수 친구는 아침 하늘의 비행운을 보고 동해 바닷가를 떠올렸다고 한다.

 

비단 계획한 일을 완수해야 한다는 의지력 뿐이겠는가!

어렸을 적에 덧셈 뺄셈과 경제관념을 공부한 뒤로 돈을 헤프게 쓰면 가난해지고 아끼고 절약하면 부자가 된다고 배웠다.

그렇기에 연말에 언론에 보도되는 기부천사들을 볼 때마다 그 금액만큼 예금잔고가 줄었을 텐데 그들은 가난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곤 했다.

 

그러나 교회를 다니면서 성경을 읽고 설교를 들을 때마다 점차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같은 씨앗이라도 자갈밭, 가시덤불 속에 떨어지지 않고 옥답에 뿌려지면 60배, 100배의 결실을 맺는다는 비유의 말씀(마태복음 13장), 또 극심한 가뭄에 마지막 남은 밀가루와 기름으로 배를 채우고 죽을 작정이었는데 위엄 있어 보이는 선지자가 하는 말을 따르기로 했다는 예화(열왕기上 17장)를 그대로 믿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양식이 다 떨어진 사렙다 고을의 과부는  마지막 남은 밀가루와 기름으로 떡을 만들어 아들과 함께 먹는 대신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칭찬이나 듣고 죽자하여 엘리야 선지자의 말을 따랐다. 그랬더니 그 과부의 항아리(Widow's cruse)와 기름병은 가뭄이 끝날 때까지 밀가루와 기름이 떨어지지 않는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와 같이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은 그 주변의 사람들에게 축복의 통로(Path of Blessing)가 된다.

반면  이기적인 태도는 받기만 하는 고인물처럼 썩기 마련이다. 남을 돕고 배려하는 마음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계속 사랑이 솟아나와 부족한 것을 채워준다고 한다.

그러므로 불우이웃을 긍휼히 여기고 자기가 가진 것의 일부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이에게 덧셈 뺄셈의 경제관념은 큰 의미가 없다.

좋은 일을 한 만큼 기쁨으로 훈훈해진 마음은 쓸수록 소모되거나 자연방전되는 배터리가 아니라 자동으로 보충되는 샘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데이비드 롭슨이 말한 것처럼 의지력은 용을 써야만 이룰 수 있다거나 일단 의지력을 발휘하고 나면 재충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마치 맑은 샘물을 목마른 이에게 나눠주듯 힘든 일일지라도 가치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 여긴다면 자기도 모르게 다음날 아침이면 새로운 활력이 솟아날 것임에 틀림없다.    

나는 한참을 생각해서 이러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는데 요즘 각광을 받는 Open AI 연구소의 챗GPT는 무엇을 어떻게 학습하였고 뭐라고 대답할지 궁금해졌다. 까다로운 질문을 던져 챗GPT의 윤리도덕 수준을 가늠해보고 싶었다.

그가 나와 비슷한 결론을 내린다면 AI 기술력이 조만간 인간의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가능한 것이다.

 

* 이른 아침 동틀녘에 물안개 피어오르는 호수 위로 펼쳐진 총천연색의 풍경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Q1 일반적으로 말해서, 사람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억지로 의지력을 발휘했다면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할 시간을 가져야 하는가? 이것은 마치 쓰는 만큼 닳는 배터리 같은 건가, 아니면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 같은 것인가?

Generally speaking, if a man used his power of will  to tackle hard work, should he have a break and energy recharged? Is it like a battery whose power is depleted as it is used? Or is it like a spring which sprouts pure water ceaselessly? 

 

A1 It is recommended that a person take breaks and recharge their energy, even if they are using their willpower to tackle hard work. The human mind and body are not like a battery that can be completely depleted, but they can become exhausted and in need of rest. Just like a spring can run dry if overused, a person's willpower and energy can also become depleted if they don't take adequate breaks. Taking breaks and recharging can help improve focus, productivity, and overall well-being.

힘든 일을 하느라 의지력을 발휘했다면 사람은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을 해야 한다고 권장되지요. 인간의 마음과 육신은 완전히 방전되어 버리는 배터리 같지 않고 기진맥진했다면 휴식을 필요로 해요. 샘물도 너무 많이 퍼쓰면 말라버리듯이 사람의 의지력과 에너지도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번아웃되어 버리니까요.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해야 집중력, 생산성, 나아가 전반적인 웰빙을 제고할 수 있어요. 

 

Q2 인간이 자비심을 베푸는 마음은 그의 본성에 반하는 비상한 의지력을 요하는지 말해보시오.

Tell me human mind of charity needs an extraordinary power of will contrary to human nature.

 

A2 The human mind and its behavior can be complex and multi-faceted. It is not necessarily accurate to say that the inclination towards charity requires an "extraordinary power of will" that goes against human nature. There are many factors that influence why people choose to give to others, including empathy, altruism, moral values, and personal experiences. Some individuals may find it easier to give than others, while others may struggle with it. However, the idea that giving is against human nature is a reductionist view and doesn't take into account the full range of human behavior and motivations.

인간의 마음과 태도는 복잡다기하지요. 적선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비상한 의지력을 요한다는 것은 반드시 정확하지는 않아요. 왜 사람들이 남을 돕고자 하는지, 감정이입, 이타심, 도덕적 가치, 개인의 경험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어요. 어떤 사람은 주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사람은 심적 갈등을 겪기도 해요. 그러나 주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반한다는 생각은 복잡한 사상을 단순화시켜버리는 환원주의적 관점으로 인간의 태도와 동기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겁니다.

 

Q3 형편이 넉넉하지도 않은데도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What do you think of a person who is not rich but likes to share what he has?

 

A3  As a language model, I do not have personal opinions. However, I can say that a person who is not wealthy but has a tendency to share what they have is often viewed positively by others. Sharing resources and helping others is generally considered a noble and generous act, regardless of one's financial situation. This type of behavior demonstrates empathy and a caring nature, and can help to build strong communities and relationships. Additionally, research has shown that giving can bring happiness and a sense of fulfillment to the giver, even if they do not have a lot of resources to share.

챗GPT는 언어모델이며 개인적인 의견을 갖고 있진 않아요. 하지만 부유하지 않으면서도 자기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되지요. 소유를 나누고 남을 돕는 것은 그의 경제적 형편에 관계없이  고귀하고 너그러운 행동으로 비칩니다. 이러한 태도는 감정이입과 배려하는 성정을 보여주는 것이며 공동체의 결속력과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어요. 덧붙여 말하면 주는 것은 그 사람이 비록 소유는 많지 않아도 그에게 행복과 충족감을 가져다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챗GPT가 변호사시험, 의사자격고시를 합격할 만한 수준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3]

위의 문항은 전직 대학교수로서 기말시험에 출제할 만한 문제들이었는데 B학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답안을 그것도 불과 몇 초만에 써내려가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Note

1] 마침 FM 방송에서는 소프라노 성악가가 부르는 김동진의 "수선화"가 흘러나왔다. 아니 우리 가곡에도 의지(意志)라는 노랫말이 들어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선화(水仙花)   - 김동명 작시, 김동진 작곡

Daffodils    written by Kim Dong-myung & composed by Kim Dong-jin

 

그대는 차디찬 의지(意志)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날으는

애달픈 마음

With chilly wings of willpower,
You're sorrowful mind
Flying over the endless solitude.

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다시 죽는

가여운 넋은 아닐까

And you died while longing and yearning,
Then you revived after death, and perish again.
You are a forlorn soul, aren't you?

부칠 곳 없는 정열을

가슴에 깊이 감추이고

찬 바람에 쓸쓸히 웃는 적막한 얼굴이여

Your passion may be sent nowhere,
Being concealed deep in your heart.
You smile with a dreary face against cold wind.

그대는 신의 창작집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의 소곡(小曲)

You're immortal short melody
Glittering most beautifully
In the Book of God's Creation.

또한 나의 작은 애인이니

아아 내 사랑 수선화야

나도 그대를 따라 저 눈길을 걸으리

You're also my petit love.
Oh, my dear daffodils,
I'd like to walk on that snow-covered path with you.

 

⇒ 우리의 아름다운 시와 노랫말을 영어로 옮긴 것을 더 많이 보려면 이곳을 탭하세요.

 

2] 요즘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것은 엊그제 올린 블로그 기사나 영문 법률백과사전 KoreanLII에 어떤 오류가 발견되거나 새로 올릴 쓸거리를 찾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누가 찬사를 보내거나 돈이 생기는 일이 아님에도 이 시간에 누군가 틀렸거나 엉성한 내 글을 보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3] 미 변호사 자격 시험과 의사 면허 시험 통과,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시험 통과, 논문 공동 작성에 이어 미국 하원의원의 연설문 대리 작성까지. 지난 두 달여간 챗GPT를 곳곳에서 사용한 결과들이다. 미국에선 챗GPT의 기획안대로 찍은 TV 광고가 나오고 있고, 챗GPT가 맞춤형으로 짜준 운동 프로그램대로 운동을 하고 인증하는 것이 인기다. 미국 대학에선 챗GPT가 대필한 에세이를 내는 학생이 많아 교수가 골머리를 앓을 정도가 되자,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AI가 쓴 글을 감별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누구나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AI가 생활 곳곳으로 침투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챗GPT를 비롯한 최근 AI 서비스에 대해 “마치 인터넷의 태동기와 같은 상황”이라며 “구글, 메타, 수많은 스타트업이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를 만들고 있고, AI는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사용되는 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이 산업과 생활의 양상을 통째로 뒤흔든 변혁이 AI를 통해 다시 한번 오고 있다는 의미다. 조선일보 (변희원ㆍ임경업 기자), [AI, 일상을 바꾸다 1] "예상보다 더 빠르게 생활방식 뒤흔들어", 20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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