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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이 많은 미련퉁이

Whitman Park 2023. 1. 14. 07:30

작년 11월 분변검사 결과 대장암 검사를 받으라는 의사소견이 나와서 동네 가까운 병원에 예약을 하러 갔다.

평소 혈압약과 함께 복용하는 어린이 아스피린을 며칠 전부터 끊고 갔는데 대장내시경 검사 사흘 전부터는 삼가야 할 음식이 수도 없이 많았다. 한 마디로 내시경 검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섬유질이 많은 채소류와 잡곡, 해조류, 씨있는 과일, 견과류 등이다. 이틀 후에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어제부터 식이조절을 했어야 했다.

생각해 보니 김치와 견과류 외에는 딱히 문제될 만한 게 없어 13일 금요일 아침으로 예약을 했다. 주말에는 식사 약속이 잡혀 있는 점도 고려했다. 또한 금년은 홀수 해로 위장 내시경검사도 예정되어 있던 터라 진정(수면) 대장 내시경검사를 할 때 동시에 위 내시경검사까지 받기로 하니 모처럼 큰 행사가 되어 버렸다.

 

검사 전날 저녁 6시부터는 금식을 하고 대장을 비우기 위한 약제와 물약을 복용하였다. 당장 식탁에서 금지식품을 모두 치워놓고 식사를 하려니까 늘 먹었던 김치와 구운 김, 견과류에 어찌나 미련(未練)이 남는지(lingering feeling left for ~)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미련(stupid)할 지경이었다. 

 

갑자기 대학교 다닐 때 많이 듣고 부르기도 했던 장현의 "미련"(Regret)이 떠올랐다.

아름다웠던 청춘 시절, 첫 데이트, 그러나 고시공부 한다고 학교 도서관에 개근하면서, 또 학교 휴업령이 내리면 동네 독서실에 나가면서, 가슴 아린 첫사랑 생각에 많이 불렀었더랬지~.

YouTube를 찾아보니 1972년 "미련" 음반 발매 후 인기를 누리다가 몇 년 후 대마초 가수로 낙인 찍혀 가요계를 떠났던 장현의 추억의 노래가 여러 곡 나와 있었다. 

 

* 추억의 장현 노래 모음. 출처: 아이맥스 TV

 

미 련 – 신중현 작곡, 장현 노래 (1972)

Lingering Affection  composed by Shin Jung-hyeon; sung by Chang Hyun

 

내 마음이 가는 그 곳에 너무나도 그리운 사랑

갈 수 없는 먼 곳이기에 그리음만 더하는 사랑

코스모스 길을 따라서 끝이 없이 생각할 때에

보고 싶어 가고 싶어서 슬퍼지는 내 마음이여

How can my heart reach the place where my love is?
As it’s too far to reach, So much longing for her.
Alongside the cosmos road, I’m going to my endless love.
I want to see her and to reach her. I’m so sad ‘cause I can’t

미련없이 잊으려해도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가을 하늘 드높은 곳에 내 사연을 전해볼까나

기약한 날 우린 없는데 지나간 날 그리워하네

먼 훗날에 돌아온다면 변함없이 다정하리라

I try to forget my love with no lingering affection left for her.
I send my love letter to the highest in the autumn sky.
We didn’t promise to meet again, but I miss the old days.
If she returns to me in the remote future, I love her as always.

 

그 당시에 같이 불렀던 정태춘의 "촛불"에도 '차갑게 식지 않는 미련'이란 말이 나온다.

이 노래 가사는 작사ㆍ작곡 외에 노래까지 불렀던 가수 정태춘이 제5공화국의 가요 사전심의제에 맞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적이 있기에 진즉 KoreanLII의 Censorship 항목에 올려놓았었다. 이 개념 있는 가수는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그 후 각종 촛불 집회 시위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화행사의 원조가 되었다.

촛 불 - 정태춘

Candlelight   Sing-a-song writer  Cheong Tae-choon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 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리라
외로움을 태우리라

Darkness is falling soundlessly
And the night comes in as a guest
I light a candle at the window side
To burn my loneliness.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Thinking of Love who left me,
I cannot sleep through the night.
I’m burning the candles endlessly
All through the night.

사랑은 불빛아래 흔들리며
내 마음 사로 잡는데
차갑게 식지 않는 미련은
촛불처럼 타오르네

The lost love sways under the candlelight
Capturing still my mind.
Lingering Love toward her
Is burning like the candlelight.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Thinking of Love who left me,
I cannot sleep through the night.
I'm burning the candles endlessly
All through the night.

 

* 그분의 시선 (김녕만, 대통령과 미녀). 출처: 중앙일보, "안녕, 사진", 2022.11.22.

 

주말 아침 7080세대가 2030 시절에 들었던 노래들을 몇 번씩 따라부르다가 그만 센치해지고 말았다.

내시경검사 직후 수면에서 깨어나 별 이상이 없음을 모니터상으로 확인하고 나서 안도하고 있던 참이었다.

내시경검사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용종을 떼어내면 실손보험을 얼마나 청구할 수 있는지, 아니 수면에서 못 깨어난 사람도 있다던데 하고 벼라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나는 이생에 미련이 많은 미련퉁이로구나 자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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