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바라기(Sunflower, 1970)

Whitman Park 2022. 2. 20. 08:20

2017년 6월 어느날 과천 정부청사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청사 앞 시민운동장 한 켠에 한 무리의 해바라기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전에 못 보던 장면인데 . . ."

오래 전 유럽 여행을 할 때 비엔나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는 철로변에 끝없이 해바라기밭이 펼쳐져 있던 광경이 떠올랐다.

소피아 로렌이 주연을 맡은 이태리 영화 <해바라기>(Sunflower, 1970)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영화의 줄거리

아주 애절한 멜로디의 “해바라기” - 헨리 맨시니의 영화음악으로 더 유명한 동명의 영화 <Sunflower> (이태리어 I girasoli)는 유명한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이 1970년에 만들었다. 제작 당시 소비에트 유니언(USSR)에서 처음 촬영한 서방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스토리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2차대전이 발발하자 서로 사랑하는 조반나(소피아 로렌)와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는 서둘러 결혼식을 올린다. 입영 날짜를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밖에 미룰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미친 척 연기를 한다. 그만 들통이 나버려 신혼부부는 눈물로 작별을 하고 안토니오는 러시아 전선에 배치된다.

하루가 1년 같았던 전쟁이 끝나고 병사들이 집에 돌아오지만 안토니오는 빠져 있다. 러시아 전선에서 실종되었다고만 할 뿐이다. 사랑하는 남편이 살아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조반나는 물어물어 안토니오의 부대가 주둔했던 지역을 찾아간다. 열차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밭. 사람들은 해바라기 꽃이 전쟁 중에 죽은 사람들 무덤에서 피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그 부근 어디엔가 살았든지 죽었든지 이탈리아 병사들의 자취가 남아 있을 것으로 믿고 찾아다닌다. 마침내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안토니오를 발견했으나 전쟁 당시 부상 당한 그를 구해준 현지 여인과 가정을 꾸리고 딸까지 둔 처지였다. 기차에서 내리는 안토니오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던 조반나는 그와의 사이에 자식도 없는 내가 양보해야지 마음먹고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그가 내렸던 열차에 오른다.

몇 년 후 안토니오가 나폴리로 찾아와 조반나에게 다시 합치자고 하면서 자신이 자리잡은 소련 땅으로 가자고 종용한다. 그러나 조반나도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아들까지 둔 터이다. 조반나는 자기가 따라가면 두 가정이 깨지는 거라며 안토니오 혼자 떠나보낸다.

이 장면에서 흐르던 헨리 맨시니의 주제곡 Sunflower는 한없는 애조를 띠고 있다.

 

감상의 포인트

전쟁으로 인해 이산가족이 많이 생겼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따른 각종 법률문제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우선 전투 중에 행방불명이 된 자는 실종선고를 받게 되는 바 이 영화에서처럼 그가 생존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우리 민법 제29조 제1항을 보면 "실종자의 생존한 사실 또는 [실종선고에 의하여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는 시기와] 상이한 때에 사망한 사실의 증명이 있으면 법원은 본인,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실종선고를 취소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종선고 후 그 취소 전에 선의(善意)로 한 행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1984년 민법 개정 시 특별실종에 '추락한 항공기 중에 있던 자'의 생사가 항공기 추락 후 1년간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를 추가하여 사고발생 후 1년이 지나면 실종자는 [실종선고에 의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게 된다.

⇒ 캐스트 어웨이 참조

 

그리고 안토니오와 같은 처지에서 미수복지구(북한)에서 월남한 취적자(就籍者)가 미수복지구에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하여 '부재선고'를 받았거나(1967년 부재선고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법률1867호), 6・25 동란 중 미수복지구 이남지역(남한)에서 주소를 떠난 후 생사(生死)가 분명치 아니하여 '특별실종선고'를 받은(1968.1.17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 사람이 호적에서 제적되고 호주승계・상속・혼인에 관하여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는(동법 4조, 학설은 이 경우 사망시기를 부재선고의 심판이 확정된 때로 보고 있음) 경우는 어떠한가?
그가 나중에 살아있는 것으로 판명된 경우 법원은 본인・가족・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부재선고를 취소하여야 하며(동법 5조1항 본문), 그 효과는 민법상 실종선고 취소의 효과와 같다(동법 5조1항 단서, 2항).

 

민법의 원칙에 따르면 이산가족에 대한 실종선고・부재선고의 취소로 인한 신분관계는 이미 형성된 것은 (선의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가급적 존중하고, 재산관계는 이미 상속이 개시되었으므로 재산취득이 악의인 경우가 아니라면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반환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다만 장기간 분단과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인하여 현존이익을 실사하여 금액을 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오랜만에 상봉한 가족들간의 불화를 막고 北에 남아 있는 이산가족의 생활을 지원하는 의미에서 입법적으로 그 기준과 방법을 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상속회복청구권도 3년, 10년의 제척기간으로 소멸하게 되어 있어(민법 999조2항) 북한의 이산가족은 전혀 보호받을 길이 없으므로 역시 특별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 조반나는 안토니오가 실종된 우크라이나 지역의 해바라기 밭에서 그의 자취를 발견한다.
* 안토니오가 그의 생명을 구해준 현지 여인과 가정을 이룬 것을 알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Post Script

해바라기 밭이 나오는 영화로는 2004년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빼놓을 수 없다.

비가 내리는 계절이 되면 다시 찾아오겠다는 죽은 아내의 말을 믿고 아들을 데리고 숲속으로 찾아가는 남자.

정말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다케우치 유코)가 나타나 다시 새로 가정을 꾸미는데 . . .

비가 내리는 6주 동안 아빠와 어린 아들은 약속처럼 나타난 엄마와 꿈결같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 일본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소지섭, 손예진 주연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리메이크되었다.

세상을 떠난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믿기 힘든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수아'. 그로부터 1년 뒤 장마가 시작되는 어느 여름 날, 세상을 떠나기 전과 다름없는 모습의 '수아'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녀는 '우진'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