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4

시인과 농부, 기자

신문을 장기 구독하다보면 자연히 좋아하는, 믿고 읽는 기자가 생기게 마련이다.한국경제신문은 내 저서의 서평을 크게 실어준 인연으로 정년 퇴직할 때까지 오랜 기간 구독자였다.그때 문화부 기자였던, 나중엔 천자칼럼을 쓰던 고두현 기자가 생각난다.그가 시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의 신춘문예 당선작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시인 역시 남해의 섬 사람으로서 남해의 유배지(노도)에서 숨을 거둔 서포 김만중(西浦 金萬重, 1637~1692)을 기리는 시였다.전례에 따라 "남해 가는 길"을 영어로 옮기는 동안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처럼 연륙교가 없을 때였으니 당연히 물살이 거센 노량 해협을 나룻배로 건너가야 했다.그의 유배지는 남해도에서도 한참을 들어가 백련 포구에서 다시 배를 타고 나가야 하..

공연 2024.07.24

아침 이슬처럼 곧 사라질 것들

아침에 시골에서 감 농사를 짓는 친구가 단톡방에 한 편의 시(詩) 같은 글[1]을 올렸다.간밤에 내린 보슬비에 풀섶에 맺힌 물방울이 수천 수만의 수정(水晶) 꽃 같다고 여러 장의 사진도 함께 올렸다.장마철에 동이 트기도 전에 일을 나선 친구가 시인과 같은 감성으로 도시에 사는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해 준 것이 고마웠다.  친구는 제초를 뿌려놓은 풀섶에 맺힌 물방울들이 마치 수정 꽃이 핀 것 같다고 하면서 아침 햇살이 비치면 더 아름다웠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양희은이 부른 "아름다운 것들"[2] 가사의 한 소절도 덧붙였다.  꽃잎 끝에 달려 있는 작은 이슬 방울들 빗줄기 이들을 찾아와서 음 어데로 데려갈까바람아 너는 알고 있나 비야 네가 알고 있나무엇이 이 숲속에서 음 이들을 데려갈까 그런데 제초..

Talks 2024.07.20

007 카지노 로얄 (2006)

IP TV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2006)을 후반부만 보게 되었다.아주 오래 전에 오리지널 (1967)을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는 이언 플레밍 원작인 동명의 소설을 두 번째 영화한 것으로 남자 주연은 데이비드 니븐, 우디 앨런, 여자 주연은 어슐러 안드레스가 맡았 었 다. 그래서그런지 스파이 액션 영화라기보다 카지노에서 큰 돈을 걸고 포커 게임을 하는 희극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반면 2006년 리메이크판은 근육질의 뇌섹남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데뷔작이고 아주 재미가 있어서 처음부터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뒤져보았지만 어디서도 VOD를 찾을 수 없었다. 따로 DVD를 소장하지 않는 한 다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다니엘 크레이그가 (2021)를 끝으로 007 영화에 더 이상 출..

영화 2024.07.14

짝사랑을 다룬 시나 소설, 영화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 1737 - 1805)이 연애시(戀愛詩)를 썼다니~!조선 후기에 이용후생(利用厚生)을 강조한 실학자요 청나라에 다녀온 기행문 《열하일기(熱河日記)》와  《허생전(許生傳)》, 《호질(虎叱)》같은 소설을 쓴 근엄한 선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한 여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이렇게 곡진(曲盡)하게 표현한 것이다(안대회, 《조선의 명문장가들》, Humanist, 2016에서 인용). '썸' 타는 사람의 마음은 조선 시대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대는 오지 않고 [1] 저물어 용수산(龍首山)에 올라 그대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소.강물은 동쪽에서 흘러왔지만 그 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더이다.밤이 이슥하여 달빛을 받으며 돌아오는데, 정자 아래 늙은 나무가 하얀빛을 띠며 사람처럼..

드라마 202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