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태양의 서커스 Kooza (상자, 2018)

Whitman Park 2022. 2. 20. 08:25

11월 23일 저녁 가족행사의 하나로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잠실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서커스 <Kooza> ('상자'라는 뜻)를 보았다.

우리 가족은 2007년 여름 내가 UCLA 방문교수로 가 있는 동안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에서 태양의 서커스 <O (Eau)> 쇼를 본 적이 있다. 미국자동차여행자협회(AAA)를 통해 쇼와 저녁식사 패키지 티켓을 사서 즐겁게 구경을 한 기억이 있다. 중식당 Jade에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분수 쇼를 보면서 저녁식사를 할 때는 황홀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며늘아이는 어렵사리 라스베가스에 갔다가 그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 했다. 결혼 전에 태양의 서커스 쇼를 예약을 하고 갔는데 마침 그 전날 호텔 부근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 모든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에서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예매를 하고 잠실 공연장으로 갔다.

 

* 한때 미국 라스베가스 카지노 호텔마다 공연 중이던 태양의 서커스 포스터
* 2018.11. <Kooza> 공연이 열린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의 태양의 서커스 광고판

태양의 서커스는 잠실 주경기장 옆에 거의 30m 높이의 빅탑 텐트를 설치하고 동시에 2500명이 볼 수 있는 대형 공연장을 마련했다.

태양의 서커스는 재불 한인 학자 김위찬 Insead 대학 교수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블루 오션」에서 극찬했던 서커스단이다. 조련과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드는 코끼리ㆍ사자 등 동물 대신 음악과 미술, 스토리텔링의 요소를 대폭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다른 서커스와는 달리 고난도의 곡예를 부리는 것보다 올림픽 체조경기에서 보는 것 같은 인체 동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 여기 소개된 사진들은 YouTube에 공식 게시되어 있는 동영상을 캡쳐한 것이다.
* 몽골 출신 3명의 곡예사가 마치 연체동물처럼 기기묘묘한 동작을 펼쳤다.

그 결과 태양의 서커스는 여러 가지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미국 라스베가스 카지노 호텔의 쇼를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전세계 투어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 보았던 "O"쇼(불어로 물이란 뜻의 Eau와 같은 발음)는 벨라지오 호텔에 풀장을 포함한 전용 공연장에서 롱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번 다녀갔다. 2015년에는 <퀴담(Quidam)>을 연장공연을 할 정도로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2018년 11월 서울에서 막을 올린 Kooza는 뮤지컬을 컨셉으로 시종 콤보밴드와 2명의 여가수가 흥겹게 노래를 불렀다. 코메디언들이 나와서 '상자'를 소재로 한 단막극을 선보였다. VIP 객석에서 관객을 데리고 나와 재미있는 연극을 보여주기도 했다.

 

** YouTube에서도 Kooza의 공연 실황을 볼 수 있다.

 

* 객석의 관객을 무대로 이끌어내 즉석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아크로벳 쇼는 전 세계를 무대로 체조 선수를 캐스팅해서 2년 정도 훈련과 준비를 한 다음 무대에 올린다고 한다. 태양의 서커스 본부와 체육관은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데 교외의 쓰레기 매립장을 인수하여 캐나다는 물론 전 세계의 서커스 성지로 만들었다.

공연을 다닐 때에는 인체역학을 고려한 무대장치와 도구, 설비를 갖추는 한편 전속 조리사와 의료진, 물리치료사, 심지어는 자녀와 취학아동을 고려한 보모와 교사까지 대동한다는 것이다.

 

*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 Wheel of Death 쳇바퀴 위로 곡예사가 뛰어오르고 있다.

우리는 보았네, 인간 능력이 무한함을
타고난 재능 뿐일까?
피땀 흘린 연습 끝에 쏟아지는 박수갈채
We witnessed the extreme of human ability.
Is that from natural aptitude?
Painstaking drilling is thrilling spectators. 

 

공연 중간에는 20분의 인터미션이 있다.

후반부에서는 고난도의 아크로배틱이 잇달아 나와 관객들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밤 10시 가까이 되어 2층 발코니의 뮤지컬 가수가 노래를 멈추자 오늘 공연은 막을 내렸다.

 

 

Post Script

2020년 초부터 전세계로 확산된 코로나 팬데믹에 대면공연이 필수적인 태양의 서커스는 직격탄을 맞았다.

전세계적으로 공연이 무기한 연기됨에 따라 캐나다 몬트리올을 거점으로 하나의 제국(Entertainment Empire)을 이루었던 태양의 서커스 엔터테인먼트 그룹은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라스베가스를 비롯한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 공연을 하던 각 그룹은 핵심요원만 남겨놓고 명맥만 유지하다가 마침내 캐나다 법원에 파산보호(Bankruptcy protection)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2020년 7월 법원의 파산보호 절차가 개시되어 태양의 서커스 그룹 본사는 직원 대부분을 해고한 채 백신접종률이 높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공연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 전세계의 태양의 서커스 팬들은 코로나가 하루 속히 종식되어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 재개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