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6

부산 해운대의 버스커와 1만 시간의 법칙

8월 말 간만에 부산 해운대에 놀러갈 일이 있었다.부산시에서 폭염 경보를 내릴 정도로 더위가 계속되자 해운대 해수욕장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바닷물 속에 뛰어드는 내외국인 수영객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가을 절기가 시작되어서인지 아침 저녁으로는 소슬바람이 불었다.밤이 되자 백사장에 마련된 버스커 공연무대에서는 여기저기서 버스킹을 하는 가수들이 공연을 하여 산책로를 오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기타를 치며 혼자 또는 듀엣으로 노래하는 가수도 있고 MR 반주음악을 틀어놓고 간이 드럼을 두드리며 신나게 부르는 가수도 있었다. 흥겨운 나머지 청중석에서 뛰어나와 모래밭에서 함께 춤을 추는 관광객들도 있었다.한국의 제일 유명한 피서 관광지에서 한여름밤에 일어날 수 있는 유쾌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

공연 2024.08.31

The End of August

8월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시달렸기에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소슬바람이 반갑기 그지없다.그러나 내 기억 속에 8월의 마지막은 반갑기보다 아쉬움과 쓸쓸함으로 남아있다. 그것은 야니(Yanni)의 명곡 "The End of August" 때문이다.1994년 미국 유학생활을 거의 마칠 때쯤 그 연주 실황을 미국의 공영방송 PBS 채널에서 아주 인상깊게 보았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의 야간 공연,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열띤 청중의 반응, 감미로운 바이올린 연주가 영화배우 같은 야니의 제스처와 함께 가슴 속에 각인되었다. 만학(晩學)에 힘들었던 로스쿨 공부가 끝나간다는 아쉬움과 함께 또 언제 이렇게 자유로운 학창생활을 해볼 것인가 하는 상념에 젖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스가 낳은 세계적인 ..

공연 2024.08.26

얼마나 맛있을지 사진만으론

언제부터인가 음식점에 가면 내 앞에 놓인 음식 사진을 찍는 버릇이 생겼다.인스타그램은 하지 않아도 간혹 블로그에 음식 사진을 올려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그보다는 언제 어디서고 마음놓고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 덕분이라고 생각한다.폰 갤러리에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사진 중에서 따로 표시를 해놓은 것도 아닌데 '음식' 사진만 골라내는 AI 기능이 신기하기조차 했다. 마침 내가 즐겨먹는 호박죽에 관한 시를 영어로 옮기게 되었다.이 시의 마지막 구절이 감동적이었다."아직 돌아오지 않은 식구들 몫까지 / 식탁 가득 붉은 호박죽 / 우주로 창을 낸 저녁이다"잘 익은 단내와 구수한 맛을 풍기는 호박죽을 이 자리에 없는 식구들 뿐만 아니라 창문을 통해서는 우주의 생명체들과도 공유한다니 얼마나 자비롭고 스케..

전시 2024.08.18

홍유손, 모래밭에 누워 (題江石)

얼마 전 강릉 경포대 바닷가에 놀러 갔다.백사장에는 폭염이 작열하고 있어서인지 비치 파라솔 아래나 바닷물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나도 바람이 살랑거리는 솔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하늘과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물멍 때리기를 하고 있었다.사고(思考)의 정지 - 그 순간 현재와 과거, 미래를 잊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런데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속세을 벗어나 칠언절구로 사고의 정리를 한 선인(先人)이 있었다.  題江石  -  篠叢 洪裕孫 濯足清江臥白沙心神潛寂入無何天敎風浪長喧耳不聞人間萬事多 강가의 돌에 적다  - 소총 홍유손 맑은 강에 발을 씻고 모래밭에 누우니 심신이 고요해지며 무아지경이 되었네바람 소리 물결 소리만 귓전에 울릴 뿐속세의 부질없는 일은 들리지 않는구나 홍유손(洪裕孫 호는 篠叢, 狂..

Talks 2024.08.13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폭염(暴炎)이 열흘 이상 지속되고 있다. 열대야로 시달리는 가운데 입추를 맞았으니 가을을 더욱 고대하게 된다.가을이 오려면 아직 멀었지만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는 심정과 같지 않을까?잘 모르는 일기도를 보면서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을 밀어낼  시원한 기단(氣團)이 언제쯤 나타날까 찾아본다. 그렇다고 슈퍼 태풍이 몰려와 피해를 줘도 곤란하지만 지금의 기상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태풍 밖에는 없을 듯 싶다. 오래 지속된 긴 장마가 속히 끝나기를 기원하는 한시(漢詩)가 위의 폭염 속에 가을을 기다리는 심정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十日長霖  (열흘씩 가는 긴 장마)- 一朵紅 (일타홍) 취연 (翠蓮)十日長霖若未晴鄕愁蠟蠟夢魂驚 ..

공연 2024.08.07

테라로사 커피 이야기

G : 오늘은 커피에 관해 하실 말씀이 있다고요?P : 네, 커피 하면 뭐가 떠오르십니까? 한국인의 커피 사랑, 커피 소비량이 세계 최고라고 합니다. 한국을 다녀간 외국 사람들도 "아-아", "얼죽아"라고 하면 한국 젊은이들이 겨울에 얼어죽어도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지요? G : 저는 '커피'하면 영화 Out of Africa에서 여주인공 카렌이 케냐로 가서 커피 농장을 하다가 커피 공장과 창고에 불이 나고 자유로운 영혼의 데니스도 사고로 죽자  아프리카 생활을 청산하고 쓸쓸히 떠나는 장면, 고종 황제가 식혜보다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는 일화가 생각납니다.P : 커피의 역사와 효능을 압축하여 말씀해주신 것 같습니다. 커피 나무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고원지대가 원산지라고 ..

Talks 2024.08.02