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콘서트에는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이 초청받아 연주했다는 White House Concert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양평 미들 음악회의 하우스 콘서트가 있다.
2010년 8월 경희대 International Scholar이신 호주 NSW대 그린리프 교수님이 서울에 오셨을 때 진기한 한국 체험 프로그램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미들(미리 들어보는?) 음악회의 오거나이저인 선화예중의 신난희 선생님이 우리 내외와 그린리프 교수님을 "제22회 콘서트" 체임버 리사이틀에 초대해주셨다.
8월 27일 경기지방에 산발적으로 국지성 호우가 내려 걱정을 하였다. 왜냐하면 콘서트는 실내에서 열리지만 참석자들이 정원에서도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서울 곳곳에 장대 소낙비가 내린 것과는 달리 멀리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양평 후미개 마을은 하늘에 구름이 조금 끼었을 뿐 산들바람이 불고 날씨도 좋은 편이었다.
스무 명이 넘는 참석자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샌드위치 김밥 등으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친 후 7시에 모두 거실에 모였다. 거실 구조는 “ㄱ"자 형으로 주방, 식당을 겸하고 있어 30명은 족히 수용할 수 있었다.
필자의 손위동서인 서울대 서양사학과 배영수 교수가 직접 목재로 지은 양평의 전원주택은 거실 천장이 아주 높고 홀이 넓어 음향이 매우 훌륭하였다.
오늘의 음악가 트리오는 미들음악회 고정 참석자의 따님이기도 한 피아니스트 박보경 양과, 그의 클리블랜드 음악원 동문인 타이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Yun-Tin Lee, 그리고 서울예술종합학교의 영재(월반 입학하여 19세임에도 대학교 2학년) 첼리스트 이상은 양이었다.
박보경 피아니스트는 자신의 실력만으로 장학금을 받아가며 이화여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수학하고 현재 줄리어드 음악원 상임반주자를 맡고 있는 뛰어난 재원이었다.
“22회를 맞은 미들 음악회가 오늘은 바이올린 연주자와 게스트인 호주 교수님 덕분에 국제적인 콘서트가 되었다”는 신난희 선생님의 인사말에 이어 고대하던 하우스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이 날 콘서트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W.A. Mozart (1756-1791) Piano Trio No.3 in B flat Major, K.502 Allegro
P. Schoenfield (1947-현재) Cafe Music Andante moderato
F. Kreisler (1875-1962) Recitative and Scherzo-Caprice, Op.6.
F. Chopin (1810-1849) Nocturne in D flat Major, Op.27 No.2
R. Schumann (1810-1856) Adagio and allegro
Intermission
F. Mendelssohn (1809-1847) Piano Trio No.1 in D Minor, Op.49
1. Molto allegro agitato
2. Andante con moto tranquillo
3. Scherzo: Leggiero e vivace
4. Finale: Allegro assai appassionato
피아니스트 박보경 씨가 음악해설을 곁들여가며 청중들의 이해를 도왔다.
쇤필트의 “카페뮤직”은 맥주를 마시며 흥겹게 듣는 카페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이 곡은 YouTube에서도 쉽게 찾아 들어볼 수 있다.
나는 연주자들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첼리스트의 바로 앞자리에 앉아서 첼로 곡의 악보가 모두 낮은음자리표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린리프 교수님 역시 세계 여러 곳을 다녀보았지만 이런 하우스 콘서트는 처음이었다면서 “마치 당나라 시대의 미인(양귀비?)이 걸어나온 듯하다”며 피아니스트의 아름다운 자태에 찬탄을 금치 못했다.
10분 여의 인터미션 시간에 우리는 배 교수의 서재로 자리를 옮겨 광고업을 하시는 박광순 사장(박보경 양의 부친), 서울대 중문과 송용준 교수님과 함께 포도주와 환담을 나누었다.
제2부는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였는데 상당한 중량감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미들음악회는 앙콜 곡까지 청해서 들은 후 9시가 지나서 끝났다. 우리는 벌써 22회를 맞은 하우스 콘서트가 앞으로도 계속 성황을 이루기를 축원하며 집을 나섰다.
※ 이 무렵 한 언론사에서 후원하는 하우스 콘서트가 이곳저곳에서 열렸다.
조선일보 후원 [우리 동네 콘서트](2010. 11. 20. 토)에서는 '더블베이스 가족'의 묵직한 화음이 가을 저녁을 수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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