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2002)

Whitman Park 2022. 2. 17. 10:20

실화를 바탕으로 한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은 상당히 유쾌한 영화이다. 사실관계는 어느 집념어린 FBI 수사관이 스무 살도 안 된 천재적인 수표위조·사기꾼을 쫒는 내용이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것을 아주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어 놓았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FBI 수사관과 범인이 아주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는 자막까지 보여준다. 이 영화는 실화를 토대로 한 것이라는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영화의 줄거리

프랭크 W. 아비그네일 주니어(1948∼ ). 그는 16살 적부터 별 악의 없이 가짜 불어교사 행세를 했는데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팬암 항공의 조종사, 의사, 변호사 노릇을 하고 1969년 프랑스에서 체포될 때까지 5년 동안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총 250만 달러에 달하는 위조수표를 만들어 뿌렸다.

그의 사기성, 범죄성은 다분히 아버지한테서 물려 받은 것으로 보인다. 조그만 사업을 하던 그의 아버지 프랭크 아비그네일 시니어(크리스토퍼 월켄)는 크림통에 빠진 생쥐 이야기를 곧잘 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허우적대던 생쥐는 크림이 굳어 버터가 되자 살아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2차 대전 때 프랑스에 진주하였다가 현지의 프랑스 처녀와 결혼하여 낳은 아들이 프랭크였다.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버지가 탈세 혐의로 연방국세청(Internal Revenue Service: IRS)의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생활이 어려워지자 사립학교 교복을 입은 채 공립학교로 전학을 간다. 그를 왕따 시키려는 불량학생들. 그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불어를 가르치는 대리교사 행세를 하면서 그를 골탕 먹이려 한 학생들을 혼 내준다. 그의 가짜교사 행세는 1주일이나 계속된다.

프랭크가 16세 생일 날 아버지로부터 받은 수표책은 그에게 새로운 영감과 활동의 원천이 된다. 거래은행에 수표발행이 가능한 자금이 있어야 수표를 발행할 수 있음은 당연하지만 그는 수표의 교환·결제에 2주일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그 시차를 이용한다. 그 비결은 수표 교환(clearing)이 각 지역 준비은행(Fed) 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표의 발행지 MICR을 위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낯선 사람의 수표는 취급을 안하는 것을 알고 아버지에게 배운 금목걸이로 텔러의 환심을 산 후 이를 현금화한다.

당시 제트 여객기가 취항하면서 항공기 조종사가 모든 사람이 선망하는 인기직종인 것을 보고 팬암 항공 조종사 행세를 한다. 학교 신문기자를 가장하여 베테랑 조종사와 인터뷰를 하는 척 하면서 주요한 노하우를 터득하니 진짜보다도 더 유능해 보인다. 팬암 조종사의 급여수표가 300달러까지 현금화되는 것을 알고는 이것을 집중적으로 위조하는가 하면 항공기 조종사는 여객기의 무임탑승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전국을 무대로 위조수표를 뿌리고 다닌다.

당연히 FBI에서는 전국적으로 동일 수법의 위조수표가 나돌자 범인 추적에 나선다. 칼 핸러티 수사관(톰 행크스)을 반장으로 하는 수사팀을 편성되지만 항상 한 발 늦다. 범인이 헐리우드에 출몰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을 급습하는데 호텔 방에서 재무부 비밀정보국(Secret Service)에서 나왔다는 젊은이가 범인은 이미 체포되어 나갔다고 말한다. 낭패감에 사로잡힌 핸러티 수사관이 창 밖을 내다보니 웬 수상쩍은 사람이 부축을 받아 승용차를 타는 장면이 보인다. 비밀정보국 사람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자 지갑을 통째로 맡긴다. 그가 방에서 나간 후 정신을 차리고 지갑을 살펴보니 신분증은 커녕 휴지조각만 들어있다. 아뿔싸! 보기 좋게 당하고 만 것이다.

 

사기행각이 능숙해진 프랭크는 당시 인기를 끌던 '007 영화'의 제임스 본드 흉내를 낸다. 본드가 입는 양복을 걸쳐 입고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자 '세븐틴' 잡지의 모델까지 그가 보여준 고액 수표의 포로가 된다. 수사를 진행하던 핸러티 수사관은 범인이 쓰는 용어가 만화책에 나오는 것을 깨닫고서는 범인은 뉴욕에 사는 미성년자임을 간파하게 된다. 결국 프랭크의 생모를 찾아가 그의 신상명세를 파악하고 전국에 지명수배를 한다.

범인은 17세의 프랭크 아비그네일 주니어. 현재까지의 수표 위조액만 해도 130만달러. 아직 전국적인 수사공조체제가 이루어지기 전이라 아틀랜타에 나타난 프랭크는 이번에는 하버드 의대 출신 의사 행세를 한다. 그가 능숙한 의학용어를 구사하는 데 속아 넘어간 병원장은 그를 6명의 인턴과 20명의 간호사를 감독하는 응급실장에게 임명한다. 그러나 부상이 심한 환자를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던 그는 병원을 그만 두고 어린 간호사를 따라 뉴올리안즈로 옮겨간다. 프랭크는 생모가 재혼한 소식을 듣고 FBI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핸러티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더 이상 수표 위조를 하지 않을 터이니 자신을 쫒지 말아달라(Stop chasing me)고 통사정한다.

마침 여자 친구의 아버지는 뉴올리안즈의 실력있는 변호사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유력 변호사의 말썽많은 딸을 사랑하는 순진한 청년이 되어 장인될 어른의 환심을 산다. 용케 루이지애나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그는 성대한 약혼식을 올린다. 범인이 이름을 바꾸고 무슨 일을 저지를 것으로 예상한 FBI 수사팀은 지방신문을 열심히 뒤적인 끝에 프랭크의 약혼식장을 급습하지만 그는 다시 마이애미로 도피한 뒤이다. 그곳에서는 팬암 스튜어디스를 선발한다는 핑계를 대고 꿈 많은 여대생들을 데리고 해외 투어에 나선다. 그가 손을 대면 누구나 감쪽같이 속아넘어가기 때문이다. 아니 1960년대는 10대 천재 사기꾼이 탄생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와 믿음이 중시되었던 것이다.

프랭크는 결국 1967년 12월 크리스마스에 프랑스의 외딴 몽샹드 마을 인쇄소에서 프랑스 경찰에 체포된다. 그리고 프랑스 감옥 안에서 건강을 해친 그는 얼마 후 핸러티 수사관에 의해 미국으로 압송된다. 그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생모를 찾아가지만 뒤를 쫓아온 수사대에 체포되어 유죄 판결을 받는다. 비록 미성년자 때 저지른 일이었음에도 미국의 법률을 철저히 농락(complete disrespect of law of the United States)한 죄목으로 12년 형을 선고 받고 가장 감시가 엄중한 중범죄자 교도소에 수용된다.

그러나 고운 정 미운 정이 들어 그를 면회 온 핸러티 수사관에게 조언을 해준 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수표위조 및 위변조수표 감식기법을 FBI 요원들에게 전수하는 조건으로 남은 형기를 정부기관에서 복무하게 된다. 그는 1974년에 석방되어 금융사기, 수표위조 감식전문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감상의 포인트

이 영화 주인공의 극적인 인생은 일찍이 어느 신문기자의 눈에 띄어 지난 1980년 실화(real story)라는 부제를 붙여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스필버그에 의해 20년만에 영화화된 것이다.

이 영화는 몇 가지 중요한 진실을 말해준다. 첫번째는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범인을 잡으려면 범인의 상황에 처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위변조된 수표를 보면 범인이 어떠한 상태에서 무슨 의도로 범행을 하였는지 꿰뚫어볼 수 있었다. 범인의 처지를 잘 모르는 수사관들이 간과하기 쉬운 대목이다. 이것은 컴퓨터 해커나 바이러스 유포자가 정보통신 보안업체에 높은 계약금을 받고 채용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성경에서 기독교인들을 앞장 서 박해하던 사울이 기독교 사상 최고의 전도사 바울이 되었던 것처럼 반체제 인사가 가장 열렬한 체제옹호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기꾼이 활보하는 시대상황의 변화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지금 생각해볼 때 사람들이 너무 순진하다 싶을 정도로 너무 잘 믿어주었다. 낯선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나하고는 전혀 무관한 금목걸이를 내밀 때 그 때 사람들은 그의 부탁을 호의적으로 들어줬다. 욕심 많은 요즘 사람들한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지금은 "이 까짓걸로 나를 매수하려 드느냐"며 호통을 칠 게 뻔하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속는 사기 유형으로는 천문학적 금액의 괴자금, 비자금, 로또와 관련된 것이 많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실각한 아프리카 독재자의 비자금을 나눠갖자는 꼬임에 쉽게 넘어간다. 그리고 신용카드 연체를 해결해준다는 급전 대출제의도 자기의 사정이 급하다 보니 별로 의심치 않고 구세주를 만난 듯 속아 넘어간다.

그러나 프랭크 아비그네일 주니어는 그를 미워할 수만 없었던 칼 핸러티 수사관의 도움으로 인생역전의 찬스를 얻었다. 그리하여 25년 이상 FBI 아카데미와 정부기관에서 경제범죄에 관한 이론과 실무를 가르치며, 오늘날 금융사기 예방과 문서보안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되었다. 자료에 의하면 그는 매년 140개 이상의 금융사기에 관한 국내외 세미나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14천개의 금융기관, 법률회사 등을 위한 금융사기, 수표위조 방지용 교육과정과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가 금융기관의 회계담당자들을 위하여 개발한 IPS 오피셜 체크는 수많은 은행과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는 또 SAFE 체크, Check Plus 프로그램 등을 설계하여 많은 기업들에 도움을 주고 그 자신은 수백만 달러의 라이센스료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1998년 CNN 파이낸셜 뉴스가 선정한 "최정상급 인사(Pinnacle) 400인" 중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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